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닷컴

  1. 최신정보
한국은 음모론의 세계적 실험장이 되었다! 趙甲濟  |  2025-01-22

⊙ “한국 보수, 국민의 신뢰 크게 잃어… 보수 궤멸”(니시오카 스토무 교수)

⊙ “알고리즘 중독이 일으킨 세계 최초의 반란”(NYT) 

⊙ “부정선거 음모론 신봉 대통령이 탄탄한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국가와 국민이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실험장”(전상진 서강대 교수)

 

프랑스형 정치를 하는 한국의 위험성 


군대 안 간 대통령의 병정놀이 같은 비상계엄령 소동, 군경(軍警) 수뇌부 싹쓸이 수사, 대통령 탄핵소추와 직무정지,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집행에 대한 저항, 무장집단인 경호처와 경찰의 대치. 이런 가운데 내란, 내전이란 말이 정치인과 언론인들 입에서 거침없이 나온다. 말이 씨가 된다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이지만 프랑스 대혁명 169년 후인 1958년(4공화국 때), 172년 후인 1961년(5공화국 때)에도 군부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좌우(左右)대결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정치행태이다. 나는 10여 년 전 글에서 <좌우대결을 정치의 축(軸)으로 하는 한국은 프랑스型에 가까운데, 그렇다면 좌익 폭동과 우익 쿠데타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인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이번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성 비상계엄 선포로 절반이 적중했다.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제1공화국 등장, 루이 16세 부부 처형, 나폴레옹이 쿠데타로 황제 등극, 1814년 왕정복고(復古), 1815년 워털루 전투로 나폴레옹 몰락, 1830년 7월 혁명으로 새 왕조 등장, 1848년 2월 혁명으로 제2공화국 등장(나폴레옹 조카가 대통령에 당선), 1851년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로 공화정 종식시키고 왕정부활, 이듬해 황제로 등극, 크림 전쟁, 1871년 보불(普佛)전쟁에서 프랑스 패배, 적전(敵前)분열의 파리코뮌 내전으로 수만 명 피살 등 프랑스의 민주주의는 피를 마시며 자란 나무였다.    


대혁명에서 파리코뮌까지 82년 간의 파란 많은 프랑스 민주화 과정에서는 20여 년에 걸친 네 차례 전쟁, 두 번의 혁명, 두 번의 쿠데타, 그리고 파리 내전(內戰)이 있었다. 이런 소용돌이의 축(軸)은 지주(地主)-상공업자-교회-군 장교 중심의 우익과 노동자-농민-지식인 중심의 좌익 사이 대결이었다.   


1870년 독일통일을 노린 프로이센이 프랑스를 친 전쟁에서 나폴레옹 3세가 스당에서 포위되어 항복하였다. 프로이센 군은 파리로 진격, 도시를 포위하자 프랑스 새 정부는 이듬해 프로이센에 막대한 배상금과 알사스-로렌 지방을 바치기로 하고 항복하였으나 노동자와 지식인들이 중심이 된 시민군은 파리코뮌이란 독자 정부를 수립, 파리를 장악하였다. 베르사이유에 본부를 둔 정부군(국회파)은 파리로 진격, 두 달 간의 치열한 시가전 끝에 파리 시의회 중심의 좌파세력을 일소하였다. 약3만 명(대부분이 파리코뮌 세력)이 죽었다. 빅톨 유고는 “파리는 이 내전으로 최량(最良)의 남녀 10만 명을 잃었다”고 개탄하였다. 이 기간 프로이센은 포로로 잡았던 10만 명의 프랑스 군인을 정부군에 돌려보내, 진압작전을 도왔다. ‘계급모순’은 ‘민족모순’보다 더 강하다는 말이 있다. 


1961년에도 쿠데타 시도가 있었던 프랑스


1958년 5월 프랑스의 알제리 주둔군은 정부의 알제리 독립허용 움직임에 불만을 품고, 사실상 반란을 일으켰다. 매슈와 살랑 장군의 지휘하에 알제리군은 코르시카섬을 장악한 뒤 파리로 진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드골 추대를 선언, 2차 대전 때 구국(救國)의 영웅 드골이 국가 지도자로 복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12년 간 고향에서 칩거 생활을 하던 드골은 수상직을 맡는 조건으로 국회에 시한부 비상대권(大權), 대통령 중심제로의 개헌(改憲)을 요구, 관철시켰다. 1961년 4월엔 드골이 알제리를 독립시키려 하자 알제리 주둔군이 다시 반란을 일으켜 본토(本土)에 상륙하겠다고 나왔으나 드골의 對국민-대군(對軍) 직접 호소로 좌절되었다.  


