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기자가 어떤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사과하신 거냐 그러니까 답변을 못 하셨어요. 뭐 때문에 사과하신 겁니까?"
홍철호 정무수석 : "그건 부산일보, 부산일보 기자인데요. 저는 그거는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 저는 그 태도는 시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19일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 대화를 들으면서 '정무수석'이라는 사람은 대통령에게 잘 보이는 '정무'만 하는가 싶었다. 윤 대통령이 다음날 새벽 해외순방에서 귀국하면서 마중나온 홍 수석과 반갑게 악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홍 수석의 답변은 2시간 5분 기자회견 동안 열과 성을 다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던 윤 대통령을 마치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문을 용납하지 않는 '독재자'처럼 만들었다.
그날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은 장시간 기자회견의 막바지에 나온 것이다. 10분만 일찍 회견을 마쳤어도 윤 대통령은 그런 질문을 안 받았을 것이다.
"TV를 통해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우리에게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 보충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대통령실도 이 질문이 가장 뼈아팠을 것이다. 이 질문으로 그렇게 공들였던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점수를 다 까먹고 말았다. "사과를 했는데 무엇에 대한 사과를 했나"는 질문이 기자회견의 성적표가 됐기 때문이다.
홍 수석은 그 불만을 "무례"라는 표현으로 공식 자리에서 표출했지만, 사실 기자는 권력자에게 어떤 것을 물어도 '무례'한 것은 없다. 예의를 갖추고 점잖게 묻는다면 말이다.
기자의 질문에 무례하다고 비판할 수 있는 때는 기자의 '질문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가령 과거에 MBC 출입기자처럼 슬리퍼를 신고서 대통령에게 큰소리로 항의하듯이 물으면 무례한 것이다. 또 기자가 비웃거나 얕보는 듯한 어조로 물으면 무례한 것이다. 그날 정장 차림을 한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 태도에는 무례한 점이 없었다.
오랜 세월 인터뷰를 해온 나는 그날 회견 막바지에 부산일보 기자가 얄밉게(?) 잘 질문했다고 봤다. 당시 참석한 기자들 입 안에서 맴돌고 있었을 질문을 그 기자가 했다는 뜻이다.
그 질문에 윤 대통령은 순간 당황했고 부산일보 기자에 대해 괘씸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저를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라고 물으시군요(홍철호 수석 발언)"라는 조크와 함께,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다시 한번 사과했으면 오히려 기자 질문보다 대통령의 답변이 기억됐을 것이다.
기자회견 자리가 성난 민심을 다독이는 '대국민 사과'에 초점을 맞췄으면 대통령은 정제된 발언으로 그쪽으로 매듭지으면 될 일이지, 2시간 넘게 기자들과 말 대결로써 '끝장' 볼 일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그런 대로 절제된 발언을 했고 솔직하다는 인상을 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시비비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할 기회라고 여겼는지 습관처럼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아내 문제로 위기를 맞아 사과를 하러 나왔는데 막판에 스텝이 꼬여 아내를 두둔하고 항변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게 된 것이다.
이런 경우에 기자들의 '전투욕'이 불타는 법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사과를 한 거냐 아닌 거냐'라는 질문을 받게 된 것이다. 지도자는 말이 적어서 문제가 되는 것보다 말이 많을 때 늘 사고가 터지는 법이다.
기자회견 뒤 대통령실 안에서는 해당 기자의 '무례'를 반추하며 '태도 시정'에 대해서 많이 성토했던 모양이다. 대통령의 귀에만 듣기 좋았을 것이다. 이날도 대통령은 무엇을 '시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가 없었던 것 같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