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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축구 戰力 비교 Andrea(필명)  |  2026-06-24
한·일 축구의 현주소
  
  근 10년간 한국의 축구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 손흥민이라는 슈퍼스타를 필두로, 김민재, 이강인 등등의 ‘빅 네임’들을 배출했다. 그 뿐인가? 부상 전,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의 울버햄튼 원더러스 공격의 에이스던 황희찬, 마인츠의 이재성, 터키의 베식타시에서 물 오른 득점력을 보여주고있는 오현규같은 선수들도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근 10년은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괄목상대를 이루었다. 2022년 기준, 유럽에서 뛰고있는 일본인 선수는 114명으로 집계되었고 그 중 5대 리그,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분데스리가(독일), 라 리가(스페인), 세리에A(이탈리아), 리그 앙(프랑스)에서 뛰고있는 선수들은 21명으로 집계되었다. 그에 비해 한국인 유럽파 선수들은 약 30명 정도이다. 손흥민같은 슈퍼스타의 부재에도 일본축구가 진 일보 하는이유이다. 한국의 월드컵 최고성적은 4강진출, 그리고 아시안컵 2회 우승으로 월드컵에서의 최고성적은 한국이 높다. 하지만 일본은 월드컵 최고 성적 16강, 아시안컵 4회 우승으로 더 많은 트로피를 보유중이다. 그리고 현재,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은 강호 네덜란드와의 2:2 무승부, 그리고 튀니지를 상대로 4:0승리라는 기염을 토해내며 일본은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각인시켜주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아시아 최강이 되었으며, 한국축구와의 차이는 무엇인가?
  
  양국 시스템 비교
  
  오늘날의 일본은 더 이상 ‘아시아의 강팀’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근 10년간 독일, 스페인, 잉글랜드, 브라질등 축구 정통의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며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 받았다. 많은 사람들은 미토마 카오루, 쿠보 타케후사, 엔도 와타루 등의 스타들에 집중하지만, 일본축구의 진면목은 특정 선수가 아닌 그들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시스템에 있다. 그 중심에는 일본 축구협회의 장기 계획이 있다. 일본 축구의 전환점은 1993년 J리그 출범이었다. 그 이전 일본의 축구는 JSL(Japan Soccer League)이라는 기업팀 중심의 아마추어 리그 체제였다. 선수들은 사실상 회사원 신분이었고, 국제 경쟁력도 매우 낮았다. 당시 일본은 월드컵 본선조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시기에 일본축구협회는 단순히 프로리그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축구계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JFA 100년 계획" 이다. 100년 계획의 핵심 목표는 단순했다. "축구를 일본 문화의 일부로 만들고, 궁극적으로 월드컵 우승국이 된다." 당시만 해도 매우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목표였다. 그러나 일본축구협회는 단기 성적보다 장기적인 기반 구축에 집중했다. 그들이 설정한 목표는 다음과 같았다. 1. 전국적인 축구 저변 확대. 축구를 엘리트 선수들만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만드는 것. 2. 지역 연고 중심 프로클럽 육성. 기업팀 중심 구조를 버리고 유럽처럼 지역 사회가 응원하는 클럽을 만든다. 3. 유소년 육성 시스템 구축. 학교와 클럽을 연결하여 장기적으로 인재를 양성한다. 4. 세계 수준의 지도자 육성. 좋은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철학을 세운다. 5. 월드컵 우승. 최종 목표는 세계 정상. 일본은 프로화를 추진하면서 유럽 모델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J리그는 처음부터 지역 연고제를 도입했다. 클럽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도시와 지역을 대표했다. 예를 들어 가시마 앤틀러스, 우라와 레즈, 요코하마 F. 마리노스 등은 단순한 축구팀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1993년 10개 팀으로 시작한 J리그는 현재 60개가 넘는 프로클럽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일본 전역에 축구 인프라가 확산되었음을 의미한다.