1968년 5월 학생과 노동자 및 좌익의 反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이 군중으로 포위되는 위기를 맞았을 때 드골은 한때 하야를 고려하였다. 5월 말 드골은 헬리콥터를 타고 독일의 바덴바덴에 있던 주독(駐獨) 프랑스군 매슈 사령관을 비밀리에 방문하였다. 매슈는 2차대전 때부터 드골의 부하였고, 알제리 주둔군이 드골을 추대하는 사실상의 반란을 일으킬 때 주모자였다. 매슈는 드골에 대한 군부 지지를 확인시키면서 하야(下野)를 만류하였다. 자신감을 회복한 드골은 파리로 돌아오자마자 對국민 연설을 통하여 “공산당이 정권 장악을 음모하고 있다”면서 국회 해산과 총선거를 발표하였다. 이 연설 직후 드골을 지지하는 우파 시민들이 파리의 거리로 몰려나왔고 총선에선 드골파가 대승(大勝)하였다.   


프랑스, 스페인, 한국의 좌우(左右) 이념대결 구도는 내전(內戰)으로 갈 수 있는 요인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망된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민주주의를 표방하였으나 민주주의가 내전을 막아주지 못하고 어떤 점에선 사태를 악화시켰다. 한국의 민주화도 내전적 요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오히려 키워준 게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일성은 1977년 동독 지도자 호네커를 만났을 때 남한에서 반공(反共)민주주의가 이뤄져도 혁명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선거와 언론의 자유를 악용하면 더 쉽게 좌익세력을 심고 키울 수 있다는 의미였다. 프랑스는 1789년 7월14일의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을 가장 큰 국경일로 기린다. 건국(建國)보다 혁명을 더 중시(重視)하니 혁명이 자주 일어나는지 모른다. 한국도 1948년의 8월15일 건국 기념일은 아예 무시하고, 1945년 해방과 4·19와 5·18을 더 기린다. 세계를 향해 혁명과 쿠데타를 수출한 나라, 이를 수입,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킨 러시아보다 한국이 더 충직한 제자인지 모른다.   


네 번의 쿠데타를 다 취재한 유일한 기자


윤석열의 계엄사태와 무안공항 착륙 사고로 해서 2024년 12월은 한국인들에게 오래 기억될 것이다. 나는 19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계엄하에서 열린 1980년대엔 KAL007 피격 사건, 대한항공 폭파사건 등 세계적 충격을 준 항공기 사고도 많았다. 


1971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한 나는 한국에서 일어난 네 번의 쿠데타를 다 취재, 기록을 남긴 유일한 현역이다. 1980년대의 국내외 항공사고를 취재한 적도 있어 역사가 4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을 더 실감하였다.   

 

1. 1961년 5월16일 군사쿠데타는 약 800년 만에 군인이 권력을 잡고 근대화의 주도세력이 된 민족사의 획기적 사건이었다. 당시 한국의 최강선진 집단이었던 군부는 그 뒤 30년 간 세 명의 군인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부국강병(富國強兵)에 성공, 한국을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렸다. 


2. 1972년 10월17일 유신선포는 통치자가 국회를 해산, 헌법을 정지시키고, 반대세력을 정리, 자신의 권력을 한층 강화한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였다. 포병장교 출신 박정희는 쿠데타라는 말을 만든 프랑스의 포병장교 나폴레옹처럼 두 번의 쿠데타를 했다. 유신시대는 ‘한국적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국‘력의 조직화’와 ‘능률의 극대화’를 모토로 내걸었다. 중화학공업 건설, 중동건설 시장 진출, 새마을 사업, 의료보험 출범, 4대강 유역 사업, 중산층 육성 등 엄청난 속도전으로 두 차례 석유쇼크를 극복, 후진국 대열에서 탈피, 중진국에 진입하도록 했다. 선비 같은 군인 박정희는 18년간 최악의 조건에서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단기간에 최대의 업적을 남겼다. 가슴에 총을 맞고도 “난, 괜찮아”라고 한 그는 아낌없이 주고 간 나무였고, 더러운 강물을 들이마셔 바다와 같은 새 세상을 만들면서도 맑은 영혼을 끝까지 유지한 부끄럼 타는 초인(超人)이었다.


