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4일 윤석열 대통령이 쓴 '국민께 드리는 글'이 공개되었다. 이를 읽으면 "나는 미쳤다"는 고백이고 "나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취하여 國憲문란의 폭동을 지시했다"는 자백임을 알게 된다. 소름끼치면서도 헛웃음을 자아내는 부정선거 주장 부분을 분석, 비판한다.
<어떤 정치세력이라도 유권자의 눈치를 보게 되어 있어, 무도한 패악을 계속하기 어렵지만 선거 조작으로 언제든 국회 의석을 계획한 대로 차지할 수 있다든가 행정권을 접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습니다.>
-尹대통령은 현재의 국회를, 지난 4월의 부정선거로 당선된 의원들이 점거한 불법기관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고백이다. 지난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는데도 "너무나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음모론자들 중에서도 소수인데 대통령이 이 망상에 사로잡혀 비상계엄령을 폈다는 이야기이다. 이 글은 헌법재판소에 "나를 파면하라"고 호소하는 것이고 탄핵심리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습니다. 특정인을 지목해서 부정선거를 처벌할 증거가 부족하다 하여,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습니다.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여 살인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 없는 것입니다. 정상적인 법치국가라면 수사기관에 적극 수사 의뢰하고 모두 협력하여 범인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정상인들이 음모론자들을 공박할 때 하는 비아냥, "그러지 말고 누가 했는지 제발 한 사람이라도 찍어 보라"는 데 대한 변명이다. 尹대통령의 화법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극단적인 과장이다. 과장이 지나치면 거짓말이 되는 경우이다. 한국 선관위의 실적은 1963년에 업무를 개시한 이후 한 번도 조직적 부정선거에 연루된 적이 없어 국제사회에서 한국선거의 공정성이 公認되고 있는 것으로 증명된다. 이코노미스트 등 외국의 조사기관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西유럽 정도의 선진국 수준으로 분류하는 이유도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신뢰' 덕분이다. 그러한 금자탑에 윤석열은 '엉터리 시스템'이라고 침을 뱉었다. 한국은행장이 기자들 앞에서 "한국 금융기관이 발표하는 통계는 다 엉터리다"고 선언, 경제위기를 일으키는 식의 自害이다. '칼에 찔려 사망한 屍身'이란 괴기한 비유는 그의 妄想이 주술적 집착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부정선거로 당선된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런 의원들이 많이 있다는 뜻인데 이 전제부터 틀렸다. 많이 있다면 지난 해 총선에서 부정선거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들고 일어나야 할 터인데 한 사람도 없다. 부정선거음모론의 가장 큰 논리적 약점은 부정선거 피해자라는 국민의힘 낙선자들 중 민경욱 한 사람만 빼고는 다 조용히 있는 현상이다. 진 팀의 야구선수들은 가만 있는데 일단의 관중이 "심판 부정으로 졌다"면서 운동장에 난입, 심판을 때리고 소란을 피우니 야구팀 소속 회사의 대표가 "옳소"하고 박수를 치고 있는 꼴이다.
<선거 소송의 투표함 검표에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되었고, 선관위의 전산시스템이 해킹과 조작에 무방비이고, 정상적인 국가기관 전산 시스템의 기준에 현격히 미달한데도, 이를 시정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발표된 투표자 수와 실제 투표자 수의 일치 여부에 대한 검증과 확인을 거부한다면, 총체적인 부정선거 시스템이 가동된 것입니다.>
-이 문단의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는 심각한 認知부조화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자백을 하고 있는 셈이다. 통상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보다 더 악성이다. 음모론자들도 가짜 투표지의 가능성 정도를 이야기하지 윤석열처럼 사실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이 대목에 이르면 尹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계속 在職하여 안보관련 상황을 이렇게 오판했더라면 전쟁도 일으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율하게 된다. 여러 차례의 재판과 재검표를 통하여 가짜 투표지는 한 장도 확인된 적이 없으며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은 해킹에 안전하고(국정원 점검 팀이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발표된 투표자 수와 실제 투표자 수가 다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선관위가 음모론자 말고 법원의 정당한 재검표 요구를 한 번이라도 거부한 적이 있나? 