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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내 어릴 적 예배당은 나는 예수쟁이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浩然의生覺 (회원)  |  2024-10-04
마룻바닥엔 하얀 뺑기줄로 남녀 자리가 구분되어 있었다.
  
  마룻바닥이라 교회 양쪽에는 방석을 쌓아 놓고 있었고 겨울철엔 난로에 코크스라고 석탄에 진흙을 섞어 만든 연료로 난방을 하였다. 더 오래전에는 남녀(男女)를 분리하는 커튼이 중간에 있었다고 한다. 들어오는 출입문도 왼편은 남자 오른편은 여자 출입구였다.
  
  강대상 뒤쪽에는 십자가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고, 우리는 어린 나이에도 강대상에는 무서워 올라가지 못했다. 헌금 시간에는 기다란 작대기에 천으로 된 헌금 바구니를 사용해서 잠자리채라고 했다. 예배당 앞에는 풍금이 있었고, 창호지로 된 찬송가 가사를 적어놓은 괘도가 있었다.
  
  그때는 문맹자가 많아 찬송가 곡이 아니라 가사 전달이 먼저였고, 모든 예배는 은혜로웠고 매시간 성령님이 함께 하셨다. 예배당 마당에는 종탑이 있어서 예배 시간 30분 전에 치는 종은 초종이라고 하고, 시작 시간에는 재종이라고 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부인 집사님들은 집에서 성미라고 하여 쌀을 가져다가 예배당에 성미함(誠米函)에 바쳤다.
  
  그때는
  
  헌금은 드린 게 아니고 바쳤다. 예배 시간에는 엄숙하고 경건했다. 성도들끼리는 서로 예수쟁이라 특별히 사랑이 돈독했다. 부흥회를 하면 일주일씩 했다. 부흥사 목사님의 권위는 대단했다. 목소리는 뱀장사 같이 굵직했고 성도들 혼도 내고 그랬다.
  
  당시 호텔이나 숙박 시설이 부족해 부흥사 목사님은 주로 성도들 집에 유하게 되는데 서로 자기 집에 모시고 가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흰색 저고리에 검정색 치마를 입으신 전도부인이라고 계셨다. 교인 집에 심방 갈 때는 목사님을 따라다니셨다.
  
  외할머니는 성경 읽고 싶은 게 소원이 셨는데, 어리고 철없이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할머니에게 한글 가르쳐 드리지 못한 게 정말 죄송하고 가슴 아프다.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다녔으니 모태 신앙이라고 하면 맞다.
  
  당시 주일날 교회는 학생들도 많았다.
  
  교회에 헌금하면 하나님이 쓰시는 줄 알았다. 그렇게 배웠고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하나님이 직접 쓰시는 건 아니고 회계 집사님이 그 헌금 가지고 교회 운영하고 월급 주고 차량 기름 넣고 주방 식당에서 밥도 하고 가끔은 구제도 합니다.
  
  어릴 때 거짓말하면 하나님이 녹음기로 녹음하여 나중에 심판 한다고 했다. 나는 설마 어떻게 이 넓은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부 녹음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지금 세상에 나온 AI를 보고 하나님은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임을 알고 궁금증이 풀렸다.
  
  
  주일학교 학생회 등을 다니며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배웠다. 교회 종소리를 듣고 찬송과 기도로 주님의 임재 하심을 믿었다. 교회의 십자가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고 목사님은 주님의 종이라고 배웠다.
  
  교회의 목사님을 담임 목사라고 부르는데 학교에도 담임 선생님이 계신다. 학교 담임 선생님은 우리 반 학생의 이름과 형편과 처지를 잘 알고 계신다. 담임은 언제든지 가까이서 만나고 상담도 받고 언제나 가까이 계신다.
  
  그런데
  
  서울에 삐까번쩍한 대형교회 목사님도 담임 목사라고 부른다. 내 생각엔 그 목사님을 부를 때는 회장 목사님으로 부르는 게 맞는 말이다. 그분은 구름 위를 걷는 분 같습니다.
  
  
  교인 한 사람 한 사람 형편도 모르실 것 같고, 회장 목사님은 비서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시는 데 회장 목사님은 교회에 나올 때는 경호원들이 함께하며 무전기를 소지한 집사님들이 골목골목 기다리며 목사님 어디쯤 가신다고 무선 중계를 한다.
  
  그 회장 목사님은 기분이 매우 만족하실 것 같다.
  
  개기고 버티면 해결해 주신다.
  