3. 1979년 12월~1980년 5월의 신군부 쿠데타는 군사변란으로 시작하였으나 거대한 전환의 시대를 만들었다. 전두환 소장을 지도자로 한 정규 육사 출신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 이후 생긴 권력의 진공을 메우며 피를 흘리고 정권을 잡았으나 1980년대를 대전환의 연대로 만들었다. 광주사태에서 시작, 민주화의 격동을 거쳐, 6·29 선언으로 평화적 정권교체의 길을 열고 직선제 개헌과 제6공화국 출범, 88서울올림픽과 북방정책으로 끝난 그 10년은 장엄한 역사의 전진을 이뤄냈다. 198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1%로서 세계 1위, 극일(克日)의 발판을 만들었다. 전두환·노태우 두 대통령은 유능한 인재들을 모아 효율적으로, 개방적으로 국가를 운영, 물가안정 무역흑자를 통하여 국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고 한국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동구 공산권, 소련, 중국을 포함하여 汎세계적으로 넓혔다.  

 

4. 2024년 12월3일의 계엄선포는 여야의 지도자를 체포, 구금하고, 국회와 선관위를 통제할 목적으로 군대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유신 쿠데타와 유사한 전형적인 친위 쿠데타 시도였다. 군대 안 간 정치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병정놀이 하듯이 계엄군을 운용하는 바람에 두 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로 진압되었다. 트럼프 제2기 집권을 앞두고 살얼음판이 깔린 호수 위를 조심조심 걸어야 하는 타이밍에 나폴레옹이 1805년 아우스털리츠 전투에서 호수의 얼음판을 걸으며 후퇴하는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군을 향해 포격, 몰살시키듯 한국의 정치·경제· 외교·안보 등 全분야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자폭테러가 되었다.

 이 친위 쿠데타 시도는 종북 반역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걸었으나 실제 진행과정을 보면 부정선거 음모론이란 망상과 사랑하는 부인을 지켜야겠다는 절박함과 민주당에 대한 울분이 겹친 발작적 자해(自害)행위로 보인다. 앞선 세 번의 쿠데타가 불법이란 태생적 한계 속에서도 유능한 집권세력을 만들어내 나름대로의 역사적 역할을 한 것과 달리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미수는 무엇을 역사에 남길지 궁금하다. 


軍警 수뇌부 쑥대밭

 

윤석열 대통령은 거사가 실패로 끝난 뒤 “그냥 경고용”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측은 대통령의 “아니면 말고 식” 행태를 웃고 넘길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 윤석열 세력을 일소하는 역공(逆攻)으로 나왔다. 멍청한 계엄군은 한 방의 총도 쏘지 않았고, 한 명의 요인도 체포하지 못했지만 민주당이 주도권을 쥔 반격으로 벌써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되고, 국방장관, 계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정보사령관, 경찰청장, 서울청장이 내란 혐의로 구속되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윤석열과 헤어지지 못한 국힘당을 위헌정당으로 몰아 해산시켜려 할지 모른다. ‘박수부대’ 보수세력은 무능한 윤석열로 해서 궤멸적 타격을 받게 되었다. 코미디가 지나쳐 비극으로 둔갑한 것이다.   


나폴레옹 3세가 친위 쿠데타로 황제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 칼 마르크스가 한 말, “역사가 되풀이 될 때는 처음엔 비극으로 두번째는 소극(笑劇)으로 된다”는 말이 변태적으로 적중한 셈이다. 김성한(金聲翰) 선생이 필생의 역작 ‘7년 전쟁’의 다섯 권 앞장에 늘 써놓았던 글 “무능한 통치자는 만참(萬斬)으로도 모자라는 역사의 범죄자다”는 선조(宣祖)나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었는데 윤석열을 위하여 준비해둔 글 같기도 하다.


