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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아이고 대선배 납셨나이까? 무학산(회원)  |  2020-10-16
어떤 문사(文士)가 어떤 사람에게 자기 스스로를 일러 '대선배'라 말했다. 그리고 상대를 무례하다 불경하다고 공격했다. 나아가 고소할 것 같이 하고 있다. 우리는 다만 구경꾼이지만 가만히 보고 있자니 좀이 쑤셔서 한 마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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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불효자식도 많다. 그러나 대개의 아버지는 “셈 센 아버지가 참는다.”는 속담대로 한다. 이때 아버지가 불효자와 동급으로 놀면 불효자식보다 못한 애비가 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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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가 어떤 집단의 '대선배'인지는 모르겠다. 정녕 대선배라면 대후배에게 '셈 센 아버지'처럼 굴 일이다. 그래야 비로소 대선배 이름값을 하는 것이요 명실공히 대선배로 남는 길이다. 대선배가 돼 가지고 새까만 후배에게 사과를 요구한 것은 오지게 웃긴 일이다. 大쫄따구 후배가 설령 잘못했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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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녕 대선배라면 한번 호탕하게 웃어젖히고 말 일이다. 그런데도 대후배에게 무례하다 불경하다 공격했다. 무례와 불경은 필경 아래 사람이 저지르는 일이다. 그들의 특권이라 할만도 하다. 이런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소설가이다. 악마한테서도 천사의 품성을 찾아 나서는 게 문학가이다. 모진 친일파에게서도 한 줌 애국심을 그려내는 게 소설가이다. 그럼에도 기껏 무례와 불경을 갖고 고소에 뜻을 두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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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창회에 가서 보면 단 한 기수라도 위의 선배는 후배들에게 의젓하게 보이려 노력하기도 하고 자꾸 양보하기도 한다. 자기 기수들끼리 모였을 땐 어린애처럼 놀다가도 그런다. '대선배'가 새까만 후배를 혼줄 내면 잘한 일로 박수받겠는가? 고소를 하면 누구의 우세가 되겠는가? '대선배'의 도량과 도리 그리고 의리가 이렇게 추락한 적은 있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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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양아치끼리 싸워도 "야 이 새끼야. 선배에게 그게 무슨 버르장머리냐?" 이렇게는 말해도 "대선배에게 무슨 버르장머리냐?" 이렇게는 안 한다. '대선배'라는 말은 선배 스스로가 자신을 일러 쓰는 말이 아니다. 후배가 선배를 크게 존경할 때에 그 선배를 더욱 높여서 '대선배'라 말한다. 文人이 스스로를 대선배라 말했다. 자신을 대문호(大文豪)라 말한 것과 진배없다.
  • 뱀대가리 2020-10-20 오후 2:22:00
    언젠가 어느 조카가 소설책 3권을 갖다 주더라만 그 작가가 조정래, 그래서 일년이
    지난 지금도 보지 않는다. 이문열 소설가 작품이라면 乞 기대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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