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북한 당국이 평양에 남은 수재민 2천여명의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이들 수재민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신적 고통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8월 15일,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 당국은 수해지역의 노약자 1만3천여 명을 평양으로 옮겼습니다. 수해로 집을 잃은 어린이와 노인들을 평양에서 따뜻이 돌본다는 건데 정작 현지 주민들 속에는 수재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습니다.
평양의 '4.25 여관'을 수재민들에게 내어준 김 위원장은 노인들에게 생일상을 차려주고 어린이들이 식사하는 장소까지 돌아보며 큰 만족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내외 선전을 위한 연출일 뿐, 실제 수재민들은 가혹한 통제를 받았고, 현재까지 평양에 남아있는 2천여 명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평양으로 옮겨졌던 수해지역 주민 1만3천여 명 중 현재 남아있는 주민은 2천여 명”이라며 “나머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당 창건일인’ 10월 10일 이후 모두 수해지역으로 돌려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수해 지역 주민들을 대부분 돌려보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을 돌보는데 국가적인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며 “지금 남아 있는 2천여 명은 가족을 모두 잃은 고통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노약자들과 부모를 모두 잃고 갈 곳이 없는 어린이들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들은 수해로 가족을 잃은 외톨이거나 부모를 잃은 어린 형제자매들뿐”이라며 “중앙에서도 이들의 처리 문제를 놓고 지방 당 조직들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해복구가 완성된다고 해도 이들은 의지할 곳이 없는 데다 외톨이어서 집이 배정되지 않는다”며 “중앙에서는 이들을 지방 당 조직들에 떠밀고 있는데 지방 당 조직들은 이들을 지역 요양원과 중등학원(고아원)으로 보내는 것으로 협의를 마쳤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들은 현재 외부 주민들과 철저히 격리된 채 ‘4.25 여관’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외부 주민들은 아직 수해지역에서 있었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자강도의 경우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미 대피했던 주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참변을 겪게 했다”며 “이런 사실들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인 수재민들을 외부 주민들과 격리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8일 “평양에 남아 있는 수재민들을 하루 빨리 지방으로 옮기기 위한 대책을 지난 9일 양강도당에서 토의했다”며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양강도당 책임비서가 직접 혜산양로원과 중등학원을 돌아보았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에 남아 치료를 받고 있는 수재민들이 앞으로 혜산양로원과 중등학원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따로 방을 마련하라는 것이 도당 책임비서의 지시였다”며 “올해 말경에는 기본적인 치료를 끝내고 수재민들을 지방으로 내려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현재 평양에 남아 있는 수재민 2천여 명 중 양강도 주민은 어린이를 포함해 40명가량”이라며 “이들은 수해 때 가족과 자식을 잃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상당기간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평양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이들은 정신적인 안정이 필요하나 장기간의 통제와 규율 생활로 지칠 대로 지쳐 있다”며 “이들이 외부 세계와의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관리실에 있는 유선 전화인데 관리실엔 항상 담당 안전원(경찰)과 보위원이 상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친구나 친척들과 전화로 연결되어도 보위원과 안전원이 지키고 있어 내부 실상이나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이런 감시와 통제, 규율 생활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평양을 벗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사에게 정신적인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의사가 처방해준 수면제로 버티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세상에 혼자 남았다는 고독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