  일본 축구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저변확대와 엘리트육성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국가들은 엘리트 선수 육성에 집중한다. 하지만 일본은 두 개의 시스템을 동시에 성장시켰다. 첫 번째 시스템은 저변 확대이다. 어린이 축구, 지역 축구, 학교 축구, 생활 체육 등을 지원하여 누구나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두 번째 시스템은 엘리트 육성이다. J리그 유소년, 국가대표 연령별 팀, 전문 트레이닝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 일본은 이 두 구조를 동시에 운영하며 "많은 사람이 축구를 해야 뛰어난 선수도 많이 나온다"는 철학을 실천했다. 일본은 유소년 육성에서도 차별화된 접근을 취했다. 그들은 단기 성적보다 장기 성장을 우선했다. 예를 들어 U-8, U-10, U-12, U-14, U-16 등 연령별로 세분화된 육성 지침을 마련했다. 또한 일본축구협회는 전국 지도자들이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한다. 즉, "어떤 선수를 만들 것인가" 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통된 기준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본은 유소년 육성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좋은 선수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유럽 진출을 장려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출 방식이었다. 일본 선수들은 처음부터 빅클럽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스코틀랜드 등에서 출전 시간을 확보하며 성장한다. 엔도 와타루, 카마다 다이치, 도안 리츠, 이타쿠라 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빅클럽에 가는 것"보다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그 결과 일본은 현재 유럽 전역에 100명이 넘는 선수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일본 축구가 강해진 이유를 특정 감독이나 특정 세대의 선수들에게서 찾는다. 하지만 일본 축구의 진짜 성공 요인은 훨씬 단순하다. 계획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이 바뀌어도, 협회장이 바뀌어도, 세대가 바뀌어도, "유소년 육성 → J리그 성장 → 해외 진출 → 대표팀 강화" 라는 큰 방향은 30년 동안 유지되었다.
  한국 축구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선수 자원과 강한 경쟁 문화다. 실제로 많은 지도자들은 한국 선수들이 어린 시절인 10~15세 구간에서는 유럽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기량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열정적인 축구 문화와 높은 경쟁심, 우수한 신체 능력은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꼽힌다.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등장한 것은 한국 축구가 가진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성장 과정에서 여러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이다. 일본은 수만 개에 가까운 유소년 팀을 기반으로 폭넓은 선수 풀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팀 수와 엘리트 중심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학교와 고등학교 단계에 들어서면 선수 육성보다 성적과 진학이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대학 진학 실적이 감독 평가의 기준이 되다 보니 장기적인 성장보다 단기적인 승리에 집중하게 되고, 기술 습득과 전술 이해보다 결과 중심 축구가 반복된다. 그 결과 어린 시절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선수들이 성장 과정에서 정체되거나 오히려 기량이 퇴보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행정 구조 역시 ‘개혁’이 필요하다. 대표팀 감독 선임과 같은 중요한 결정이 체계적인 전문가 조직이 아닌 임시적인 위원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전직 선수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 협상 전문가, 스카우트, 유럽 축구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 축구는 더 이상 선수 출신만의 영역이 아니라 데이터, 스포츠 과학, 스카우팅, 협상, 마케팅 등 다양한 전문 영역이 결합된 산업이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과제가 존재한다. 여전히 일부 유소년 팀에서는 지나치게 수직적인 선후배 문화와 권위적인 지도 방식이 남아 있다. 물론 규율은 필요하지만, 창의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현대 축구에서는 선수들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기본적인 경기 태도와 축구 지능에 대한 교육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기 전에 플레이를 멈추거나 상황 판단보다 항의가 먼저 나오는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의 교육과 문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현재 한국은 여전히 아시아 최고의 선수 자원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으며,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재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 재능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만약 유소년 육성, 대표팀 철학, 행정 구조, 교육 시스템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된다면 한국 축구는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국 축구의 과제는 새로운 천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재능 있는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한·일 축구의 공통된 고증
  
