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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웬 合家? 그냥 귀가한 것이다
무학산(회원) |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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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여예스더 “남편과 합가했더니 10년 만에 우울증 호전돼”》
여 예스더란 이는 약사, 그의 남편은 의사인 줄로 알고 있다. 좋은 환경에 훌륭한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또 10년이나 그랬다니 놀랍다. 완쾌하길 기원한다. 예쁘면서 말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 그런 이가 우울증이라니 우리 같은 바닥 인생은 오죽하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저 부부는 여론을 이끌며 사람을 깨우쳐 준다. 그런 분이 ‘합가했다’는 말을 선듯 말하니 내 상식으론 의아하다. 무슨 이유로 떨어져 살았는가는 알 바 없되 그렇더라도 ‘합가’라고 말할 것은 없다.
‘합가’란 말을 지금 세태로썬 틀린 표현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부자연스럽다. '합가'란 본디 살림 나가 살던 자식이 다시 부모와 같이 산다든가, 형제가 같이 살게 되거나, 친족이 함께 살게 된 것을 이르던 말이었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 합가란 말을 쓰면 좋지 못한 인상을 주게 될 뿐 아니라 옳은 표현도 아니다.
부부가 아무리 오래 떨어져 살았더라도 ‘합가’란 말은 옳지 않다. 예를 들어서, 부부 중 한 사람이 질병으로 오래 떨어져 살았거나, 징역 사느라 몇십 년을 떨어져 살았어도, 그 후에 집에 오는 것을 합가라 할 수는 없다. 그냥 집에 돌아온 것일 뿐이다. 여예스더가 이혼을 하지 않은 이상 합가란 말은 사용 불가이다.
‘합가’는 부모나 자식, 형제 사이처럼 같이 살면 좋지만, 꼭 같이 살아야 할 의무가 없는 사람이 함께 살게 된 것을 합가라 한다. 부부는 일심동체요 동심동덕(同心同德)이다. 같이 사는 것이 천륜인 것이다. 부부 각자에게 그럴 의무가 있을진대 어찌 합가란 말이 부부 사이에 있을 수 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부부가 심한 우여곡절과 기구한 팔자로 비록 오래 떨어져 살았더라도 합가는 아니다. 다만 이혼한 부부가 재결합할 때는 합가라 한다
이전엔 그런 일이 거의 없었기에 그에 해당하는 말이 지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리에 맞으면서 좋은 말을 조어하면 된다 굳이 사리상 맞지도 않고 어색하기만 한, ‘합가’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조어(造語)에 게을러 아무 말이나 쓰면 인간의 가치관도 아무렇게 된다. 국어 학자는 이럴 때 나서시야 한다.
나도 대안 제시를 위해 ‘합가’ 말고 다른 말을 애써 찾아보았으나 이것이다고 할 만한 말이 없다. 없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냥 “귀가했다” “돌아왔다”고 하면 되는데 더 이상 무슨 단어가 더 필요하겠나. 여기에 왜 '합가'를 쓰는가.
‘합가’란 말은 아래에서 보듯이 부모, 형제에게나 사용한 경우가 나온다. 이혼한 부부에게나 쓰던 말인 것이다.
“이미는 아내가 있는데도 다른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인 일로 사헌부의 탄핵을 받았다가 마침 사면령(赦免令)이 내려져서 용서를 받았다. 그러나 전처와 합가하고 후처와 이혼하라는 사헌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그대로 전처와 헤어져 살았기 때문에 이달 16일에 장(杖) 90을 맞았다."《世宗實錄》
소경이 형제를 불러 “천하에 얻기 어려운 것은 형제이며 구하기 쉬운 것은 토지이다. 토지를 얻고 형제의 마음을 잃으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형제는 머리를 조아리며 뉘우치고 10년 만에 다시 합가하였다.《北史》
5호는 친족이 새로 지은 집에 합가(合家)하였습니다.《정조실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