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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정치, 국민이 거부하자
소월하인(회원)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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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총재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법조인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노무현, 문재인, 윤석열 그리고 현 이재명 대통령까지 법조인 출신 국가 수반의 계보가 이어지고, 국회의원의 약 20%가 법조인 출신인 현실. 이는 '법치'를 넘어선 '법조인에 의한 정치'다. 과연 법전에 갇힌 이들이 국가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인가?
법은 흑백논리다. 유죄 아니면 무죄, 합법 아니면 불법. 회색 지대는 없다. 그러나 정치는 49 대 51의 조정과 타협이다.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은 세상을 법의 잣대로만 재단해, 정치를 '설득'이 아닌 '심판'으로 변질시켰다. 그 결과 관용은 사라지고 극한의 진영 대결만 남았다.
법은 이미 벌어진 일을 판례로 심판하는 '과거 지향적' 업(業)이다. 반면 정치는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의 파고를 헤쳐 나가는 '미래 지향적' 영역이어야 한다. 과거 파헤치기에 몰두하는 법조인식 정치는 국가 에너지를 소모적 정쟁에 쏟아부을 뿐, "10년 뒤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에 답하지 못한다.
고시촌에서 법전만 파고든 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고뇌나 역사적 통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승소를 위해 양심마저 논리의 도구로 쓰던 습성은 정계에서도 이어져, 어제의 말을 오늘 뒤집는 데 거리낌이 없다. 더욱이 합격의 순간부터 체화된 뿌리 깊은 선민의식은 그들을 국민의 '머슴'이 아닌 군림하는 '심판관'으로 만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리더십의 부재다. 법조인이 수행하는 판사, 검사, 변호사 직책은 본질적으로 리더십이 요구되지 않는 자리다. 조직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지적 역량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판결하며 변론하는 '나 홀로 업무'이기 때문이다. 조직을 이끌고, 구성원의 역량을 결집하며, 갈등을 조율하는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법조인들은 성장 과정에서 이러한 리더십을 단련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한 채 엘리트로 군림해 왔다. 작은 팀 하나 운영해 본 경험 없는 이들이, 5천만 국민과 수백만 공직자로 구성된 대한민국이라는 거대 조직을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국정 운영을 소송 지휘하듯, 내각 통솔을 법무팀 회의하듯 처리하니 국가는 삐걱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조 기술자들이 지배하는 정치에서 '사랑'과 '양심'은 '판결문'과 '공소장'에 밀려났다. 국민을 갈라치고 국가를 소송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3류 정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인문학적 통찰과 미래에 대한 혜안, 그리고 조직을 이끈 경험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치 중심에 서야 한다. 법조인 지배 체제가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정치는 과거라는 늪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