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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머
가뜩이나 독수리라 浩然의 生覺 (회원)  |  2024-07-27

  
  자꾸 틀리고 생각이 지워져요. 친구 이야기 하나 할께요.
  
  나는 약속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틀림 없는 사람입니다. 어느 신문사 후배가 있습니다. “그래 다음달 7일에 어디서 만나자”고 하면 그것이 약속이고 믿음입니다. 우리 둘은 저나 나나 ‘저 넘은 틀림없는 넘’이라고 머리에 꽉 박혀 있기 때문에 서로를 신뢰하고 별도 연락 안 해도 일 년 전에 한 약속도 지킵니다.
  
  약속 하나를 정확하게 지키면 모든 것이 믿음이 갑니다.
  
  세상에는 흐리멍텅한 넘들이 많아요. 특히 선약(先約)을 부자집 밥 먹듯이 뭉개는 넘 말입니다. 나는 자랑 같지만 약속시간 10분 전에는 꼭 도착 합니다. 시간이 늦을 듯하면 꼭 연락합니다. 약속은 나 자신과 할 때도 있지만 상대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약속에 늦는 사람에게 이야기 합니다 .당신 회사 회장이 내일 몇 시에 만나자고 연락이 오면 당신 같은 사람은 밤새 잠 못 이루고 새벽에 일어나 목욕재계(沐浴齋戒) 하고 이발관 다녀와서 만나자는 장소 앞에서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계실 겁니다.
  
  표현이 좀 과했나요?
  
  한 가지를 보면 10가지를 안다고 합니다. 우리는 특히 가족과의 관계를 뭉게버리는 습관적인 실수를 많이 하고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하니까 여러분도 같이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촌넘입니다. 서울 친구가 이야기 합니다. “야, 너 서울 오면 밥 한번 살게, 연락해. 내 사무실로 와라.” 그런데 한양길이 어디 일 이십리 입니까? 헛말인지 몰라도 참 고마운 말씀입니다. 일 년에 한 번도 안 만날 텐데 나 같으면 어디서 만날까 내가 자네 있는 곳으로 갈게 해야 고향 촌넘에게 배려하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몇 년 전 우리 친구 단톡방에 공개적으로 공지했습니다.
  
  여러분 앞으로 고향에 올 때 큰일 아니고 간단한 볼일 있으면 차 가지고 오지 말고 KTX 타고 오면 내가 마중 가서 차 태워 볼일 보는데 동행하고 식사 한 끼라도 대접 할 테니 그렇게 공지하였고 지금까지 3명이 다녀갔습니다.
  
  하고 안하고는 각자 마음이지만 나이 들어 친구에게 작지만 베푸는 마음이라서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친구라는 이름 정감(情感)이 가는 단어입니다. 보고 싶기도 합니다.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친구끼리도 판단하고 마음에 점수를 매깁니다. 요사이는 식당가서 나올 때 운동화 끈 메는 넘보다 핸드폰 보면서 꾸물거리고 나오는 넘이 있습니다. 자기는 똑똑한 것 같지만 보는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동기회 총무를 몇십 년 하면서 모아둔 회비 달랑 해 먹고, 천연스레 낯 들고 다니며 사는 친구, 또 그런 사실을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그 친구의 그 마눌.
  
  부부교사 30년 했으면 중소기업 2개나 운영한다고 하는데 먼저 야~ 짜장면이라도 하게 친구들 한번 모아봐 라고 하지 못하는 융통성 없는 친구.
  
  30년 이상 된 강남에서 재건축도 못하고 비도 새고 샤시문도 덜렁거리는 아파트에 살면서 시세는 30억이니 40억이네 돈 자랑질 하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 따뜻한 밥 한끼 못 사고 돈 없어 쩔쩔매는 친구에게 집 줄여서 편하게 살아라고 해도 마누라가 말을 안 듣는 다나?
  
  “친구(親舊)는 동기(同期)일 수 있지만 동기(同期)라고 모두 친구(親舊)“라 부를 수 없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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