  한국과 일본 축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한국은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처럼 세계적인 재능을 배출하며 개인 능력의 강점을 보여주었고, 일본은 유소년 시스템과 장기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두꺼운 선수층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공통점은 월드컵 토너먼트의 벽이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4강이라는 역사적인 성과가 있지만, 이후 꾸준히 16강 이상의 성적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일본 역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과 스페인을 꺾는 등 강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16강전에서 루카 모드리치가 이끄는 크로티아에게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며 아직 월드컵 8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두 나라 모두 아시아에서는 강팀이지만, 세계 강호들과의 결정적인 경기에서는 한 단계가 부족하다는 공통된 한계를 갖고 있다. 피지컬과 제공권 문제도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신체 조건에서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유럽이나 남미 강호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일본은 기술과 조직력은 뛰어나지만 세트피스, 공중볼, 강한 몸싸움에서는 약점을 보일 때가 있다. 한국 또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체코전에서 여실히 드러난 약점이다. 현대 축구에서 세트피스와 피지컬 경합은 토너먼트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두 나라 모두 보완해야 할 과제다.
  
  한·일 양국의 전술
  
  북중미 월드컵과 최근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한국과 일본 대표팀의 경기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단순히 선수 개개인의 능력 차이가 아니라 축구를 바라보는 철학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강한 압박과 선수들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반면 일본은 네덜란드전과 튀니지전에서 조직적인 지역 방어와 공간 활용을 통해 상대를 공략했다. 겉으로 보면 양 팀 모두 비슷한 5백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기 내용과 전술적 의도는 상당히 다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최근 국제무대에서 5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체코전과 멕시코전에서 5-2-3 블록을 구축하며 강한 전방 압박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멕시코전에서는 손흥민과 황인범이 상대 6번 미드필더를 봉쇄하고, 윙어와 윙백이 연쇄적으로 압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보여준 전술과도 유사하다. 상대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실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한국은 멕시코의 빌드업을 거의 무력화시켰다. 김민재는 히메네스를 완벽하게 제어했고, 이한범 역시 퀴뇨네스를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상대 기대득점(xG)이 0.48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수비 자체는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압박이 선수들의 활동량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압박 강도가 떨어지는 순간 조직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한국의 수비는 시스템 자체의 안정성보다는 선수들의 체력과 집중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일본은 네덜란드전에서 전혀 다른 접근법을 보여줬다. 일본은 네덜란드의 윙어 코디 학포와 크리센시오 서머빌을 상대로 적극적인 압박보다 공간 통제를 선택했다. 의도적으로 안쪽 공간을 열어주되 슈팅이 가능한 위험 지역은 철저히 차단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간을 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공간만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일본 수비수들은 상대 선수를 끝까지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맡은 공간을 지킨다. 한국이 사람을 따라가는 수비를 한다면 일본은 공간을 지키는 수비를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일본의 포메이션과 운영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3-4-2-1혹은 3-4-3 형태를 사용한다. 수비 시에는 5백으로 내려서지만 공격 시에는 윙백이 높게 올라가고 좌우 스토퍼가 적극적으로 전진하면서 형태가 유동적으로 변한다. 특히 일본의 3백은 단순히 수비수를 한 명 더 배치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토 히로키나 토미야스 같은 수비수들은 상황에 따라 풀백처럼 넓게 벌어지거나 미드필더처럼 전진하며 상대 수비를 흔든다. 동시에 중앙 미드필더 한 명이 후방으로 내려와 빌드업 숫자를 늘리고, 도안 리츠나 나카무라 케이토 같은 선수들은 높은 위치에서 폭을 확보한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일본은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며 상대 수비를 좌우로 흔들고 중앙과 하프스페이스에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일본 축구의 핵심은 단순히 공간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만드는 데 있다. 튀니지전에서도 이러한 철학은 명확하게 드러났다. 미토마, 쿠보, 미나미노와 같은 핵심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일본은 비슷한 경기력을 유지했다. 