대통령이 세계최고 수준의 자기 나라 선관위를 '총체적인 부정선거 시스템'이라고 매도한다면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주권을 도둑질하는 행위이고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행위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선거소송에서 이를 발견한 대법관과 선관위가 수사 의뢰하고 수사에 적극 협력하여 이런 불법 선거 행위가 일어났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은폐하였습니다. 살해당한 시신은 많이 발견됐는데, 피해자 가족에게 누가 범인인지 입증 자료를 찾아 고소하여 처벌이 확정되지 않는 한 살인사건을 운운하는 것을 음모론이라고 공격한다면 이게 국가입니까?>
-尹대통령의 망상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선관위를 표 도둑질 하는 反체제세력으로 공격하고 음모론을 비판하는 사람들까지 비난하는 데 이른다. 이런 끔찍한 誤判이 그로 하여금 계엄군을 시켜 선관위를 습격, 서버 탈취를 기도하도록 만들었다는 자백에 다름 아니다. 國憲문란을 위한 폭동을 하도록 부추긴 것이 그의 망상이었음이 여기서 결정적 증거로 드러난 것이다. 형사재판과 탄핵심리를 매우 편하게 해주는 자백이다. 그는 선거소송에서 대법관과 선관위가 부정선거 사실을 발견했음에도 덮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 국가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이 이보다 더할 수가 없다. 정신착란의 단계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가 구사하는 논리가 총체적으로 파탄된다. "그런 반역적 부정선거 사례를 훤히 알고 있었던 당신은 왜 침묵했나"란 물음에 답할 수 없게 된다. 민주주의와 법치수호자를 自任한 당신은 부정을 다 알면서도 왜 검찰이나 감사원에 수사나 조사를 지시 내지 건의하지 않았나?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 진행중인데 왜 한 번도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덮었나? 당신이야말로 부정선거 공모자가 아닌가? 가슴에 울분을 쌓아놓기만 하다가 발작적으로 계엄령을 편 것이 아닌가?
<디지털 시스템과 가짜 투표지 투입 등으로 이루어지는 부정선거 시스템은 한 국가의 경험 없는 정치세력이 혼자 독자적으로 시도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잘못하다가 적발되면 정치세력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입니다. 기껏해야 금품 살포, 이권 거래, 여론 조작 등일 것입니다. 하지만 투개표 부정과 여론조사 조작을 연결시키는 부정선거 시스템은, 이를 시도하고 추진하려는 정치세력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음모론은 진행될수록 想像의 나래를 통하여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尹대통령이 그런 증상이다. 있지도 않은 한국의 부정선거가 있지도 않은 국제적 음모로 이뤄졌다는 妄想이 대외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여기서부터 그는 국제적 컬트 그룹의 수괴가 되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다. 윤대통령은, 친절하게도 자신이 국제적 스케일로 커진 음모론 망상에 사로잡혀서 공상을 하다가 드디어 비상계엄령을 선포, 선관위와 선관위 고위직 및 여론조사소를, 계엄군의 주된 공격표적으로 삼았음을 알려준다. 점점 국헌문란의 폭동 동기를 구체적으로 자백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과 북한을 부정선거 배후세력으로 몰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투개표 부정선거 시스템은 특정 정치세력이 장악한 여론조사 시스템과, 선관위의 확인 거부 및 은폐로 구성되는 것입니다.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해서, 살인사건을 음모론이라고 우기는 여론 조성 역시, 투개표 부정선거 시스템의 한 축을 구성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면 지금 이 상황이 위기입니까? 정상입니까? 이 상황이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입니까? 아닙니까? 전시와 사변은 우리 국토 공간 위에서 벌어지는 물리적인 상황, 즉 하드웨어의 위기 상황이라면, 지금 우리의 현실은 우리나라의 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위기 상황인 것입니다.>
-윤석열 음모론은 여기서 괴기스러운 피날레를 장식한다. 3류 수준의 저질 부정선거론이 계엄령 선포의 결정적 이유였다는 결정적 폭로이다. 있지도 않은 부정선거 망상을 실제상황인 戰時나 事變으로 착각하여 계엄령을 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정말 감옥보다 병원에 먼저 가야 할 사람이다. 내가 사건 직후부터 "망상적 계엄령"이라고 규정했던 것이 정확하였음을 尹대통령이 이 고백문으로 보증한 셈이다. 계엄령 선포는 불행중 다행이었다. 이런 사람이 국군통수권자로서 2027년까지 남아 있었다면 무슨 짓을 했을까? 여러분, 이래도 잠이 옵니까? 부정선거음모론을 응원했던 보수 지식인들, 특히 언론 종사자들의 참회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