  한국 교회에 세습 금지법이란 게 있는데 대형교회의 그 회장 목사님은 굳이 자기 자식을 후임으로 맡기려고 한다. 교회 돈으로 자식 유학 보내고 훌륭하게 키웠으면 얼마든지 자립할 텐데 꼭 말썽을 일으키며 한국 교회를 시끄럽게 해야 하는 줄 모르겠다.
  
  내 생각엔 하나님 앞이나 성도들 앞에서 디기 부끄러울 것 같은데 두꺼운 철판이 깔린 것 같다. 성도들이 성토하고 재판해도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강한 자가 살아남는 자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사람이라는 진리를 터득하신 것 같다.
  
  자식 앞장 세우고 은퇴라고 말씀하신다. 은퇴가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내 생각엔 수렴청정 하시는 것 같다.
  
  세월이 가면 잊혀질 걸 “역시 개기는 자가 승리했다”고 자만 하고 계실까?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아멘 으로 화답한다. 또 강남의 어느 대형교회 목사님 미국 학위 진위 여부 때문에 시끄러웠지만 개기고 버티셔서 승리했잖아요. 이대로 쭉 정년까지 가시면 퇴직금 100억 정도는 따논 당상 같습니다.
  
  갑자기 찬송가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주만 따라 가오리니 어느 누가 막으리까 죽음인들 막으리까’
  
  목사님은 아골 골짜기도 아닌데 시골 교회는 굳이 가지 않으려고 하십니다.
  
  예배당은 없어지고 교회만 있다. 옛날엔 예배당 십자가 밑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지금은 교회 모니터 앞에서 예배를 봅니다. 드리는 예배에서 보는 예배로 바뀌고 있습니다. 집에선 스타 목사님 서칭하여 유튜브로 침대에서 설교 듣다가 잠이 듭니다.
  
  옛날엔 주일 예배 대표기도 시간에 장로님 나오셔서 기도를 드렸는데, 지금은 장로님 나오셔서 기도를 읽고 있습니다.
  
  어느 장로님은 미사여구(美辭麗句) 를 사용하여 이렇게 기도를 드린다.
  
  “지금도 살아 계셔서 우주와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기도를 듣고 있는 나는 “지금도 살아 계신다”란 대목에서 갑자기 그게 아닌데 생각이 든다.
  
  “하나님 여호와” “야훼의 하나님” 구약 시대에는 감히 쳐다볼 수 없는 분을 그 장로님은 극존칭을 쓰는 것까지는 좋은데 “지금도 살아 계신다.”는 현재형(形)을 사용하시면 장래는 어떻단 말입니까?
  
  지금 우리나라는 이념의 갈등으로 분열 되어있다. 지도자 특히 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자기의 정체성을, 분체성을 밝혀야 합니다. 특히 좌인지 우인지 정치적인 노선 말입니다. 영적 지도자의 방향이 어느 쪽이지 나와 신앙 노선이 같은지도 알아야 하고 과거에는 그냥 십자가 걸린 교회에 나가면 되는데 요사이는 교회를 정할 때 가나안을 정탐하듯 교회 투어를 해야 합니다.
  
  옛날에는 예수쟁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때 그 소리가 그립습니다. 쟁이 라면 다 같은 한 편인 줄 알았는데 “강남에 살면서 S 교회 다니고 단발머리 한 권사님”을 시어머니로 만나면 조심해야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장래 목사님이 될 신학교에서 시험 볼 때 컨닝을 한단다. 강남의 어느 교회는 노조가 있다는걸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어느 대형교회 한 주일 십일조 헌금이 8억6천만원, 한 주일 헌금 합계가 11억7백만 원 이랍니다.
  
  교회 헌금 종류가 십일조 외 85가지가 넘는다는 것도 아십니까?
  
  그 헌금 종류 만든 사람 마태보다도 능력 있는 사람 같네요. 국세청 특채하면 우리나라 세수 걱정 없겠습니다. 교회에서는 일일이 컴퓨터로 이름과 금액을 적습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직원을 뽑아 월급도 줘야 합니다. 우리 나라에도 얼마 전부터 미국식 크리스찬이 상륙해 있답니다. 예수쟁이는 술을 먹어도 남 눈치 보고 하는데, 이 미국식 크리스찬은 술을 이빠이 먹고도 자랑하고 다니고 할 것 다하고 불교 신자들 사월 초파일 절에 한번 가면 불교 신자이듯이 교인도 그런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아들이 목사라고 천국 보장 없듯이, 아들이 의사라고 죽음을 막진 못합니다.
  
  나는 예수쟁이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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