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라 문왕(文王)이 편작(扁鵲)에게 물었다. “그대의 삼형제가 다 의사라는데 누가 가장 뛰어난가?” 편작이 대답하기를 “백형(伯兄)은 병을 예방적으로 진단하고, 중형(仲兄)은 초기에 치료해 주고, 저는 병이 심해진 뒤에 치료해 줍니다. 그러니 저가 칭찬을 받게 되지만 실은 백형이 가장 훌륭합니다.” –사기열전-
한동훈의 평소 발언을 가만히 들으면 병을 키워놓고 치료하려는, 편작 같은 스타일이라 할 수 있어 보인다. 3형제 중에서 실력이 가장 부족하면서도 외려 가장 칭송받는 스타일인 것이다. ‘환자’를 빼고 그 자리에 ‘국민’을 놓고, ‘의사’를 빼고 ‘정치인’을 놓으면 실감이 날 것이다.
한동훈이 법무장관을 물러나자마자 사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사형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자기가 법무장관일 땐 사형의 사 字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타인이 법무장관을 하니 저런 발언으로써 인기를 얻는 한편 타인에겐 무거운 짐을 지운다고 비판한 적이 있었다.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한동훈, 일본도 살인 사건에 "총포·도검 소지 재점검 필요"》왜 자기가 법무장관을 할 때는 재점검하자는 발언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한동훈은 거의 매사에 이런 식이다. 자기가 담당자일 때는 언급도 안 했으면서 타인이 그 업무를 맡으면 저렇게 나온다.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면 그걸 더 부풀리면서 자기에게 관심이 모이게 하는 것이다.
총포. 도검 소지에 관한 법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진작에 느꼈다면 그때에 예방적으로 재점검을 했어야 했고, 이제야 필요성을 느꼈다면 병이 깊어진 다음에 치료하려 든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한동훈은 편작의 백씨(伯氏)같은 예방 위주의 실력자는 아니라 하겠다. 시각을 달리하면 ‘콜럼부스 달걀’ 같은 소리나 하는 스타일로 보인다.
어느날 임금이 달걀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물으니 신하들이 하나같이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이때 콜럼부스가 달걀을 깨뜨리고 세웠다. 이에 모든 신하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할 바에야 나도 할 수 있다” 해보라고 권할 땐 안 하고 있다가 남이 하면 저러는 사람들이 있다. 뒷북치는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