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빤스런’이란 말이 있다. 팬티를 뜻하는 빤스와 달아나는 것을 뜻하는 영단어 런(Run)의 합성어로 자존심과 책임감을 내다버린 채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친다는 뜻이다. 이 빤스런의 대표적인 인물이 세월호 선장이다.
이 빤스런이란 말은 강화도 해병대 총격 사건 때 총소리를 듣고 속옷 차림으로 소초에서 뛰쳐나와 부대 앞 해안도로와 민가 쪽으로 등 여기저기로 정신없이 도망쳤던 일부 해병대원을 두고도 사용되었다. 총소리만 듣고 무책임하게 도망부터 친 그 행동은 빤스런이란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2021년 인천시 서창동의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 갈등으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도망친 여경(女警)을 두고도 빤스런이라는 말이 나왔다. 현장 경찰관이 무책임하게 도망치는 바람에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 피해자가 칼을 맞은 채 무장 가해자와 대치하고 피해자 가족 가장이 가해자를 제압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근데 황당하게도 이 빤스런이라는 단어가 이재명 재판과 관련하여 사용된 적이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된 재판을 맡았던 강규태 판사가 그 빤스런의 주인공이었다. 법적으로 6개월 이내에 끝내도록 되어 있는 선거법 재판을 1년6개월이나 질질 끈 것도 무책임한테 판결 선고하는 것이 겁이나서 막판에 사표내고 줄행랑쳐 버린 이 사건을 두고 ‘강규태 빤스런’이란 말이 많은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요즘 언론이나 방송을 보면 이재명의 정치생명이 11월에 끝난다는 듯이 말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재판 선고일과 위증교사 선고일이 모두 11월 15일, 25일로 잡혀 있기 때문에 이재명은 이제 끝났다는 것이다. 솔직히 내 개인적인 의견은 판결문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빤스런 판사’가 강규태 한 명 뿐이겠나? 지금 들리는 말로는 이 두 재판의 담당 판사가 서로 선고일을 뒤로 잡으려고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관행상 10월 말에 선고해야 하는데 11월 15일로 뒤로 빼니까, 나머지 사람은 그기서 10일 더 뒤로 늦추었다고 한다.
‘빤스런 선장’하고 ‘빤스런 판사’하고 무슨 차이가 있나?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점에서 똑같은 거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판스런 판사’를 세월호 선장 시켰으면 틀림없이 혼자 살겠다고 먼저 도망쳤을 것이다. ‘빤스런 선장’을 판사 시켰으면 재판을 하염없이 질질 끌면서 진영 눈치나 보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마지막에 사표내고 도망쳤을 것이다.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가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며 수양을 하는 이유는 세월호 선장 같은 저런 인간 안 되기 위해서이다.’
저 말에서, ‘세월호 선장’이란 단어를 빼고 대신에 ‘강규태’를 넣으면 지나친 비약이 되는 건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용기,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었던 세월호 선장에게 했던 저 말을 대한민국의 판사들이 듣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비겁하고 무책임한 쫄보 판사들에 대한 국민의 인내가 한계점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