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실은 7·23 국힘당 전당대회 하루 만인 어제 바로 용산 대통령실 야외 정원 만찬 일정을 잡고, 당 대표 경선 낙선자도 초청하는 등 黨政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신경을 썼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만찬 메뉴에 대해 “메인 메뉴는 막역한 사이에 먹을 수 있고, 당‧정 화합의 의미가 담긴 삼겹살과 모든 것을 모아 화합한다는 의미를 살린 모듬 상추쌈이 준비됐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의 노타이 차림에 대해서도 ‘격의 없이 대화하자’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었다고 선전했다. 음식과 복장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대통령이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대목이 있다.
어제 그 자리에서나 다른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국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의료대란에 대한 수습책을 논의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전공의 1만2000명, 의대생 1만8000명 합해서 약3만의 의료인력이 병원과 대학을 이탈, 의료현장이 황폐화되고 있는데도, 최전선인 응급실이 문을 닫기 시작하는 데도 삼겹살과 상추쌈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갔을까?
폭우로 수백 명이 죽는 것이나, 북한군의 포격으로 수백 명이 죽고 다치는 것이나, 의료대란으로 살 수 있었던 목숨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나? 폭우나 포격으로 수십,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데 정권의 제1, 제2인자가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한동훈 대표 등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만찬을 하면서 “(한 대표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줘라”라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를 맞아 악수하며 “수고 많았어요”라고 인사를 건넸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만찬 시작 전 윤 대통령은 오른쪽의 한 대표, 왼쪽의 추경호 원내대표와 손을 잡고 “국민의힘 파이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고도 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우리가 앞으로 하나가 돼 우리 한 대표를 잘 도와줘야 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식탁에 마주 앉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각각 맥주와 제로 콜라로 러브 샷을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고 보도되었다.
윤 대통령은 또 “당내 선거는 선거가 끝나면 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잘할까’ 그것만 생각하자”고 말했고 이에 한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어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맞서 똘똘 뭉치자”고 했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국민의힘 한 참석자는 “대통령은 당정 일체를 강조했고, 한 대표는 ‘우리는 대통령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에게 “우리는 다 같은 동지라고 생각하고 대통령실 수석들과 바로바로 소통하시라”고 당부했고, 한 대표에게도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당을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의료 현장의 비극적인 상황을 잘 해결하자는 말 한 마디는 참석자 입에서 나와야 정상 아닌가?
나경원 의원은 “우리 모두 대통령의 수석대변인이 되자”, 윤상현 의원은 “대화하고 배려하고 격려하자. 대통령의 성공이 당의 성공이고 모두의 성공이다”, 원희룡 전 장관은 “우리는 하나 되는 원팀"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는 순망치한의 관계”(김민전 최고위원), “우리는 가족이다. 가족끼리 헤쳐나갔으면 좋겠다”(인요한 최고위원) 등 당정 화합을 강조하는 발언들이 계속됐다는 언론 보도 어디에도 의료대란을 걱정했다는 이야기가 없다. 국가적 참사가 벌어졌는데 끼리끼리 뭉치자는 이야기만 하는 단합대회라면 여당이 아니라 동창회나 마피아, 또는 조폭 단합대회와 무엇이 다른가?
폭우나 포격으로 국민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정부와 여당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한 한 마디 말도 없이 삼겹살과 상추쌈을 드셨다면 다음날 탄핵의 불길이 번지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의대 신입생 2000명 증원 사태가 부른 의료대란은 사람 목숨을 축내는 데는 폭우나 폭격보다 더 큰 기록을 남길 것이고 이는 이준석 의원의 말대로 "딱 한 사람 때문이다". 그 한 사람이 어제 삼겹살과 상추쌈을 맛있게 드셨다. 궁금한 것은 어제 식사비는 누가 냈는가이다. 미국 같으면 이런 식사엔 국가 예산이 들어가면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장이고 국군통수권자일 뿐 여당 총재가 아니고 어제 파티의 성격은 公的인 요소가 없다. 국가대사인 의료대란을 논의하지 않았으므로! 여당이나 야당 행사에 국가예산을 쓰면 안 된다는 것쯤은 특수부 검사 출신 두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