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레바논 全域에서 무장단체 헤즈볼라 요원들의 무선 호출기가 폭발한 데 이어 어제는 휴대용 무전기(워키토키)까지 폭발, 최소 30여 명이 죽고 30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이 무전기에는 일본 무선 장비 제조업체 아이콤(Icom)의 상표가 붙어있었다.
일본 회사 아이콤은 성명을 통해 “레바논에서 Icom 로고가 붙은 무전기가 폭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현재 이를 둘러싼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가 확인되면 自社 웹사이트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어제 폭발한 무전기는 아이콤의 모델 IC-V82와 비슷한 형태였는데, 이 모델은 2014년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헤즈볼라는 어제 폭발한 휴대용 무전기를 이틀 전에 폭발한 무선 호출기를 구입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구입했다고 한다. Icom 측은 어제 폭발한 무전기가 진품이 아닌 僞造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은 공인 유통업체를 통해서만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아이콤은 이전에도 시중에 유통되는, 斷種된 모델의 위조 제품에 대해서 경고한 바 있다. 단종과 함께 전용 배터리도 생산도 중단했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단종된 Icom 회사 제품으로 위장한 사실상의 폭탄 무전기를 만들어
헤즈볼라를 속여 납품, 어제 폭파 단추를 눌렀다는 이야기이다.
레바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 헤즈볼라 요원과 관련자 2800여명의 사상자(레바논 보건당국 기준)를 낸 무선 호출기(삐삐)를 만든 것으로 의심 받는 헝가리 업체도 사실은 이스라엘이 수년 전 설립, 운영한 공작용 ‘위장 회사’일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이스라엘 정보 당국 관련자들을 취재하여 보도했다.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한 헤즈볼라 전용 호출기에는 대만 기업인 ‘골드 아폴로’의 상표가 부착돼 있었다. ‘골드 아폴로’는 그 직후 “유럽 제휴 업체에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우리 브랜드를 붙인 것이며 우리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호출기를 만든 회사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의 ‘BAC’를 지목했다. 그런데 이 공장을 운영한 주체가 이스라엘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의 호출기에 폭발 장치를 어떻게 심었는지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는데, 이스라엘 당국이 아예 공장을 만들고 실제로 운영을 하면서 수주를 받아 ‘폭탄 삐삐’를 만들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BAC는 평상시엔 일반 업체와 같이 주문을 받고 정상적인 제품을 제조했다고 한다. 그러다 헤즈볼라가 주문을 넣었을 때만 폭약 등을 심어 폭파용 무선 호출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공장은 헤즈볼라가 주문한 무선 호출기의 배터리 표면에 강력한 폭발 물질인 PETN을 발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폭탄 삐삐’는 2022년 여름 처음으로 레바논에 소량 배송됐고, 올 초 헤즈볼라가 휴대폰 사용을 금지시키고 호출기 사용을 독려하면서 수천 대가 제작돼 레바논에 팔렸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이런 무선 호출기를, 언제든 적당한 때에 누를 수 있는 ‘버튼’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헤즈볼라가 무선 호출기를 쓰도록 부추긴 것 또한 이스라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헤즈볼라는 휴대전화가 이스라엘에 추적당하기 쉽다며, 휴대폰 대신 무선 호출기를 쓰도록 결정했는데 그런 불안감을 퍼뜨린 것이 이스라엘 정보기관이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휴대폰을 해킹해 원격으로 마이크와 카메라 등을 작동시켜 소유자를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아랍권에 퍼졌다. 이후 헤즈볼라와 그 동맹세력 사이에서 그 어떤 휴대전화 통신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소문이 확산, 무선 호출기가 다량 배포됐다고 한다.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무선 호출기는 기지국으로 어떤 정보도 보내지 않아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는다. 개인 정보 보호에 유용하다는 뜻이다. 무선 호출기는 휴대전화와 달리 GPS(위성항법장치)가 내장되지 않아 위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다.
이렇게 하여 헤즈볼라가 무선 호출기를 주문하도록 만들고 거기에 폭약을 심은 뒤 납품, 사용하게 한 뒤 폭파 단추를 눌러 수천 개의 폭탄이 원격조종으로 터지게 했다는 이야기는 어떤 공상소설이나 첩보소설보다 기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