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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면책에 대한 美 대법원의 트럼프 심리(審理) 방청기(傍聽記) 법치와 삼권분립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쌍방의 수준 높은 공방 金永男  |  2024-04-26

현지시간 25일 오전,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방대법원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타당한지 여부에 대한 심리가 열렸다. 앞서 잭 스미스가 이끄는 특별검사팀은 트럼프를 총 네 개의 혐의로 기소했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인데 미국 정부를 기망하기 위해 공모한 혐의, 바이든의 승리를 인증하려는 미 의회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이다. 대선 직후 이뤄진 트럼프 측의 행동으로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 사건이 결과론적으로 일어나게 됐다는 것이 특검 측의 기소 이유다. 


트럼프에 대한 재판은 성추행 입막음 사건을 비롯해 너무나도 많아 사실상 뭐가 무엇인지 잘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25일 진행된 대법원 심리는 CNN, 폭스뉴스, NBC 등 주요방송에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영상으로 보도되는 것이 아니라 법정 내의 상황을 실시간 오디오로 내보내는 형식의 방송이었다. 대다수의 주요 방송은 이날 심리가 이어진 약 3시간 내내 이를 생중계로 보도했다. 일부 사람들은 이날의 심리 역시 트럼프 모욕 주기, 혹은 트럼프 대선 방해 공작 등이라고 반발할 수 있겠지만 이는 보수와 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미국 내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나 역시 트럼프 측과 특검 측의 공방, 이들에게 매서운 질문을 쏟아내는 대법관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방송을 지켜봤는데 한 편의 정치학 강의를 듣는 것 같았고 미국의 정치와 법치는 확실히 만만히 볼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현직 대통령의 면책 특권이다. 특검은 어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추후 미국의 대통령이 선거 체계를 뒤집으려고 했을 시 이를 막을 법적 제도가 없다면 무서운 일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 지방법원은 1월 특검의 입장을 수용하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평생 동안 감옥에 가지 않을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측은 반대하는 입장을 냈고 이에 따라 대법원이 대통령 면책의 범위를 판단하게 된 것이 25일 열린 심리의 개요다.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25일, 트럼프에 대한 재판이 이어지게 되면 미국의 정치 판도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가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직 대통령, 혹은 차기 대통령, 혹은 차차기 대통령에게까지 계속 반복해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검을 구성하는 사례가 더욱 잦아질 것이고 전직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이 또 하나의 루틴이 되는 사회가 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썩어빠진 조(바이든)는 무기징역에 처해 마땅하다”라든가 “바이든을 법정에 세워라”라고 했다. 트럼프의 변호인 역시 이번 기소가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 남부 지역 국경 관리 미흡 등의 이유로 바이든도 퇴임 후 기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대통령에게 고위 공직자나 일반 시민에게 적용되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대통령을 법 위에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고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사람(미국 대통령)이 법을 위반했을 때 그를 처벌할 가능성이 없어지게 되면 대통령 집무실이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의 변호인인 존 사워는 지금까지의 관행, 나아가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독립적 관계를 뜻하는 삼권분립, 이에 따른 견제 기능이 만들어진 이유를 들며 현직 대통령의 공적(公的) 행위에 대한 기소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제도를 만든 건국의 아버지들의 뜻을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사워는 “234년에 이르는 미국 역사 중 그 어떤 대통령도 그의 공적 행위에 대해 기소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공적 행위로 인정된다는 가정하에 말하자면 적국(敵國)에 핵기밀을 팔아넘기거나 권력 유지를 위해 군대를 동원한 쿠데타를 지시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은 기소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설정한 헌법 가치에 따라서만 대통령에 대한 벌이 내려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의회의 탄핵절차에 따라 유죄가 확정돼 물러났을 시에만 형사 기소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앞서 2021년 2월에 진행된 트럼프의 제2차 탄핵 표결에서 찬성표는 탄핵에 필요한 3분의 2(67표)를 충족하지 못하는 57표를 받아 기각된 바 있다. 