계엄사태의 한 원인은 의료대란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의대증원 2000명 밀어붙이기가 보수의 핵심인 의사들을 자극, 가족·친지 포함 약 100만의 의사 표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외면, 참패를 안겨 여소야대 국회를 만든 것이 尹대통령을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세계최고의 한국의료 시스템과 세계적 강군인 국군을 다 망가뜨린 尹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필수적 제도를 해친 ‘문명 파괴자’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그래도 윤석열에 줄 서는 보수


그럼에도 보수의 모든 가치를 파괴한 윤석열 대통령을 편드는 보수가 있다. 이들은 역사의 패배자 편에 서고 있다. 성공한 세 번의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이 획기적 문명(文明)발전을 이뤘음에도 불법성의 족쇄에 채워져 과소평가 받거나 무시당하고 있는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 특히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5·18 소급입법으로 밀어붙인 전두환·노태우 세력 단죄가 실적이 많은 두 전직 대통령을 지금껏 어떤 모습으로 후세에 각인시켰는지를 보면 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직도 영면(永眠)할 장소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는 실패하여 업적을 남길 기회조차 없었기에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처참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법원·공수처·경찰을 내란세력으로 모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나를 파면해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같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66조를 통하여 대통령의 의무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수호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데 그치지 않고 제69조 대통령 취임선서를 통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라고 국민들에게 헌법수호를 다짐하도록 다시 강제하였다. 헌법 재판소의 지난 두 차례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이 헌법수호 의지는 가장 중요하게 다뤄졌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이런 문장을 남겼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현행법의 정당성과 규범력을 문제삼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자,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당시 노무현은 헌법위반의 정도가 가볍다고 파면을 면했으나 국민, 특히 여당 대표 등을 향하여 총부리를 겨누도록 명령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와 일반법원의 판단은 엄중할 것이다. 헌재에서 파면, 형사법원에서 중형(重刑)선고가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편들기는 한국의 보수를 역사적, 정치적 패배자 앞에 영원히 줄세우는 악수(惡手)가 될 것인데 여기에 더욱 치명적인 함정이 하나 추가된다. 윤석열 편들기는 지금 세계적 사기극으로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편드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윤석열 편들기는 ‘사실·정의(법치)·자유’를 3대 가치로 삼는 보수로선 자아(自我)부정이고 역사의 심판을 영구적으로 부르는 일이다. 윤석열 계엄은 거짓, 불법, 폭압으로 보수의 3대 가치를 부정하였는데도 이번에 또 보수가 줄을 잘못 서면 천년 동안 재기(再起)할 수 없을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음모론을 세계에 알리다


연초(年初), 뉴욕타임스는 “공포감과 음모론이 어떻게 한국의 정치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부정선거음모론의 실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퓰리처 수상 경력이 있는 최상훈 서울 특파원이 쓴 기사이다. 기사는 김권섭이란 72세 시위참여자를 맨 먼저 소개한다. 대통령 관저 근처에 모인 이런 이들은 지난 4월 총선이 조작되었으므로 야당의 다수의석은 무효이고, 윤석열을 지키는 것은 사법·학교·언론에 뿌리내린 종북세력으로부터 대통령을 지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보통 한국인들은 그런 음모론을 우익 유튜브가 사이버 세상에 퍼뜨린 선동 정도로 취급하지만 이 나라의 양극화된 진영논리에 의하여 그런 음모론이 김 씨와 같은 사람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하여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요구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는 윤석열 추종자들의 행태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과 비슷하다고 했다. 경희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안병진 씨는 “윤석열은 한국판 MAGA 세력에 기대어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과 우파 유튜버의 밀접한 관계를 소개했다. 


취임식에 수십 명의 유튜버들이 초청을 받았고, 尹대통령도 그들 유튜버의 팬임을 숨기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했다.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反국가세력의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합니다”라고 호소한 것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석동현 변호사가 우익 유튜버들에게 “이건 전쟁이고 당신들은 전사(戰士)다”고 말한 사실도 인용했다.


“알고리즘 중독에 의하여 유발된 세계최초의 반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53%가 유튜브로부터 뉴스를 접한다는데 이 수치는 조사대상 46개국의 평균 30%보다 월등하게 높다(한국언론재단 2023년 조사). 이 신문은 이런 특수성이 한국을 분열시키는 데 작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전 국회의원 홍성국 씨는 윤석열과 추종자들이 쓰는 용어와 음모론은 우익 유튜브의 주장과 판박이라고 했다. 홍 씨는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는 알고리즘 중독에 의하여 유발된 세계최초의 반란일 것이다”고 했다. 최상훈 기자가 기사를 쓰기 위하여 인터뷰한 12명의 시위참여자들은 다 확고한 음모론 신봉자들이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유일하거나 주된 정보원은 우익 유튜브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72세 김재성 씨는 “나는 신문과 텔레비전은 보지 않는다. 그들은 완전 편파적”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尹대통령이 잇단 스캔들과 사고(事故)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곤혹스럽게 되면서 더욱 공개적으로 극단적 우익과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비우호적인 언론인들을 ‘가짜 뉴스’ 확산자로 몰아붙였으며 정적(政敵)들을 공산당식 전체주의 추종자라고 규정했다. 우익 유튜버를 공무원 훈련기관의 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했다. 尹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하기 훨씬 이전부터 우익 유튜버들은 국내의 적들을 일소(一掃)하기 위하여 비상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했다.


