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동아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한국 복싱, 죽지 않았다”》내용은 임애지 선수가 파리올림픽 복싱에서 첫 승리를 했다는 것이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렇긴 하나 한국 복싱이 어쩌다가 “죽지 않았다”는 말로써 위안 삼게 됐는지 서글프다. 여하튼 오늘 축하주를 한 잔 하긴 해야겠는데 초하룻날이라 조심이 생긴다. 기독교 신자가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듯이 나는 초하룻날에 근신(勤愼)하는 버릇이 있다. 초하룻날의 몸가짐이 그 한 달을 좌우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에 난 심판의 채점표를 보니 어느 심판 한 사람은 오심(誤審)을 냈다. 아마튜어 복싱 심판에게 오심을 낸 것은 가장 큰 불명예이다. 연맹이 오심 낸 심판을 체크해 두었다가 다음 대회에 그에게는 심판 위촉을 안 한다. 심한 경우에는 당해년도 1년 동안 단 한번도 심판 위촉을 안 해 줄 때가 있다. 때로는 심판장에 따라 당일 하루 내내 레프리(주심)로 올려주지 않고 겨우 부심이나 배정하여 징계하는 심판장도 있다. 그러면 동료 심판들 보기가 부끄러워 달아나고 싶어지지만 달아날 수도 없다.
경기가 아주 고부고부 게임일 때 甲이 이겼다고 판정해도 그만. 乙이 이겼다고 판정해도 그만인 경우가 있다. 이때 자기 혼자서만 갑이 이겼다고 판정하여 오심을 낼까 두려워 채점을 하지 않고, 앞쪽이나 옆쪽에 앉은 부심에게 눈짓으로 “넌 어느 쪽이니?” 묻는다 .그러면 그 부심이 오른쪽 눈이나 왼쪽 눈을 찡긋하는 것으로 어느 선수를 찍었는지 신호를 보내준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 경우에 저러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마튜어 복싱의 심판은 매 경기당, 여섯 명으로 프로와 달리 주심은 채점하지 않고 부심 5명만 한다. 다섯 명 중에서 4명이 갑이 이겼다고 판정하는데 나머지 한 사람이 을이 이겼다고 판정하면 4:1로써 오심을 낸 것이다. 저 경기의 채점표를 보니 마음먹고 오심을 낸 것으로 여겨진다.
채점표가 이렇다. 甲의 채점표는 30점 대 27점. 乙도 30:27. 丙도 30:27. 丁도 30:27점인데, 戊는 거꾸로 27:30이다. 30점대 27점이면 원사이드 게임(일방적 경기)에 해당한다. 올림픽이 아니고 국내 경기였다면 진작에 RSC(프로는 TKO)선언해야 할 경기이다. 오심을 내더라도 30점:29점으로써 오심을 낸 것은 실수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기 혼자만 거꾸로 27:30으로 낸 것은 의도적 오심으로 보아 틀림이 없다. (참고로 이전에는 지금처럼 30점이 아니고 20점이었음 20:18의 경기를 RSC로 중단시키지 않으면 그 또한 무능한 심판으로 낙인되었음)
국제올림픽위원회가(IOC)가 아마튜어세계복싱연맹(AIBA)과 갈등 끝에 아이바를 배제하고 급조된 경기단체에 파리올림픽 복싱경기를 주관해 달라 맡기더니 이 꼬라지가 난 것이다. 심판이야 내나 같은 심판이겠으나 경기단체는 파리올림픽이 끝나면 사라질 단체다. 어느 심판이 그런 단체에 충성을 다하여 고결하게 점수를 매기겠는가?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아마튜어세계복싱연맹을 푸대접하더니 오지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피해는 선수가 본다. 윤석열과 한동훈이 다투니 애꿎은 우익이 총선에 졌듯이.
PS: 오심을 엉뚱하게 이렇게 해서 내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헤드기어. 글러브. 복장이 청코너 선수이면 일괄 청색으로, 홍코너 선수는 적색으로 마춘다. 이전에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심판이 두 번 주의(CAUTION)을 주었으면 세 번째는 반드시 경고(WARNING)를 주어야 한다. 워닝을 한 번 받으면 그 경기는 진 경기로 보면 된다. 그만큼 워닝이 중요한데 심판이 주의를 어느 선수에게 주었는지 기억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세번 째도 워닝이 아닌 주의를 주게 된다. 그래서 워닝을 받아야 할 선수가 워닝을 안 받아서 이기는 경우가 있다. 상대 선수는 얼마나 억울하겠나?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8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청코너 선수이면 푸른 띠를 허리에 두르고, 홍코너 선수는 붉은 띠를 둘려서 심판이 기억하기 쉽도록 했다. 이제 더 발전하여 허리띠는 버리고 헤드기어. 글러브. 유니폼을 코너의 색깔에 맞추어 착용한다. 엉뚱한 오심이 줄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