이후 건국의 아버지들이 만든 헌법 정신에 대한 토론이 계속해 이어졌다. 진보 성향의 엘레나 캐건 대법관은 “건국의 아버지들은 헌법에 (대통령) 면책 특권을 넣지 않았다”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법 위에 군림하려 한 군주주의(君主主義)에 반대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사워 변호인은 대통령이 법을 따를 의무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대통령이 이를 어겼을 시 치러야 할 책임은 사법제도를 통해서가 아닌 의회와 대중을 통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즉 의회의 탄핵, 혹은 대중에 의한 낙선(落選)으로만 대통령을 심판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사워는 대통령이 공적 행위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되는 전례를 남길 경우 향후 대통령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인데 퇴임 후 기소될 가능성을 우려해 소극적 판단만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검 측 대표로 나온 법무부 소속 변호사 마이클 드리벤은 트럼프의 행동은 反민주주의적 행동이었으며 대통령에게 부여된 정당한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의 뜻을 받아들이게 되면 뇌물과 반역, 살인, 선거 결과 번복 등의 죄를 범하는 대통령들 모두에게 면책 특권을 부여하게 되는 일”이라고 했다. 드리벤은 정치적 동기에 따라 전직 대통령을 무자비로 기소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과장이라고 했다. 대배심 심리 등을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다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대배심 절차만으로 대통령을 기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츠는 “검사가 대배심을 통해 기소 의견을 받아내는 것이 얼마나 쉬운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부 사건의 경우에는 검사의 선의(善意)에만 의존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보수성향인 사무엘 알리토 대법관 역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을 시 무자비한 형사 기소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생기면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작동하는 것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종의 사이클로 빠뜨리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전세계를 돌아보면 패배자가 감옥에 처박히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국가들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기소 전례에 대한 공방이 거듭 이어졌고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그는 이른바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1974년 8월 대통령직에서 사임했다. 이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그를 다음 달인 9월에 사면한 바 있다. 트럼프의 변호인인 사워가 전직 대통령이 공직에 있을 때의 행위로 기소된 적이 없다고 주장하자 진보성향의 잭슨 대법관이 반박을 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잭슨 대법관은 “모든 사람들이 대통령들은 기소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 그건(사면)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고 했다. 즉, 닉슨이 기소가 될 수 없다면 그를 애초에 사면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을 하려던 것으로 해석됐다. 


닉슨과 관련된 또 하나의 판례도 이날 심리에서 주요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는 1982년 대법원이 내린 ‘닉슨 대(對) 피츠제럴드 사건’ 판결 내용이다. 피츠제럴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에서 복무했고 이후 미 공군에서 고위 군무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공군의 예산 집행 과정 등을 담당했는데 정부가 록히드마틴의 C-5 항공기 도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23억 달러 규모의 돈을 과잉 지출했다는 폭로를 했다. 또한 항공기에 기계적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지했음에도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부로부터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음에도 이를 어기고 의회에 출석해 증언, 일각에서는 공익제보자라는 평, 일각에서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그를 당장 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고 피츠제럴드는 곧 해고됐다. 그는 의회에서 한 증언으로 인해 공군 계약직에서 해고됐다며 닉슨 대통령을 포함한 당국자들을 고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에게는 공적 행동에 대한 피해의 책임으로부터 완전한 면책 특권이 부여된다’고 판결했다. 


이것만을 놓고 보면 대통령에게 면책 특권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25일 열린 대법원 심리에서 이 판례가 쟁점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민사소송에 대한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형사소송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측과 광범위하게 봤을 때 닉슨에게 적용된 판례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측이 나뉘게 된 것이다. 


이 판례에서 또 하나 중요한 표현 중 하나는, ‘대통령 의무의 넓은 범위 하에서’이다. 대통령 의무의 넓은 범위 하에서 일어난 일과 관계된 민사소송으로부터는 ‘완전한 면책권’을 갖는다는 것이 앞서 언급한 판례의 내용이다. 그런데 의회 폭동으로 이어진 선거 불복 행위가 ‘대통령 의무의 넓은 범위 하에’있느냐는 것이 이날의 논쟁거리였다. 특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이양하는 과정이었고 대통령의 의무가 아닌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트럼프 변호인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9인으로 구성된 미국 대법원은 보수성향 6대 진보성향 3으로 트럼프에게 보다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언론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은 보수성향의 대법관들 역시 완전한 면책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기소 혐의 중 일부를 삭제해 하급심으로부터 다시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의 결론은 6월께 나올 전망이다. 민주당 성향의 지지자들은 대법원의 심리가 지연될 경우 형사소송 재판 역시 지연돼 트럼프가 11월 대선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출마하게 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 역시 트럼프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는 주장과 함께 그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려는 사법부의 방해 공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 무학산 2024-04-26 오후 2:03:00
    이런 기사는 조갑제닷컴이 아니면 우리 같은 무지랭이들은 구해서 읽어 볼 수 없다
    이 기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궁구하는 자세가 배워진다 고마운 일이다
    반역죄가 명백해 보이는 문재인은 언제 법정에 서나? 서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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