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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심을 감춘 황당한 논리
부산386(회원) |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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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액 탈세 문제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한때 선박왕으로 불리던 K씨가 과거 방송에 나와 한 말이 있다. 세금을 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 사람은 ‘내가 돈 버는데 이 나라(대한민국) 도움 받은 게 전혀 없다. 굳이 낸다면 홍콩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한다’라고 말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해외 법인과 복잡한 지배구조를 활용해 사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재산 은닉 의혹과 유동성 부족 같은 문제가 겹치면서 납부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겨우 만들어 낸 변명인지, 아니면 홧김에 뱉어본 소리인지는 몰라도, 진실은 세금 내기 싫다는 게 본심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근데 이보다 더 황당한 소리를 요즘 자주 듣는다. 이재명 정부의 장특공(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방침에 대해 서울 자가(自家) 보유자들이 한다는 소리가 ‘집값을 내가 올린 것도 아닌데 왜 세금을 더 내냐?’ 하는 논리다. 그리고 그 뒤에는 꼭 이 말도 따라 붙는다. ‘집 한 채 가진 게 죄냐?’
‘집값을 내가 올린 것도 아닌데 왜 세금 내냐?’는 말은 ‘내가 돈 버는데 국가의 도움 받은 게 없었는데 왜 세금 내냐’는 해운업자의 말보다 더 모순이다. 집값을 내가 올린 게 아니라는 말은 내 집값에 끼어 있는 거품이 불로소득이란 걸 스스로 자인(自認)하는 말과 뭐가 다른가? ‘장특공제’는 양도세에 해당하는 것이고 양도세는 매매차익, 즉 불로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니 집값을 본인 노력으로 올린 게 아니라면 당연히 더더욱 양도세를 내야지 안 낸다는 게 말이 되나? 결국 불로소득을 전부 사유화해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본심을 궤변으로 포장한 것밖에 더 되나?
오히려 그 반대로 이야기하면 차라리 이해를 한다. ‘내가 노력해서 헌 집을 새 집 만들고 배관도 고치고 지붕도 고치고 인테리어, 주차장 다 새로 고쳐서 집값 올렸는데 나라에서 해 준 게 뭐 있다고 이제와서 나한테 양도세 내라고 하느냐?‘라고 말한다면 차라리 이해를 한다. 근데 집값은 내 노력과는 무관하게 올랐는데 양도세는 더 못내겠다고 하면 말이 앞뒤가 안 맞지 않는가. 차라리 신뢰보호 원칙과 충돌할 수 있으니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의 적용 시점을 양도하는 시점이 아니라 구입했던 시점의 법령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오히려 그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