이는 특정 선수의 개인 능력보다 팀 전체의 움직임과 전술 구조가 먼저 정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마다 다이치가 평소보다 높은 위치에서 뛰거나, 이토 준야가 익숙하지 않은 역할을 맡더라도 선수들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누가 내려와야 하고, 누가 침투해야 하며, 누가 원터치로 연결해야 하는지가 이미 시스템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공격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체코전에서 한국은 김승규의 롱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체코의 강한 압박을 피하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롱볼을 보내고 곧바로 전방 압박을 가해 상대 진영에서 소유권을 회복하는 방식이었다. 실제로 체코의 불안정한 빌드업은 한국의 압박에 여러 차례 흔들렸다. 그러나 상대가 내려앉았을 때 한국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멕시코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 공을 소유했지만 공격 전개가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이강인이 후방으로 내려와 패스를 공급했고 공격수들은 지속적으로 뒷공간만 노렸다. 하지만 상대가 5백을 구축하자 공격은 쉽게 막혀버렸다. 그 이유는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시티를 예로 들면, 그들의 축구는 단순히 좋은 패스를 주고받는 축구가 아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고, 풀백이 중앙으로 이동하며, 윙어가 안쪽으로 들어오는 등 선수들이 끊임없이 위치를 교환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상대 수비를 흔들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 그러나 멕시코전의 한국은 침투만 있었을 뿐 상대를 끌어내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굳이 움직일 이유가 없었고, 중앙은 계속 막혀 있었다. 특히 한국 공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이강인 의존도라고 볼 수 있다. 이강인은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창의적인 선수이며, 좁은 공간에서 결정적인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원이다. 체코전 동점골 역시 이강인의 날카로운 패스가 황인범의 침투를 이끌어낸 결과였다. 멕시코전에서도 한국의 위협적인 장면 대부분은 이강인의 전진 패스와 크로스에서 시작되었다.
  문제는 이강인이 너무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후방 빌드업에 참여해야 하고, 중원에서 템포를 조절해야 하며, 동시에 공격 지역에서는 마지막 패스까지 책임져야 한다. 플레이메이커와 찬스메이커, 탈압박 자원의 역할을 한 선수가 모두 수행하는 구조다. 이강인이 후방으로 내려오면 한국은 볼 소유에서는 안정감을 얻지만 공격 지역에서는 창의성을 잃는다. 멕시코전에서도 이강인이 낮은 위치에서 공을 받을 때 전방에는 상대 수비를 끌어내거나 중원을 연결해 줄 선수가 부족했다. 결국 공격은 다시 뒷공간 침투나 크로스에 의존하게 되었다.
  반면 일본은 네덜란드전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쿠보의 움직임이었다. 쿠보의 침투는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수비 라인을 뒤로 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 결과 나카무라가 박스 바깥에서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이는 펩 과르디올라가 강조하는 "공간 창출"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 일본은 단순히 좋은 패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움직인 뒤 패스를 한다. 네덜란드전과 튀니지전 모두 이러한 특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교체 운영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체코전에서 한국은 황희찬, 오현규, 엄지성과 같은 저돌적인 선수들을 투입하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오현규는 피지컬과 활동량으로 체코 수비를 흔들며 역전골까지 기록했다. 그러나 멕시코전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공간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음에도 비교적 이른 시점에 교체되었다. 이후 조규성, 오현규, 엄지성 등 공격적인 선수들이 대거 투입되었지만 오히려 공격의 질은 떨어졌다. 중원에서의 연결이 끊기면서 공격 전개가 더욱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연계 플레이와 제공권에 강점을 가진 조규성이 조금 더 이른 시점에 투입되었다면 이강인의 크로스를 활용한 공격 패턴이 더 효과적으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현재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는 선수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시스템의 완성도에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옌스 카스트로프 활용 문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멕시코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설영우를 왼쪽 윙백으로, 김문환을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했다. 설영우는 원래 오른쪽 풀백과 윙백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다. 활동량이 많고 수비 범위가 넓으며 압박 상황에서 안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설영우 본인도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이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을 가진 선수이며, 상대 수비를 일대일로 무너뜨리거나 창의적인 공격 전개를 만드는 유형은 아니다. 반면 옌스는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다. 분데스리가에서 사실상 윙어나 공격수처럼 활용될 정도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뛰어난 활동력, 드리블 돌파, 하프스페이스 침투, 크로스와 컷백 능력 모두 현재 대표팀 윙백 자원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유형에 속한다.
