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鮮于煇 주필, “새마을운동은 정신개조운동이다” 趙南俊 전 월간조선 이사  |  2023-03-19
鮮于煇(선우휘 • 1922~1986) 선생에 관한 회고.
  필자는 1975년 11월10일, 朝鮮日報(조선일보) 14기 수습기자로 입사했다. 10월 어느 날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입사시험 최종 면접장에 들어섰다. 면접관은 方又榮(방우영) 사장, 柳建浩(유건호) 부사장, 鮮于揮 主筆(주필), 그리고 두 분이 더 계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鮮于 주필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었다. 필자는 어리석게도 비판적으로 대답했다.
  “지붕만 개량한다고 새마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붕을 바꾸면 벽도 새로 바르고 싶고, 새 가구도 들여놓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결국 농촌은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 것이다.”
  鮮于 선생은 조용히 듣고 있더니, “새마을운동은 정신개조 운동이다. 농민들에게 자조, 자립, 협동정신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자네는 아주 작은 부분만 본 것이다”라며 조용하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어리석은 필자의 管見(관견)을 지적해주었다.
  입사 후 들었는데, 제목이 ‘부모’인 필기고사 작문시험의 출제자가 鮮于 주필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부모가 된 입장에서 글을 써냈다.
  鮮于煇 선생은 朝鮮日報에서 1960년대 두 차례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10년간 主筆, 6년간 논설고문으로 재직했다.
  어제(3월18일) 朝鮮日報 인사란을 보니 令胤(영윤)인 鮮于鉦(선우정) 후배가 편집국장이 되었다. 필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후배님의 편집국장 취임을 축하하네. 先考丈(선고장)께서 얼마나 기뻐하실지...”. 바로 답장이 왔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代를 이은 메이저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기사거리다.
  • 白丁 2023-03-19 오후 8:17:00
    令胤, 先考丈 같은, 예전 고교 국어 선생님을 통해 배웠던, 이제는 私語가 되어버린 품격있는 용어를 趙南俊 기자님 칼럼을 통해 깨우칩니다. 文才도 유전이 되는가봅니다. 역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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