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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탈북자들이 통일운동 주역으로 나서야 마지막 때가 다가왔다. 문제는 남한이다. 이민복(대북풍선단장)  |  2024-07-26
<건국과 6·25 때 실향민들처럼 탈북자들이 통일 운동에 주인이어야 할 때>
  
  1980년 초반이라고 기억된다. 김정일이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느슨하게 풀어주기 시작했다. 아마도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인한 성과들을 보면서 그 여파인 것 같다. 1983년 8·3 인민소비품 생산 운동으로 단체별 장사도 허용했다. 단체별 장사를 허용하니 개인 장사나 개인 뙈기밭 농사가 자동적으로 성행하였다.
  
  그래서인지 주민 생활이 여유가 생겨 술이나 두부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자본주의 악기로 금지했던 기타를 허용, 군중 춤도 허용했다. 난생 처음 군중 춤을 추는 것이 중앙TV에 방영된다. 나도 저렇게 여자 손목 잡아보며 추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던 기억이 난다.
  
  연애만 걸어도 간첩 잡듯 하던 '혁명화 노동계급화' 시절의 불쌍한 청년 인생이었다. 그러기에 여자 손목이 그렇게도 가치가 금값이었다. 평양에서는 그러지 않은데 지방에서는 아직 남녀가 따로 춤을 춘다. 그마저 지방에서는 거의가 군중 춤도 없었다. 춤을 추며 놀 겨를이 없는 것이다. 고된 노동과 굶주림은 짬이 나거나 휴일이면 잠을 자느라 정신 없게 만든다.
  
  주말에는 외국 영화도 돌려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외국 영화라야 소련, 중국 영화를 주로 한 공산권 영화들이다. 희귀하게도 인도 영화도 한두 개 틀어주어 난생 처음 보았다. 여기에 신상옥 최은희가 만든 첫 남녀 키스하는 영화, 첫날 밤 옷고름 푸는 영화 등이 선풍을 일으켰다.
  
  변화의 조짐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있다. 1982년 내가 살던 평남도 순천시 은산노동자구에서이다. 마을 청년이 빨간 나팔 바지를 입고 다녀 외계인처럼 보인 것이다. 조직 단체 강연에서 자본주의 날라리 풍을 타파하자고 열을 올린다. 이런 방식의 압력으로 반짝 나타났다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청년들의 진취성이 놀라울 뿐이다. 1989년에 나의 현지 연구 시험포였던 양강도 김정숙 풍양리였다. 이곳에 농촌 지원 온 것은 혜산 대학생들이었다. 이들 남녀 대학생들이 디스코 춤을 추는 것을 처음 보았다. 이들을 통해 연변 노래라는 <갑돌이와 갑순이> 노래도 처음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간을 살살 녹이는 애정 노래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 당시 최고 애정 노래였던 <복순이의 휘바람>은 저리 가라였다. 탈북해서 중국에 가서야 그게 남조선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변화의 조짐은 1989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처형과 동구권 붕괴 조심으로 싹 사라졌다. 권력 위기를 느낀 김 부자는 이미 자란 변화의 싹을 뭉개 버린다. 그 후 대량 아사의 고난의 행군으로 부터 지금에 이르렀다.
  
  역사상 최대의 비극 속에서 변화는 저절로 상상할 수 없게 자라났다. 무배급 속에 살기 위하여 개인 장사와 개인 뙈기밭 농사가 자리잡았다. 사실상 북한판 개혁이 주민들에 의하여 자동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또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변화는 '한류'이다. 남한 문화에 북한이 잠식될 만큼 '한류'가 자리잡은 것이다. 중국의 개혁 개방 후 금방 '한류'에 잠식된 조선족 사회처럼 말이다.
  
  배급 줄 시기에는 남조선 자만 붙어도 벌벌 떨었는데 현재는 남조선 영화를 못 본 자는 왕따가 될 정도로 급변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반동문화배척법을 비롯한 3법으로 가혹한다. 하지만 이는 장마 빗방울을 손바닥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때가 다가왔다. 문제는 남한이다. 북한을 받아들일 의지가 부족하다. '살 빼기 운동'하는 이들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8·15 해방 후 남한의 건국과 6·25 전쟁에서 신념으로 나선 것은 주로 실향민들이었다. 건국의 아버지 자체가 북한 출신이다. 지금은 탈북자들이 신념으로 나서 주인이 되어야 통일이 될 것이다. 말만 하기 전에 나부터 그래서 대북 풍선하며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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