Stop the Steal 


 그들은 중국에 대한 공포감을 확산시키기도 했는데, 중국이 한국의 국내정치, 특히 선거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尹대통령은 자신의 계엄령 선포를 옹호하면서 중국인 간첩들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윤석열과 우익 유튜버들은 한국의 개표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같다. 친윤 시위대는 “Stop the Steal”이란 구호판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이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진 뒤 추종자들이 부정선거 때문이란 거짓주장을 하기 위하여 만든 말이다. 최상훈 기자가 만난 52세의 신은주 씨는 부정선거설을 믿는 사람인데 유튜브를 논리적 근거로 내세웠다. 검찰, 경찰 그리고 선관위는 부정선거 주장을 근거 없다고 무시한 지가 오래인데 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뒤 군인들을 선관위로 보내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다고 전하면서 이렇게 썼다. 


 <군 장교들은 선관위의 컴퓨터를 압수하고 고위 선거 관련자들을 체포하여 손을 묶고 눈을 가린 채 군사기지의 지하 벙커로 데려가 선거부정에 대하여 신문할 계획이었으나 사람들과 컴퓨터가 외부로 반출되기 전에 계엄령은 끝났다. 저명한 보수적 언론인 조갑제 씨는 “대통령이 저질 유튜브를 보다가 황당한 부정선거 음모론에 정신을 빼앗겼음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본 보수의 시각: “한국보수의 붕괴, 反日은 계속된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한국보수의 붕괴, ‘反日’은 계속된다>

 

일본 보수 월간지 정론(正論) 1월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필자는 일본인 납치자 구출 활동과 북한인권운동의 지도자로 두 나라에서 다 유명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 니시오카 쓰도무 교수(도덕과학연구소)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한 한미일 동맹 복원 정책에 박수를 보냈던 사람이다. 그는 이번 尹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사태를 ‘망상적(妄想的) 코미디’라고 평했다. 


<尹대통령이 계엄선포의 이유로 든 국회에 의한 정부관료 탄핵소추와 예산안 삭감은 尹 정권에 대한 악의(惡意)를 느끼게 하고 지나치다는 비판은 있지만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의 범위 안에서 행해진 것이다. 국회의 의석수는 직전 선거의 민의(民意)를 반영하는 것으로 대통령도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 “나는 최대한 신속하게 反국가세력을 궤멸시키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이야기는 망상(妄想)에 가깝다. 계엄령 선포 후 군대에 명령한 내용을 보면 홀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니시오카 씨가 가장 경악한 것은 포고령에서 “파업중인 전공의들이 48시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의대증원 2000명 정책의 무리를 비판한 그는 이 포고령은 파업이 아니라 이직(移職)한 전공의들을 파업했다고 오인, 처단하겠다고 위협한 것인데, 이는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데 야당과 의사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방해를 하고 있으므로 계엄을 선포, 군대의 힘으로 내가 말하는 것을 듣도록 하겠다는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니시오카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넘어간 것도 비판한다. 


<선거에서 지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을 해놓고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일부 유튜버가 주장하니 이를 믿고 계엄령 선포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비판했듯이 선관위 컴퓨터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해킹 공격은 불가능하다는 기초 지식조차 없는 인물이라고 했다. 니시오카 씨는 ‘독선(獨善)과 망상(妄想)’이 윤석열의 파멸을 불렀다면서 한국보수가 동반몰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尹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그가 독선적이고 무능력하고 망상(妄想)을 믿고 있는, 즉 대통령의 그릇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난 코미디였다. 그 결과 한국의 보수파는 국민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그리하여 장기간 정권을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보수의 궤멸이라고 해도 좋다.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면서부터 보수의 붕괴는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니시오카 씨는 윤석열을 맹목적으로 지지한 보수를 비판한다. 


