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동영.
자네의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이진숙에 대한 인사청문회 중계방송 TV 화면에 등장한 모습을 보고 반가웠네. 세월 앞엔 장사 없다더니 자네도 이제 70世數에 접어들어 그 미남 얼굴에 주름도 지고 시력도 떨어진 듯 자주 안경에 손이 가더구나.
정동영 君. 자네는 전주북중과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한 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 1978년 민간상업방송 MBC에 입사했었지. MBC에서 승승장구하여 정치부, 사회부기자 등을 거쳐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에다 LA특파원 등 방송기자로서의 명성을 날렸었지. 웨일즈대학 대학원에서 저널리즘학 석사학위도 받고.
그러던 중 자네를 눈여겨 본 새천년민주당 권노갑 고문이 발탁하여 정계에 입문시켰었지. 정계입문 이후 탄탄대로를 걸으며 2000년 제2회 백봉신사상, 2001년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올해의 정치인'상도 받았지. 제31대 통일부장관에다, 5선 국회의원,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 제16대 집권여당인 노무현 정권의 대통령 후보의 자리에까지 올라갔었지. 경쟁 상대인 이명박 후보에게 531만표 차로 낙선의 쓴잔도 마신 바 있지만. 정동영 자네의 정치행보는 정말 화려한 것 같네.
정치권 경력이 이 정도로 화려하면 꾀돌이 이재명으로부터는 선배 대접을 받아 마땅할 것 같은데 이재명으로부터 공천을 받아 22대 국회의원이 되더군. 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의원 공천에서 '친명횡재. 비명횡사'란 살벌함 속에서도 전라도에서 박지원과 정동영이 살아 남은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도 자네는 듣고 있겠지.
그래서 '성은(聖恩)이 망극한 은혜(恩惠)'에 보답하고자 박지원과 정동영이 보여 준 청문회 깜짝쇼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정도였다는 여론의 지적이 회자(膾炙)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겠지요. 박지원은 채상병 특검 청문회에서 정청래가 해병소장(少將) 임 사단장을 10분간 퇴장시키자 "손발 들고 벌을 세우라"고 헛소리를 했지.
그리고 정동영 자네는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이진숙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지나칠 정도로 혹평을 하고 면박을 주며 독설(毒舌)을 토해내더군. TV 화면에서 정동영의 망언을 듣고 있던 국민들이 "정동영이 이진숙에게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하며 분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네,
이 사람아. 그럼 정동영과 이진숙의 관계가 어떤 관계이길래 국민들이 듣기 거북해 했는지 한번 풀어나가 보세. 정동영 자네는 이진숙보다 MBC 입사 8년 선배 아닌가? MBC라는 한 지붕 밑에서 청춘을 함께 바친 동료요, 선배가 아닌가? 보도국에서 선배와 후배 사이로 특파원도 하고 정계에 입문하여 정동영은 통일부장관, 박영선은 중소기업부장관, 이진숙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자로 MBC 3총사가 되지 않았는가? 정권은 다르지만.
MBC 출신 국회의원은 여러 명 있었지만 장관은 3명뿐 아닌가? 그래서 이진숙이 정동영의 질문에 답하면서 "선배님"이라고 하자 사회를 보던 최민희가 "선배·후배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을 했지만 정동영 자네는 '이진숙 후보를 아끼고 사랑했던 선배'가 아닌가? 최민희하고는 격이 다른 것 아닌가?
정동영 자네가 이진숙에게 얼마나 모질게 물고 늘어졌는지 기억하고 있는가? "이진숙은 언론 파괴자요 한국의 괴벨스, 노조탄압자"라고 가슴에 못을 박았네. 뿐만 아니라 정동영이 자칭 '극우 감별사'라며 이진숙이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면 "나라의 비극이요, 불행"이라고 막말도 해댔네.
방송전문가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방송 발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것이 정상 아닌가? 특히 한솥밥을 먹으며 청춘을 함께 바친 MBC 선후배 간에 있어야 할 모습이 아닌가? 그렇게 했다면 의리있는 정동영이고 역시 MBC 출신들은 다르다는 평판을 받았을 것 아닌가? 어째서 악담과 인신공격만이 귓전을 때리게 하는가? MBC 출신들은 저것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네.
명색이 국회 청문회랍시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떠벌리면서 방송통신 발전과 비전에 대한 질문은 하나도 하지 않고 법인카드 사용만 따지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방송통신 문맹(文盲)이 부끄럽지 않은가? 그래도 국힘당의 신성범, 김장겸, 이상휘 의원 등은 방송통신 관련 질문을 하지 않던가?
MBC는 원래 민간 상업방송이었다. 5공 시절 허문도가 이른바 '언론통폐합'을 하면서 민영방송을 공영화했다. 그 이후 자칭 민주화 세력들은 '5共청산'이란 미명 아래 인적 청산만 해놓고 5共정권이 시행한 제도 청산은 하지 않았다. 공영방송이 두 개나 있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몇 나라나 있단 말인가? 진정한 청산을 했다면 MBC는 민영화가 답이다.특히 좌파정권은 MBC를 전리(戰利) 노획품인 양 마음대로 악용했다. 그래서 MBC는 노영방송(勞營放送)이란 별칭도 듣고 있다. 특정정파의 '애완견 방송'으로 전락했다. 국회청문회 회의장에 난입한 MBC 노조(언노련)의 불한당(不汗黨) 같은 소란 모습을 보라.
정동영에게 마지막 부탁을 던진다.
'올해의 정치인상'과 '백봉 신사상'을 받았던 그때 그 시절의 정동영으로 돌아가라! 얼마 남지 않은 정치인생을 그렇게 마감하라!
국회의원 정동영, 참으로 실망이 크네. 권력도 좋고 편가르기도 좋지만 청춘을 함께 한 인간관계는 권력과 돈으로는 가질 수 없는 자랑스러운 '휴먼 릴레이션'이네. 이진숙을 울리며 큰소리친 정동영의 인간 도량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가?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던 사람은 철부지 나부랭이급 국회의원과는 무엇이 달라도 달라야 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