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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의평원 흔들기...돌팔이 양성하라는 건가? 의평원 '정원 늘어난 30개 의대에 대해 6년간 매년 평가하겠다'고 하자, 교육부 즉각 '유감' 표시 조샛별(조갑제닷컴)  |  2024-08-01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입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과대학에 대해 향후 6년 동안 매년 주요 변화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교육부가 유감의 뜻을 나타내며 ‘보완 지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육 여건에 대한 주기적 평가·인증을 담당하는 의평원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태이며, 노골적인 의평원 흔들기가 아닐 수 없다.

 

세계의학교육연맹(WFME)의 인증을 받은 의평원은 국제적 수준에 맞는 양질의 의학 교육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의평원의 고유 업무에 대해 교육부가 간섭하고 나선 것은 증원된 의대들이 인증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자인한 것과 마찬가지다. 

 

 

의평원, 정원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 6년간 매년 평가


의평원은 30일 오후 의학교육 평가인증과 관련해 ‘주요 변화 평가 계획(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의평원은 입학 정원이 10% 이상 증가한 3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부터 6년 동안 매년 주요 변화 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평원은 대규모 의대 증원이 학생 선발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연차별로 의학교육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의대교육과정 6년 내내 주요변화평가를 실시해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평가는 의평원이 2019년에 마련한 ‘ASK2019(의평원 평가 인증 기준)’의 92개 기본 평가항목 중 51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의평원은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에 대해 92개 항목 중 15개를 적용해 평가했는데 이번에는 항목을 51개로 늘렸다. 


의과대학은 통상 2~6년 주기로 정기·중간 평가를 받는데, 이와 별도로 입학 정원이 10% 이상 증원되는 등 의학 교육에 ‘주요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에는 의평원에 주요변화 계획서를 제출하고 인증 평가를 받아야 한다. 고등교육법, 의료법 등에 따라 의평원의 인증을 받지 못한 의과대학은 여러 제재를 받는다. 해당 의대 졸업생의 의사면허 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박탈되거나, 신입생 모집 정원 축소·및 중단, 최악의 경우 폐교될 수도 있다.


평가 대상 대학은 8월 31일까지 주요변화평가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이후 각 대학은 학생·교원 수, 시설, 교육병원 현황 및 계획, 재정 조달 계획 등이 반영된 주요변화계획서를 작성해 신입생 입학 시점인 2025년 3월 1일의 3개월 전인 2024년 11월 30일까지 의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의평원은 이를 바탕으로 서면평가와 방문평가를 진행해 내년 2월까지 평가를 마칠 예정이다.

 

 

교육부, 노골적으로 불쾌감 드러내


이런 의평원의 평가 방침에 대해 교육부는 즉각 유감의 뜻을 밝혔다. 기존 의평원 주요 변화 평가는 92개 기본 평가항목 중 15개 항목에 대해 1회 실시됐으며, 주요 변화 계획서 제출 기한도 신입생 입학 시점으로부터 1개월 전까지였다는 것.


교육부는 “많은 대학은 의평원 평가 계획(안)이 평가 항목의 과도한 확대, 일정 단축 등으로 준비에 큰 부담이 되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평가에 반영할 수 없는 점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대학의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며, 이런 상황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의대에 대한 (의평원) 주요 변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 의견 등을 바탕으로 주요 변화 평가 계획(안)을 심의해 결과에 따라 이행 권고 또는 보완 지시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덕선 의평원 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평가 지침은 지난 2017년 서남대 의대가 폐교한 이후 (서남대 의대생을 흡수하는 다른 의대들이)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었다”며 “이 지침을 만들 때만 해도 한 학년의 정원이 200~300% 증원된다는 상상을 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증원이 전례 없는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안덕선 의평원 원장(연세대 의대 교수) 원장은 “의대 정원이 기존의 2∼3배 이상 늘어났을 때 과연 증원 전과 동일한 수준의 의학교육이 제공될 수 있을지에 대해 국민이 우려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가 의대에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닌 각 의대의 준비 상황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계속되는 의평원 흔들기, 돌팔이 교육 원하나?


교육부의 의평원 흔들기는 처음이 아니다. 7월4일 교육부 차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평원 원장이 의학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해 근거 없이 예단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해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당초 설립 목적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역할을 수행해주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평원 원장의 언론 인터뷰를 겨냥해 차관이 직접 나서 공개 저격한 것도 이례적인데, 교육부는 더 나아가 의평원의 이사회 구성 변화와 평가 항목에 대한 사전 심의까지 요구했다. 


현재 22명으로 구성된 의평원 이사회 중 18명은 의대교수 등 의료계 인사이고, 나머지 4명은 보건복지부·언론계·법조계·교육계 인사다. 교육부는 의사 비율을 낮추고 그 자리를 소비자단체 등의 인사로 채우려고 한다. 의료계는 이사회를 정부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 의평원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미국·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의평원의 의사 비율은 높지 않다.  일본 의학교육평가기구 JACME(Japan Accreditation Council for Medical Education) 이사회는 전체 구성원 19명 중 18명이 의사 출신이다. 이사회에서 의사가 아닌 구성원은 의료인권센터 이사장이 유일하다.


미국 의과대학 평가 인증기구인 LCME(Liaison Committee on Medical Education) 이사회는 의학 교육자 또는 개업의로 미국 의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정통한 전문위원 17명, 공익위원 2명, 학생위원(의대생) 2명으로 구성된다. 의결권을 가진 21명 중 16명이 의사다. 나머지도 약사, 의대생 등으로 전체 구성원 중 의료계가 아닌 인사는 사회학과 교수 1명 뿐이었다.


두 기관 모두 의평원과 마찬가지로 세계의학교육연맹(WFME)으로부터 인정받은 의학교육 인증기관이다.


교육부의 이런 요구에 대해 의평원은 그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의평원의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관’ 재지정을 빌미로 의학교육 평가 기준, 방법 등을 사전에 심의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재지정은 5년마다 이뤄지는데 지난 5월 의평원은 2029년까지 의학교육 평가인증 기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재지정 되었다. 다만 재지정 이후에도 교육부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의평원은 최근 “교육부가 주요변화 계획서 평가의 기준, 방법 및 절차 등 변경 시 교육부 인정기관심의위원회로부터 사전 심의를 재지정 조건으로 통보해왔다”며 “평가 기준과 방법 절차 등은 사전 심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준, 방법, 절차를 변경할 때마다 사전에 심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정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건 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의평원이 자율적으로 독립적으로 고유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게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의평원의 존재 이유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아무 대학에서 돌팔이 교육을 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런 의평원을 압박해 평가 기준을 느슨하게 할 것을 요구하는 게 교육부가 할 일인가? 교육부는 의대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바라나? 돌팔이 의사라도 그냥 대충 양성하면 된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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