  특히 멕시코전처럼 상대가 수비 라인을 내리고 중앙을 촘촘하게 막아서는 상황에서는 설영우를 왼쪽에 배치하는 것보다 옌스를 왼쪽 윙백으로 기용하고, 설영우를 본래 익숙한 오른쪽 윙백에 배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국은 경기 내내 이강인과 황인범을 중심으로 오른쪽에서 공격을 전개했지만, 반대편에서는 상대 수비를 흔들 만한 위협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공격이 한쪽으로 치우쳤고, 멕시코 입장에서는 이강인만 집중적으로 견제하면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만약 옌스가 왼쪽에 있었다면 이강인과 황인범이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당겼을 때 반대편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왜 옌스를 기용하지 않는 것인가? 이것은 홍명보와 옌스 본인 외엔 알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이유를 예상해보자면 홍명보는 공격이 조금 답답해주더라도 수비를 확실히 하려고 하는 것일거다. 실제로 한국의 수비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체코선수들의 압도적인 제공권과 신체능력에 밀려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하였지만, 체코선수들의 필드골 득점은 틀어막았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의 김민재, 미트윌란의 이한범이 눈에 띄었다. 월드컵 직전 깜짝 발탁된 이기혁도 좋은 전진 패스와 롱패스를 보여주었다.
  
  마무리
  
  결국 한국 축구의 문제는 특정 감독이나 특정 선수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유소년 시스템, 협회 운영, 지도자 육성, 대표팀 전술, K리그 경쟁력의 문제는 모두 하나의 공통된 결론으로 이어진다. 한국 축구는 뛰어난 인재를 배출하는 데는 성공하고 있지만, 그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키고 활용하는 시스템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축구는 여전히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과 같은 특별한 선수들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세계적인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진정한 축구 강국은 특정 스타 플레이어가 없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특정 선수가 아니라 시스템이 중심이 되는 축구를 구축했다. 감독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큰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한국 축구 역시 이제는 새로운 천재가 등장하기를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국가 차원의 축구 철학을 정립해야 한다.
  유소년 축구는 성적과 진학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선수 육성과 성장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하며, 더 많은 아이들이 축구를 접할 수 있도록 저변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또한 지도자 교육과 축구 행정가 육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현장과 행정을 동시에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K리그 역시 단순한 국내 리그가 아니라 한국 축구 발전의 핵심 기반이라는 인식 아래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대표팀 차원에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감독이 바뀔 때마다 축구가 달라지는 구조가 아니라 연령별 대표팀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연결되는 공통된 철학과 전술적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대표팀에 소집될 때마다 새로운 축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국 축구는 분명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가진 국가 중 하나다. 문제는 재능의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다. 일본이 지난 30년 동안 증명했듯이 강한 축구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선수는 우연히 나올 수 있지만, 강한 국가대표팀과 건강한 축구 생태계는 철저한 계획과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다. 한국 축구가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오르고, 나아가 월드컵 8강과 4강을 꾸준히 노릴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새로운 손흥민이나 김민재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뛰어난 선수 한 명이 팀을 구하는 축구가 아니라,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진정한 축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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