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尹錫悅) 대통령이 지금처럼 의료 대란을 수습하지 않고 퇴임할 경우 역사는 이 정권을 어떻게 평가할까. 청와대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청와대 이전’으로 칭한다)에 따른 국가 지휘부 기능의 약화와 함께 가장 큰 실정(失政)으로 꼽히게 될 것이다. 의료 대란은 한국인이 누렸던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앗아가고,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부작용은 경호사고나 전쟁지휘 능력의 약화, 또는 친북좌파(親北左派)에 의하여 세종시로의 천도(遷都)에 이용당할지 모른다. 민족사의 정통성을 놓고 총체적 권력투쟁을 벌이는 남북 관계에서 정통성의 중심인 서울을 수도로서 포기하는 쪽이 지게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포장되었던 ‘청와대 이전’은 현재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 대통령실이 세 군데로 쪼개졌다. 주인이 이름도 지어주지 않는 용산 대통령실, 한남동 관저, 그리고 수시로 사용하는 청와대의 행사장(영빈관 및 상춘재). 국군통수권자로선 거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됨으로써 경호 병력의 낭비는 물론이고 동선(動線) 노출로 늘 저격 사정권에 놓여 있다.
● 국방부는 독자적인 건물을 갖지 못하고 합참건물로 이사를 가 동거하고 있다. 전시(戰時) 지휘부인 대통령,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인접, 적의 공격에 취약하다. 합참은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쪽으로 옮긴다는데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 외교부 장관 공관은 외국의 고위 외교관을 접대하는 특수한 기능을 가진 곳이었는데 대통령 부부가 살겠다고 밀고 들어가는 바람에 삼청동의 비서실장 공관으로 옮겼다가 최근 다시 궁정동의 옛 경호처장 관저로 이사를 갔다(거주동만 옮기고 행사동은 비서실장 공관에 그대로 두어 기능이 쪼개졌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관이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다.
● 세종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대통령 제2집무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공약으로 여의도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고 세종시를 정치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가 종북적 사상의 소유자라면 충청도 표를 노리는 것처럼 하면서 세종시의 제2집무실을 제1집무실로 이용, 상근하겠다고 공약, 당선되어 이를 실천하면 서울엔 일부 부처와 대법원만 남게 되어 수도로서의 기능을 잃게 된다. 소매치기 식의 천도에 성공하는 식이다. 남쪽으로 천도하여 망한 고구려, 백제의 전철(前轍)을 밟게 될지 모른다. 서울 對 평양의 대결에선 서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평양 對 세종시의 상징적 대결에선 세종시가 밀릴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에서 두서(頭緖)가 없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국격(國格)에도 기능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실 공간의 영향이 크다.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대통령 당선인이 밀어붙였던 대통령실 이전의 무모성[또는 무도성(無道性)]은 아래와 같이 비유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트럼프가 갑자기 “백악관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다. 들어가지 않겠다. 펜타곤으로 가겠으니 국방부는 두 달 안으로 방을 빼라. 나의 숙소는 블레어 하우스로 할 테니 영빈관은 따로 지으라”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취임도 하기 전에 쫓겨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청와대 이전이 박수를 받으면서 진행되었다. 특히 언론의 견제가 전무했다.
그런데 지난 9월 20일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공사비 대납’ 강요까지… 용산 졸속 이전이 부른 복마전〉이었다.
〈감사원 감사에서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업체가 하필이면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고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로 드러났다. 이 역시 수의계약이어서 의혹투성이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빠듯한 예비비로 공사를 추진하다 보면 여러 가지 비리가 생길 소지가 커진다. 수의계약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과정의 위법과 탈법 행위를 보다 철저히 조사해 밝힐 필요가 있다.〉
인테리어 공사를 따내고 다른 공사까지 총괄적으로 지휘한 ‘21그램’이란 특이한 이름을 가진 회사의 대표는 이번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출석하지 않아 야당 의원들이 동행명령장을 받아 찾아 나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21그램은 영혼의 무게라고 한다. 무속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건희 여사의 취향과 연결되어 여러 가지 상상을 낳게 한다. 감사원 보고서를 읽어보면 이런 영세한 회사가 최고의 보안이 요구되는 대통령 관저 공사를 할 실력이 되는지가 의문이고, 공사 감독도 부실하였는데, 대한민국 敵對 세력이 그 틈을 이용하여 어딘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까지 하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임기 종료 전에 청와대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 김일성 세력을 도운 자로 지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