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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방역’ 아닌 ‘장기전의 원칙’을 정립해야 할 시점 윤희숙(국회의원) 페이스북  |  2020-09-15
방역의 성공은 국민의 신뢰에 달렸습니다. 방역당국을 전폭적으로 신뢰해야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신뢰할 만해야 국민의 신뢰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확진자 수가 검사 수에 따라 달라지는데도 분모에 대한 언급 없이 확진자 수만 발표하고 있는 것은 그간 꾸준히 비판돼 왔음에도 마이동풍입니다. 주말에는 검사인력이 줄어 검사 수가 감소하는데도, 마치 방역의 성과가 나타나 확진자 수가 감소했다는 식입니다. 그러니 필요할 때 검사를 늘려 공포를 조장한다는 의심이, 정부가 방역을 다른 목적에 이용한다는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질병관리청은 샘플 수가 1440명인 항체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7월 이후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결과입니다. 10일로 예정됐던 발표가 마지막 순간에 두 차례나 미뤄져 의혹의 눈길을 받은 바 있습니다.
  결과는 항체보유자가 단 한 명으로 항체보유율이 불과 0.07%,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괴질 봉쇄 같은 기존 방역방식을 합리화하는 결과입니다. 그러나 요즘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 비중이 1/4에 이르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방역당국도 스스로 멋쩍었는지 샘플수가 작아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사족을 달았습니다.
  
  이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대규모 샘플을 이용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을 뿐 아니라, 지난 7월 초 검사 결과 발표 때도 정확하게 같은 문제가 지적됐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역시 복지부 관계자는 항체보유율이 사실상 0인 것을 성공적 방역 때문이라 자화자찬하면서도 향후에는 대규모 검사를 시행하겠다고 한 발 뺐었습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나 국내의 진보적 사회학자 한상진 교수는 판데믹과 싸우면서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견제하지 못하면, 그것이 고스란히 판데믹 이후 사회 시스템의 전체주의화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멀쩡하던 민주주의가 판데믹 대처 과정에서 무너지고 사회의 미래가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초반, 고도의 사생활 침해를 불사하는 단호한 추적검사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마스크 쓰기로 방역성공의 모범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언 7개월, 이제는 모든 권리를 희생시키면서 봉쇄 방역을 추구할 정도의 단기적 예외상황이 더이상 아닙니다.
  
  장기전의 원칙을 정립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생활과 집회 등 기본권 침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시민 상호간의 교류와 공감을 어떻게 증진할 것인지 등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장기전 대처의 요체입니다. 국가 차원의 '코로나 이후 사회변화 준비를 위한 위원회'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역과 관련한 정보의 투명화와 신뢰의 회복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지역별, 인구그룹별 비교가 가능한 대규모 샘플로 신뢰성 있는 항체조사를 신속히 시행하되, 데이터도 익명화해 민간연구자에게 널리 공개하는 것이 좋은 시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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