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픽공원 '청년 시위'를 망하게 하는 이들의 정체는 놀랍게도?
최보식(최보식의언론) 편집인 | 2026-06-09
-
화요일 새벽 5시 반쯤 올림픽공원에 산책 나갔다.
핸드볼경기장 건물 주위에는 청년들이 소위 '키세스'처럼 은박지를 덮어쓰고 앉아 있거나, 은박지를 이불 삼아 돗자리에 잠들어 있었다. 놀랍게도 여성들의 숫자가 더 많은 것 같았다. 안쓰러웠다. 그나마 날이 따뜻해 다행이었다.
전날부터 시위 풍경은 달라지고 있었다. 8할이 청년이었던 이곳에 중·노년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물론 월요일이어서 그렇겠지만 숫자도 많이 줄었다. 그 전까지 안 보였던 '성조기'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올림픽공원이 점점 광화문, 혹은 윤석열 관저 앞 한남동 시위처럼 바뀌려는가. 소위 태극기 애국노인들과 보수단체들, 부정선거음모론자들이 주도권을 잡아가는 것처럼 비쳤다.
어제 오후 4시쯤, 전광훈 광화문 집회에 자주 출몰했을 것 같은 태극기로 머리를 묶은 60대 여성과 여대생 자원봉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무엇이 발단이 됐는지 모르나, "왜 네가 간섭해. '대진연'(종북성향 대학생 단체) 아니냐"는 소리가 들렸다. 여대생은 이런 기성세대에 어떤 마음을 갖게 될까.
이와 비슷하게 '대진연'으로 몰린 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자신의 SNS에 "대진연에 대해 여기 와서 처음 들어봤다. 그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을 몰아 세우는 이 시위가 과연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글을 올렸다.
'이재명 사형' 피켓을 들고온 중년 참가자에게 "집회의 본질을 흐린다"고 막자, 그 자원봉사자 또한 '대진연 소속'으로 몰렸다. 이런 장면들은 올림픽공원 시위를 '극우 시위'로 몰고 싶은 매스컴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SNS에서 누군가 의도를 갖고 퍼뜨린 "현재 현장을 통제하는 한국 경찰들은 사실 위장한 중국 공안"이라는 허황한 소리를 현장에서 그렇지 않다는 걸 직접 보고도 그대로 내뱉는다.
'재선거' '태극기' '애국가'만 허용한 청년들 집회에 불만이었던 이들은 "재선거를 외치는 자가 프락치"라고 공격했다. 또 왜 너희들이 무슨 권한으로 발언권을 막고 성조기를 흔드는 것을 막느냐고 시비를 걸었다. 결국 올림픽공원 시위의 구호는 '재선거' '부정선거' '당일개표수개표'로 늘어났고, '성조기'도 인정됐다.
JTBC는 8일 저녁 메인뉴스에 경기장에 용품을 들고나오던 핸드볼 유소녀선수들에게 극우시위대가 투표지를 감춰 나오는 게 아니냐며 양말까지 벗게 했다고 보도했다. 좀 과장은 있겠지만 그런 장면이 아마 벌어졌을 것이다.
과거 내가 사회부 기자 시절, 이렇게 시위 물을 흐리는 자들을 '밥풀떼기'라고 불렀다. 이런 이들로 인해 당초 시위의 목적이 왜곡되고, 매스컴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포착해 '극우시위' '윤어게인 배후' '부정선거음모론자 시위'로 낙인 찍어버리는 것이다.
제 발로 오는 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결국 이들로 인해 올림픽공원 집회는 망할 것이다.
올림픽공원 시위는 청년들의 자발성, 순수한 정의감 때문에 내가 주목했던 것이다. 소위 애국노인 등 기성세대가 합류해 시위 숫자를 늘려준다고, 확성기 볼륨을 높인다고 매스컴의 조명을 더 받는 것은 아니다. 토요일마다 전광훈의 광화문 집회에 인파가 그렇게 많이 모였지만 언론에 한 줄이 나던가.
태극기 기성세대가 올림픽공원 시위에 참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제발 청년들의 말을 따라주기를 바란다. 청년들은 당신들보다 더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