 <윤석열은 보수가 기대한 것과는 달리 문제인을 구속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과 보수언론, 전광훈 목사 등 재야(在野) 보수세력의 대부분은 윤석열 지지의 입장을 물리지 않았다. 시시비비(是是非非)의 입장에서 의대(醫大)증원의 독선적 정책을 비판하였어야 하는데 조갑제(趙甲濟) 씨 등 일부 순수한 보수 지도자를 제외하곤 尹씨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이어갔다. 다만 하나 희망적인 것은 한국 현대사가 만들어낸 풍요하고 자유로운 사회가 북한에 침투하여 지금은 북한 주민 대다수가 한국에 의한 통일을 내심 희망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한국은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이겼다. 그 논리적 귀결은 한국에 의한 자유통일인데 이를 맡아야 할 자유보수세력이 尹대통령과 함께 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사이코 드라마


최근 공개된 김용현 전 국방장관 공소장의 선관위 습격 관련 내용을 읽어내려 가면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하는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드라마에 긴장감도 없고 계엄의 비장함도 없다. 음모론에 미친 대통령이 연출하고 아부꾼 국방장관이 감독하고 영혼 없는 정보사령관과 방첩사령관이 괴기한 배역을 맡은 사이코 드라마이다. 대명천지(大明天地)의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이재명과 민주당, 그리고 전공의들에 대한 미움과 김건희에 대한 애틋한 보호심리에서 충동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동의할 순 없지만 이해는 된다. 그러나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총본부이고 그래서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졌으며 계엄군을 투입, 서버를 탈취하여 포렌식 분석을 통해 증거를 잡아내면(혹은 조작하면) 계엄도 정당화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란 망상(妄想)은 정말 이해불가이다.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 나타난 문맥을 따라가 본다.    


 *<국정상황에 대한 대통령과 피고인 등의 인식: 제21대 국회의원 선거(2020.4.15 실시) 당시 제기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과 선거무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고, 해킹이 부정선거로 이어졌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보안시스템의 취약성은 지적되었다. 이들(注-대통령과 김용현 장관 등)은 거대야당의 의회독재로 인하여 국정이 마비되고 경제위기가 가중되고 있으며, 야당을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反국가세력으로 인식하는 한편, 선거관리위원회 보안시스템의 취약성이 선거결과에 부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지난 4월 총선은 원래 수개표인 시스템을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하여 음모론자들의 억지까지 수용하여 계수기를 거친 표를 손으로 검표하는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였다. 약 2800만 표를 계산했는데 계수기가 한 표의 오차도 없었음이 재확인되었다. 선관위 보안시스템에 대한 국정원의 점검은 선관위가 보안기능을 해제한 뒤 해킹이 가능하도록 한 상태에서 시험적으로 이뤄졌다. 국정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기대를 만족시키려 했는지 선관위의 보안 문제를 과장하여 언론에 발표하였다. 선관위의 집계 시스템은 전국의 개표소에서 확인된 투개표 상황을 모으는 것으로서 조작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조작되더라도 개표소 현장의 자료가 남아 있으므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선관위 컴퓨터 시스템 취약성이 곧 바로 부정선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곡해, 계엄군 투입을 결정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지난 12월12일 對국민담화에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선동했다.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기자들을 모아놓고 “한국 금융제도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 신인도(信認度)가 경제 신인도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범죄적 자해(自害)였다.  


