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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북한 만남은 시작부터 냉대와 고통 이민복(대북풍선단장)  |  2026-07-16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은 말이 조직적 후퇴이지 한순간 괴멸 수준에 이르렀다 한다. 월북하는 인민군 6사(師)를 따라가는 남로당 간부인 아버지 일행은 처음부터 냉대를 당한다. 그들은 절대 자기 부대에 일행을 들여놓지 않는다. 무기는 물론 전투 경험이 전무한 일행이니 난처했다. 할 수없이 저 멀리 가는 부대를 보면서 숨박꼭질하듯 뒤따라 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다.
  
  태백산맥 따라 북으로 가야 하니 강원도 지역이라고 한다. 피로와 배고픔이 엄습한다. 마침 밭에 널려있는 옥수수를 먹어보게 된다. 호남벌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옥수수를 본 일이 없다. 먹어보니 세상에 이런 돌덩이 같고 맛대가리 없는 음식을 처음이라 그렇게 배고픔에도 버려 버렸다고 한다. 아직은 행복하신 때이다. 월북하여 내내 그 옥수수도 배부르지 못하는 역사가 앞에 놓여있음을 예상 못하고 계신 것이다.
  
  절대 들여놓지 않던 인민군이 아버지 일행을 난데없이 받아들인다. 조건은 다리를 부상당한 군관을 들것에 메고 가는 것이다. 맨몸으로도 험난한 태백산맥을 가기도 힘든데 - 부상자를 메고 가자니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십 번이고 집어 던지고 싶어질 정도였다. 이렇게 자강도 희천까지 월북의 길을 따라간다. 월북하는 가을 날씨 9월 중순 이후, 길가에 아무런 근심걱정, 생사위험 없는 듯 흔들리는 화사한 코스모스. 가을 바람에 평화스럽게 흔들리는 코스모스가 그렇게 자신과 대조적으로 느껴지셨다고 두고 두고 회상하신다. 그 염원을 담아서일까 탈북하여 남한에 온 아들인 나는 아버지 고향 선산 길가에 코스모스를 뿌려 놓았다. 이 염원을 모르는 이웃집이 제초제로 거의 다 죽여버렸지만 다시 뿌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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