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6일 조선일보에 실린 <충북대 총장 "의대 정원 4배 늘어도… 교육 질 안 떨어질 자신 있다">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는 언론이 이렇게 보도하면 안 된다는 교재로 삼을 만하다. 제목과 부제목은 온통 고창섭 총장의 호언장담 선전문구이다. <의대 증원 폭 전국 최대 충북대 고창섭 총장 인터뷰>란 副題 옆에 최소한의 異見 표시도 없었다. 정원을 한 해에 네 배 늘어도 문제가 없다는 말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고 폭력적인데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제목으로 올려주는 것이 사실확인을 생명으로 여기는 기자정신일 순 없다. 기자정신의 반대말은 맨정신이란 농담이 생각 난다.
이 인터뷰 기사는 시종일관 고 총장 주장의 중계방송 수준이다. 고창섭 총장은 "충북 지역은 의사 수는 가장 적고 필수·응급 의료 부족으로 사망한 환자 비율은 전국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라며 “충북의 숙원 사업인 의대 증원을 정부가 지원해 준다는 데 기회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의대 증원은 낙후한 지역 의료를 살릴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라며 “의료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준비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지역의료가 붕괴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 진료권역 제도를 폐기, 지역환자가 서울로 몰리도록 한 때문이다. 정책실패 때문이지 의대 정원을 늘려서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조선일보는 비판 없이 이렇게 설명한다.
<충북대 의대는 정원이 49명밖에 되지 않는 ‘미니 의대’였다. 정부는 내년도 충북대 의대 정원을 200명으로 4배 이상 늘리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전국 의대 중 증원 폭이 가장 크다. 1년 만에 서울대(135명)나 연세대(110명) 등 기존 ‘메가 의대’보다 덩치가 커지는 셈이다.>
인터뷰에서 고 총장은 “증원에 대비해 이미 계획을 철저히 준비해 놓았다”고 했다. 그는 “의대 강의실 등 부족한 공간 문제는 기존의 의대 2호관 건물을 2개 층 증축하고, 오는 9월 개관하는 오송 캠퍼스를 이용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며 “2호관은 애초 증원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건물인 만큼 공간 문제가 생기진 않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고 총장은 또 “이것도 부족하다는 얘기가 있으면 의대 1호관까지 증축하겠다”고 했다.
해부학 실습실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해부학 실습실에 실험대 10개가 있는데 공간을 확대해 3~4개를 추가로 놓고 똑같은 크기의 실습실을 하나 더 만들 것”이라며 “종합실험실 등 실습 공간도 이런 방법으로 늘려 부족함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의대 교수(현재 131명)도 100명 정도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했다. 고 총장은 “시설비 등으로 약 400억원 안팎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내년 예과 1학년으로 들어오는 200명 신입생이 본과 실습을 시작하는 2027년 전에 충분한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그는 ‘의대 증원’ 이외에도 ‘지방대 개혁’ 등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홍보기사 같은 내용을 덧붙였다.
그런데 지난 10월18일 고창섭 총장은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예정돼 있는 의대 4·5·6호관과 해부학 실습동이 신축된다면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시설들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주차장 부지에 대체 교실을 마련해 수업을 할 예정이다."
민주당 김문수 의원은 고 총장에게 "충북 의대를 다녀와 보니 200명 교육은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지적하자 총장은 "의대생 수용 공간 완공 전까지 주차장 부지에 임시 교실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다. 현재 충북대 의대의 정원은 49명이지만 내년에는 125명, 내후년부터는 200명으로 증원된다. 전국 의대 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다. 이에 충북대 의대 교수들은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반발해왔고 고 총장은 "가능하다"며 정부를 지지해 충돌을 빚어 왔는데 국회에서 몰린 것이다.
김영호 위원장(감사반장)은 “아까 현장을 방문했는데, 비전문가로서 느낀 것은 충북대 의대는 (신입생 50명)정원에 맞춰서 건물도 짓고 교수진들도 딱 50명 정원에 맞춰 준비된 의대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50명 정원으로 맞춰 놓은 건물, 교수진들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면 신축을 통해 만들어내겠지만 3~4년간은 불가피하게 엄청난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총장의 태도는 너무 여유롭다. 대통령실 관계자같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민주당)은 “충북대 총장이 의대생에게 보낸 학사 안내를 보면 의예과 1학년들에게 쓴 당부사항, 2학기 미등록 시 제적(재입학 가능성 없음), 2학년들에게 보낸 당부사항, 2학기 미등록 시 제적(재입학 가능 여부 불학실), 이게 총장이 쓴 거 맞는가”라고 물었다.
고 의원은 “총장이 저 문서를 처음 본다고 하니 오히려 말하겠다. 너무 폭력적이지 않는가, 학생들을 다시 돌아오게끔 만들려는 스승의 노력이 보이는가. 학생들을 협박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국회 교육위 청문회에서도 고창섭 총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준혁 위원(더불어민주당)과 정성국 위원(국민의힘)은 "정부가 국립대 전임교원을 3년 간 1000명 늘린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에 증인으로 나온 배장환 前 충북대 비대위원장은 "전임 교원을 늘린다고 하는 건 신규 인력을 발령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총장 발령으로 있던 기금교수를 전임교수로 옮기는 것에 불과하다"며 "數가 느는 게 아니라 직급 변경만 생긴다"고 주장했다. 고창섭 총장은 "우리 대학에는 기금교수가 17명뿐이다. 최소한 150명 내외 증원을 기대하고 있다. 의대 교수 정원이 137명이고, 사직서를 낸 분은 명예퇴직 2명, 의원면직 2~4명 뿐이다"고 했다. 배장환 前 비대위원장은 "총장께서 전임교수 2명만 사직했다고 했지만 병원의 주축이 되고 교육을 담당하던 교수들은 다 나가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심장내과 교수 10명 중 2명은 은퇴급에 가깝고, 7명의 워킹 교수 중에 저를 포함해 3명이 사직했다. 2명이 임상 교수다"며 "있는 사람도 나갈 판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0월 20일 SNS에 "국립대 총장이라는 분이 해부학 실습을 주차장에서 하겠다고 거리낌 없이 말씀하신다. 이건 시신(屍身)을 좋은 의도로 기증해 주신 기증자한테도 누(累)가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사 출신인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에 예상되는 1학년) 7500명 교육은 이론 수업만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조선일보가 후속 취재를 하여 충북대 총장의 인터뷰 발언 중 사실과 다른 점을 밝히고 독자들에게 사과하는 게 맞다. 他者에겐 걸핏하면 사과를 요구하는 조선일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