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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우(禹) 순경 총기난사 사건 특종 제보자는 방송국 엔지니어 "죄송합니다. 의령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봐요. 그 쪽 교환양도 전화를 받지 않아요". 문무대왕(회원)  |  2024-04-26
경남 의령군 궁류지서 우(禹)범곤 순경 총기난 사건 희생자에 대한 위령제가 26일 궁유면 평촌리 현지에서 거행됐다. 사건 발생 42년 만이다. 禹 순경 총기난사 사건은 의령경찰서 궁유지서에 근무하던 우범곤(당시 27세) 순경이 1982년 4월26일 밤 마을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기를 난사(亂射)해 주민 56명이 희생되고 34명의 주민에게 중경상을 입힌 비극적사건이다. 우 순경은 동거 여인과 말타툼을 벌인 뒤 흥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하고 자폭했다.
  
  禹 순경 총기난사 사건을 처음으로 제보한 사람은 부산문화방송 기술국 엔지니어 노재문(현재는 퇴직)이었다. 노재문은 야간당직 근무중 의령 거주 지인에게 시외전화를 하기 위해 전화국에 시외전화 통화 신청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당시는 시외전화나 국제전화를 걸려면 전화국에 신청하고 전화국 교환양이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시외전화 신청에 실패한 엔지니어 노재문이 부산전화국 교환양에게 불통 이유를 확인하자 교환양의 대답이 충격 그 자체였다.
  
  "죄송합니다. 의령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봐요. 그 쪽의 교환양도 전화를 받지 않아요".
  죽은 것 같아 보인다는 뉘앙스였다.
  
  우범곤은 자신의 범행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화국 통신망부터 차단시킨 것으로 경찰은 추단했다. 엔지니어 노재문은 이같은 사실을 숙직 근무중이던 보도국 K기자에게 알려줬다. K 기자는 노재문이 전해 준 제보를 근거로 취재관할 방송사인 마산MBC와 서울MBC 당직기자에게도 제보하여 취재하도록 했다. 부산, 마산, 서울MBC 등 3개 NET방송사가 공동 취재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禹 순경 총기 난사 사건은 MBC가 특종 보도를 했다. 사건 발생 당일 현장의 광경은 참으로 처참했다. 42년 만에 의령군이 희생자에 대한 위령제를 지냈다니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원혼이 다소나마 해원(解怨)되기를 바란다. 엔지니어 노재문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MBC 3개사가 합동취재망을 구성하게 한 당사자 K기자는 필자 '문무대왕'이었음을 첨언한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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