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윤석열이 만약 부정선거 음모론에 확신을 가지지 않았다면 과연 12.3 쿠데타를 시도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물론 윤석열의 성정이나 세계관, 사유구조, 현실인식으로 보면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비상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려 했을 것이다. 오히려 그나마 부정선거 음모론에 갇혀 있었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정선거 문제로 판을 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망정이지, 이런 명분이 없었더라면 평양에 드론을 보내 북한을 자극하는 것 이상의 국가 안보 상황 위기로 만들어 비상 계엄의 명분을 삼으려 했을지 모른다. 이렇게 국가 안보를 이유로 비상 계엄을 했더라면 국회도 계엄 해제 의결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윤석열의 쿠데타는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고, 후회도 된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우리 사회가 적절하게 통제하고, 특히 국힘당이 나서서 당내와 국힘당 지지자들 사이에 횡행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정리했더라면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쉽게 도모하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한국에서 소위 진보라 불리는 사람들이나 세력은 진짜 진보라고 부르기 힘들지만 편의상 이렇게 호칭한다)은 2012년 18대 대선이 부정선거로 치러져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것이라며 당선 무효를 주장하고 시위도 벌였다.
이를 주도했던 대표적 인물이 김어준인데, 이들은 박근혜 후보의 미분류표에서의 득표율이 분류표에서의 득표율보다 1.5배 많이 나온 것은 통계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부정선거의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2년 대선 부정선거 백서도 만들고 영화 <더 플랜>이라는 영화도 만들어 대중들을 호도하고 선동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투개표 시스템에서는 부정선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부정선거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정리했다.
천안함 사고가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에 의한 것이라거나 사고 지점이 장촌항이었다고 주장하던 민주당이 추천한 신상철 천암함 사고 조사위원 등 극소수만이 여전히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부정선 음모론에 휘둘리지 않고 그 이후 사전투표를 적극 독려하고 투개표 감시에만 집중했다.
반면에, 보수 진영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하자, 이미 진보 진영이 완전 정리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어받아 지도부가 참패 원인을 부정선거에 있다고 주장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데도 게을리 했다.
2020년 4.15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의 대표였던 황교안과 비례대표 공천위원장이었던 공병호가 지금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대하는데 선봉에 서서 보수 진영의 순진한 사람들을 오도, 선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노마저 치민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휩싸이며 홍역을 치르던 국힘당(보수 진영)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정리할 기회가 없지는 않았다. 이준석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비판하였지만, 이준석을 쫓아내버림으로써 국힘당과 지지자들 사이에 횡행하던 음모론을 제거할 기회를 상실해 버렸다.
그 이후 김민전 등 국힘당 의원들이 공공연히 부정선거론을 언급하고, 2024년 4.15 총선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전투표지의 투표관리관 인쇄 날인 대신 직접 날인, QR 코드를 바 코드로 변경, 일일이 수개표하는 과정 추가를 요구하는 등 마치 부정선거 음모론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4년 4.10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이런 분위기는 국힘당 내에 점점 확산되었으니 국힘당이 총선 참패에 대해 제대로 반성할 수가 있었겠는가? 국힘당도 이 지경이고 지지자들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휩싸인데다 윤석열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이고, 윤석열 자신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경도되었으니 쿠데타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르겠다.
각설하고, 필자가 제목처럼 윤상현을 저격하려는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윤상현만 필자와의 약속만 지켰더라면 국힘당도 부정선거 음모론에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어쩌면 쿠데타도 없었을지 모른다. 국힘당 당대표 선거가 있기 전인 지난 6월 8일(토) 오후 3~4시경에 필자는 국회 윤상현의원실에서 윤상현을 만난 적이 있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윤상현 캠프에서 일하는 분이 필자에게 연락이 왔다. 윤상현이 황교안과 민경욱 등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영향을 받아 부정선거를 믿고 있다며, 큰일 났다고 윤상현에게 부정선거론이 허구임을 설명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윤상현 외에 캠프의 인사 6~7명도 함께 필자의 설명을 들었고, 윤상현도 필자의 설명을 듣고 완전히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벗어났다.
설명회가 있고 난 후에 필자는 윤상현에게 부탁을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국힘당은 물론, 보수진영, 나아가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으니 국힘당 차원에서 부정선거음모론을 척결해 달라고. 윤상현은 필자의 부탁을 받고, 당대표 선거가 끝나면 당 차원에서 정식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루어 TF 팀도 만들어 이를 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당대표 선거가 끝나고도 국힘당에서는 어떤 공식적인 조치가 없었고, 윤상현도 필자와 약속한 것을 이행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정치인은 다 그러려니, 국힘당이 망하려고 작정했다고 생각하고 필자도 더 이상 윤상현에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지금 윤상현의 모습을 보면, 필자가 윤상현에게 부질없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만약 윤상현이 필자와 한 약속을 지켰더라면, 내가 계속 윤상현을 추궁하여 약속을 지키게 만들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면 아쉬움도 크고 후회도 많이 된다.
필자는 지금까지 이런 윤상현과 필자에게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려 하지 않았다. 윤상현도 정치인이고,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
윤상현은 1년만 지나면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다 잊고 다시 표를 준다고 김재섭에게 조언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함으로써 김재섭을 곤궁에 빠뜨렸고, 윤석열의 비상 계엄은 통치 수단이고 이는 사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망언을 했다.
윤상현이 어떤 생각으로,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정치적 이익이 있는지 계산하고 저런 발언을 쏟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위의 두 발언으로 윤상현의 민낯은 드러났다. 윤상현 같은 정치인은 이번 기회에 정치계를 떠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게 보수가 사는 길이고 우리나라 정치가 바로 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