 선관위를 습격하여 증거만 확보하면 박수 받을 것이라고 착각


 *<피고인은 2024년 11월30일 오후 6시경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라00(注-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인사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조만간 계엄을 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결정하실 거다. 더 이상 이 난국을 두고 볼 수 없다. 국회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계엄사가 선관위와 여론조사 E 등의 부정선거와 여론조작의 증거를 밝혀내면 국민들도 찬성할 것이다’,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조치권, 계엄 같은 이런 거를 이제는 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계엄을 할 수도 있다’, ‘계엄령을 발령해서 국회를 확보하고, 선관위의 전산자료를 확보해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고 해야 한다’, ‘이것은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대권의 일환이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하시는 일이니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등 라00에게 조만간 비상계엄이 선포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이후 피고인은 라00과 함께 국방부 장관 공관 인근에 있는 대통령 관저로 이동하여 밤 11시까지 대화를 나누었는데, 피고인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선관위를 점거, 부정선거 자료를 확보하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망상 때문에 계엄군은 국회보다 먼저 선관위 접수에 나섰음을 확인시켜 준다. 대통령의 망상에 장관도, 사령관들도 일체 제동을 걸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설치 시도: 피고인과 아00(주-전 정보사령관)등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을 설치할 목적으로 피고인(김용현)은 2024년 12월3일 밤 10시45분경 국방부 인사기확관 랴00를 전투통제실로 호출한 후 ‘준장 터00를 합동수사본부 예하 제2수사단장으로, 준장 커00을 합동수사본부 예하 제2 수사부단장으로, 대령 코00(국방부 조사본부 차장)을 수사1부장, 대령 서00(정보사령부)를 수사2부장, 대령 어00(정보사령부)을 수사3부장으로, 위 서00를 00여단 여단장 대리로 2024.12.3. 22:00부로 각 임명하고, 수사 1부에 군사경찰 23명을 수사관으로, 수사2,3부에 정보사 소속 정보요원 각20명을 수사관으로 임명한다’는 취지의 ‘국방부 일반명령’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건네면서 ‘이대로 인사명령을 내라’고 지시하였고. (중략). 결국 인사명령은 발령되지 않았으며,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은 설치되지 못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관위 시스템 점검을 하려 했다고 말했지만 선관위를 범죄집단으로 상정(想定)하고 대규모 수사조직을 갖추고 북파공작원을 운용하는 정예부대의 수사인력을 투입할 계획이었음을 알 수 있다. 


 “서버 자체를 떼어와라”


 *<정보사령부의 선거관리위원회 주요 직원 체포 시도: 사00(주-정보사령관)는 2024.12.3. 22:30경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으로 편성될 부대원들 약30명(특수임무수행요원 5명 포함)을 00여단에 있는 대회의실에 모이게 한 후 ‘우리는 장관님의 지시에 따라 상부의 명령을 받았다. 이미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으므로 의심을 갖지 말고 주어진 임무를 철저히 준비하고 수행하라’고 말하면서 정보사령부 소속 서00와 어00에게 세부 임무를 부대원들에게 설명해주라고 지시하였다. (중략). 그에 따라 어00은 알루미늄 야구방망이 3~4개, 케이블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해놓고 소속 부대원들에게 체포할 대상인 선관위 직원 30여 명의 명단을 불러주면서 ‘해당 인원은 선거를 조작한 범죄자이므로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것이다. (중략).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수도방위사령부 00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하였다.>

 

 -북파공작원 부대까지 동원하여 선관위 직원들을 부정선거 조작 범인으로 규정, 야구방망이 등으로 위협하여 포승줄로 묶고 복면을 씌워 끌고 가 그것도 군 시설에 감금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국군방첩사령부의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반출 등 시도: 라00(방첩사령관)은 2024.12.3.23:27경 비상계엄 선포 후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 겨00에게 ‘과천과 관악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수원에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 그리고 여론조사 E 등 4곳의 전산실을 확보하라. 건물은 경찰이 확보할 것이고, 우리가 전산실을 통제하고 있으면 국정원, 수사기관 등 민간전문분석팀이 올 건데, 안 되면 우리가 서버를 카피할 수도 있다’고 명령하였다. 이후 라00은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할 상황이 임박하자 겨00에게 다시 전화하여 ‘전산센터를 통제하고 서버를 카피해라. 서버 카피가 어려우면 서버 자체를 떼어 와라’라고 명령하였다. (중략). 선관위 등 4곳으로 출동한 국군방첩사령부 부대원들은 2024.12.4. 02:34경 복귀명령을 받고 복귀하였다.> 


 -선관위 불법 난입, 불법 체포, 불법 탈취는 음모론에 지배당한 윤석열의 영혼이 군대 조직을 얼마나 희화화(戱畵化)시켰는지를 잘 보여준다.  


