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창조를 시작할 수 있다."((It is only when we are no longer fearful that we begin to create. - J.M.W. Turner)
윤석열 대통령에게 미련을 갖고 옹호하는 사람들의 항변은 '그럼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어도 좋다는 말이냐'에 집중한다. 필자는 이 패배주의적 공포 마케팅을 지지할 수가 없다.
이재명은 정치 신인이 아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후보자로, 그리고 재판과 야당 지도자로 모든 것이 국민들에게 노출된 인사다.
그렇게 패악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지난 3년을 보수가 말해온 "말도 안 되는 형편 없는 인사"를 이길 수 있는 후보도 낼 수 없다는 패배적인 주장이 이 항변의 본질이다.
보수가 집권해야 할 긍정 메시지가 하나도 없고, 권력을 쥐어주면 저들에게 가져다 바치며 나라를 이끌 집단 지성도 전혀 없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그저 '이재명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주장뿐이다.
그 형편 없고 위험한 인사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할 자신도 없고, 보수 정당이 그 형편없는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아서 세울 수 있는 능력도 없으니 정치 시계를 반세기 앞으로 돌려 군사독재 시절의 수단으로라도 저들을 막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패배를 속으로 인정한 것이다.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 보수는 최근에 승리보다 패배에 더 익숙하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싸워서 승리를 가져다주면 권력 상부부터 무너져 왔다.
하지만 이런 자세와 정치 세력으로 나라를 맡겠다고 하면 안 된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어 왔나? 20% 턱걸이 지지율이 지속된 것이 언제부터인가? 미친 비상계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끼친 경제적 손실이 얼마인지 가늠이나 되나?
두려움을 버릴 때 창조를 시작할 수 있다. 선거에 지더라도 보수다운 보수를 다시 세우는 창조에 나서려면 두려움을 버리고 썩은 것을 도려내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이별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박근혜 탄핵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은 지난했다. 윤통과 국힘당이 그 회복의 결과를 지키지 않고 시대착오적이고 수구적으로 회귀한 것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집권당이 2년 반 만에 당대표를 11번 바꾸고 비상대책위를 5번 꾸리는 그 난맥상에 박수친 사람들이 누구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미친 짓'을 한 것이다. 그의 미친 짓을 미친 짓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한, 보수는 '틀딱'의 시대착오적인 소수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다.
이재명을 두려워해서는 보수의 재건은 없다. 그가 그처럼 형편없고 위험한 인사라면 국민이 그렇게 인식할 것이다. 그것을 설득할 자신도, 국민들에 대한 믿음도 없다면, 보수의 공포 마케팅은 자신이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는 고백에 불과하다. 다른 국민들이 바보라서 좌파에 세뇌되어 바보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보수는 민주주의를 포기했다고 선언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선택을 믿는 것이다. 집단 지성을 믿는 제도다. 그런데 다른 시민들이 바보 같은 선택(이재명에게 투표)을 할 것이기에 계엄의 충정을 이해한다면 보수는 더 이상 이 땅에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윤석열을 빨리 버릴수록 보수의 재건의 시간은 앞당겨진다.
필자는 정서적으로 오래 전에 그와 결별했다. 필자는 그가 집권 직후 화력을 당내로 집중할 때도,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대패했을때, '바이든 날리면'의 거짓말을 할 때도, '자유'라는 개념을 자유주의적에서 냉전적 언어로 바꾸어 사용할 때도, 의정갈등의 고집을 부리며 총선 패배를 스스로 만들어 갈 때도 필자는 그에 대한 의심과 비판을 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서 정신적으로 그로부터 이별을 해왔다. 필자는 그간 그의 실패를 향한 질주를 자주 지적해 왔다.
필자가 윤통의 어리석음 만큼이나 실망한 것은 그 어리석음을 결사 옹위하는 지지의 박수 소리다. 필자에게 이들은 윤통과 동일하게 현실 부정의 망상 속의 군중들이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이들이 공유하는 망상의 대표적 증상으로 나는 인식했다.
필자는 그 망상적 태도가 가져올 파국을 지적해 왔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쏟아내는 그들의 비문명적이고 야만적 공격을 돌려 받았다. 무지와 욕설을 애국으로 착각하는 태도는 윤 대통령 어리석음의 쌍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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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한다. 보수가 군사독재의 국가 동원체제에서 지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시대착오적 망상의 집단이 아니라면 그런 모습을 버려야 한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야 가능한 것이다.
두려움을 버릴 때에야 창조를 시작할 수 있다. 지금 그 두려움의 콤플렉스를 벗어나야 한다. 자유주의와 보수가 역사의 옳은 편이라는 확신으로 공포마케팅이 아닌 희망과 가치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과거가 아닌 미래로 이야기해야 한다. 폭언이 아닌 논리로 토론해야 한다. 적대감이 아닌 존중으로 사람을 대할 줄 알아야 한다.
적대심을 정당화하려면 적과 내전 상태를 상정해야 한다. 적개심의 노예이기에 당신은 한국이 '좌우 내란'의 상태라고 인식하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당신들의 기대와는 달리 필자가 매일 만나는 젊은층은 좌우 대립에 관심없다. 그들은 그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뿐이다. 그들은 우리 세대보다 더 많이 전 세계를 배웠고 보고 자랐다. 그들을 믿어야 한다. 그러려면 망상적 두려움을 떨처내야 한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