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가 김진현 총장님의 옥저를 소개하게 되어 영광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저는 김진현 총장님을서울시립대학교에서 모신 적이 있다. 그리하여 그냥 편하게 총장님으로 부르겠다.
대한민국은 지금 역사내전(歷史內戰)을 벌이고 있다. 성공·발전을 부각시키는 성취사관(成就史觀)과 실패·병폐를 강조하는 적폐사관(積弊史觀)의 충돌이 그것이다. 이 책은 양자를 뛰어넘는 성찰사관(省察史觀)에 충실하다. 곧 춘추필법(春秋筆法)으로 대한민국의 도약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 폐해를 호되게 비판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대한민국의 역사에 긍지를 가지고 혁신·자강하여 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2048년까지 세계문명의 중심에 서라고 설파(說破)한다.
이 책은 다른 통사(通史)와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내용 구성이 파격(破格)이다. 흔히 한국통사는 국내 사안을 일국사적 시각에서 시간 흐름에 따라 현재까지 기술한다. 그런데 이 책은 세계사적 시각에서 국내외 사안을 24년 후의 미래까지 다루었다. 명실공히 과거·현재·미래를 통시적(通時的)·통장적(通場的)으로 꿰뚫은 통합사(統合史)다.
둘째, 돋을새김 식으로 대한민국 역사의 특별한 성격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은 세계사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모범적으로 선진국을 이룩했다. 반면에 가장 극단적으로 반근대적(反近代的)·반선진적(反先進的) 문제군(問題群)도 양산(量産)했다. 보통의 개설서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사실을 나열하는 데 비해, 이 책은 각 분야의 성취에서 나타난 명암을 가려내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셋째, 비교사적 관점이 강하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역사·현실을 세계 문명의 성쇠, 각국의 역사·현황 등과 종횡으로 비교 고찰하면서 그 특수성과 보편성을 객관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신뢰할 만한 기구의 지도·통계 등을 빈번히 활용하고 국내외의 저명한 역사가·경세가·철학자·언론인 등의 언설을 부단히 인용했다.
넷째, 언론에서 단련한 지성과 통찰의 역사관을 피력한다. 이 책에는 현장감이 넘치는 독창적인 해석이나 평가가 번뜩인다. 저자가 논지를 보강하기 위해 새로 작성한 통계·지도·그림 등도 여럿 등장한다. 역사전쟁의 어느 한쪽에 서 있는 이른바 좌·우, 보수·진보 진영의 누구도 생동감에 펄떡이는 이 책의 대한민국 역사관을 쉽게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섯째,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에 투철하다. 이 책의 행간에는 국가에 대한 애정과 충성이 배어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다시 웅비(雄飛)하기를 바라는 노심초사(勞心焦思)가 가득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대한민국의 생존방략을 제시하고 존속 가능한 역사관 수립을 제창한다.
여섯째, 실천적 메시지가 강하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지금 존망(存亡)의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고 국민의 반성과 참회 그리고 개혁과 자강을 촉구한다. 나아가 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2048년에 세계문명의 중심에 설 것을 갈망(渴望)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정쟁을 일삼는 정치인이 대오각성(大悟覺醒)하라고 일갈(一喝)한다.
요즘 한국사 독자는 사실의 나열로 가득찬 밋밋한 통사에 싫증을 낸다. 그런데 이 책은 90평생의 온축(蘊蓄)으로 다져진 성찰사관에 입각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생동감 넘치게 묘사했다. 따라서 독자의 지적(知的) 호기심을 자극하고 국민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고무(鼓舞)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다만 이 책은 비교 자료로서 동서고금(東西古今)의 각종 통계·지도·경구(警句) 등을 자유자재(自由自在)로 구사(驅使)하기 때문에 일반 독자는 머리가 조금 복잡해질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옆에 두고 대한민국의 장래가 걱정될 때마다 다시 읽고 행간의 뜻을 음미하기 바란다. 그럴 경우 저의 이 책 소개가 길잡이가 된다면 다행이겠다.
끝으로 총장님께 한 말씀 올리겠다. 총장님은 현재 총체적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이 정부 수립 100년을 맞는 2048년까지 존속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이 책을 쓰셨다. 총장님께서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게 사셔서 앞으로 펼쳐질 대한민국 24년의 역사까지 모두 지켜보고 이 책의 증보판(增補版)을 출간하기 바란다.
정재정(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 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