음모론에 빠진 지도자, 어떻게 나라 어지럽히나…거대한 실험장 된 한국 


1월11일자 중앙일보는 <음모론에 빠진 지도자, 어떻게 나라 어지럽히나…거대한 실험장 된 한국>이란 제목의 전상진 서강대 교수의 글을 올렸다. 전 교수는 먼저 <화나고 부끄럽지만 인정하자. 2024년 12월 3일 이후 대한민국은 거대한 실험장이 되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는 대통령이 탄탄한 나라를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그 결과를 국민과 국가가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세계적 실험장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그는 음모론의 영향력을 제어하는 방안을 향한 첫 스텝은 허황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음모론, 루머, 가짜뉴스는 절대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팬데믹의 유행 이후 중요성과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 음모론의 특성을, 일군(一群)의 음모론 연구자들은 “새로운 음모주의(New Conspiracism)”라고 부른다고 한다. ‘정보 출처의 신뢰성과 증거의 객관성과 주장의 논리성’을 중시하는 것이 옛 음모주의라면, 새로운 음모주의는 ‘소문이나 근원적 불신에 입각한 극단주의적 선동’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이다. 과거의 음모론은 흥미차원의 추리가 주였는데 요사이 음모론은 정치선동을 목적으로 함으로서 정교성이 없다는 것이다. 


전상진 교수는 <민주주의를 갉아먹거나(corrosive) 파괴하는 음모론은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큰 도전>이라고 했다. 음모론 대책은 ① 음모론 공급자의 소통 채널(SNS 계정)을 폐쇄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 ② 법적인 처벌을 통해 사후적으로 음모론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 ③ 학교 교육을 통해 잠재적 소비자의 음모론 내성을 키울 수 있다. ④ 음모론에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전상진 교수는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썼다. 


 <2025년 1월 2일 지금 필요한 음모론 대책은 뭘까?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하여 비상계엄을 실행했고 지금은 지지자를 선동하며 관저에서 농성하는 내란 피의자의 ‘격리와 처벌 그리고 치료’가 필요하다.>


 같은 날 동아일보도 젊은이들까지 유튜브를 통하여 음모론에 감염되어 윤석열 지지 집회에 나오는 현상을 추적했다. 이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을 즐겨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런 채널의 주요 시청자가 일부 극단적인 지지층이나 고령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명 채널들의 경우 고령층보다 MZ세대라 할 수 있는 20, 30대와 40대가 더 많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최훈석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음모론은 대부분 메시지의 문제인데 메시지를 해결할 수 없다면 메신저 수준에서라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부정선거 음모론의 가장 큰 메신저는 윤석열이다. 앞의 전상진 교수처럼 그를 격리, 처벌,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란 암시이다. 


“친구들이 나를 소외시켜 정신을 차렸다”


지난 1월12일 조갑제TV에 <한국은 부정선거음모론의 세계적 실험장이 됐다: 시급한 음모론 대책은 윤석열 격리 처벌 치료>라는 동영상을 올렸더니 ‘흥얼흥얼’이란 필명의 시청자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제 경험을 반추해 봐도 격리 처벌 처단하여야 음모론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한때 부정선거를 주장할 때 저의 지인(知人)들은 저를 빼고 모임을 가졌습니다. 제가 항의하면 대꾸도 하지 않고 슬금슬금 하나 둘 자리를 떠나서 결국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었죠. 일종의 격리를 당했던 것이죠. 이렇게 되니까 저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감정과 아집이 훨씬 세게 남아 있더군요. 결국 주위 사람들에게 지인들의 행태를 비난하게 되었는데, 주위 사람은 지인을 두둔하고 제가 잘못했다는 취지로 말을 하더군요. 이렇게 되니 무형(無形)의 처벌을 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그 후 조금씩 음모론의 덮개를 벗게 되었습니다.>


이 댓글엔 “좋은 친구와 이웃들을 두신 덕분입니다”는 취지의 격려성 댓글이 달렸다. 이런 형태의 사회적 격리를 시키는 이웃과 친지가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음모론자들을 정공법으로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이런 무언(無言)의 불이익을 주어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각(自覺)하도록 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음모론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들 음모론자 눈치를 보고 애써 변호하는 자들이 가장 문제이다. 특히 교수, 언론인, 변호사, 장성 등 지식인 중에 그런 이들이 많다. 글과 말로 먹고 사는 이들 중 부정선거음모론을 믿거나 비호하는 이들은 추려내어 명단을 만들어 불이익을 줘야 할 것이다. 음모론은 국가, 사회, 친구, 가족을 해치는 전염병이다. 육체적 전염병은 신속한 대응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음모론은 정신을 거의 영구적으로 망가뜨리니 훨씬 악성이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이를 전파하는 매개체를 중점적으로 제어해야 할 시점이다. 

 

조용해진 부정선거음모론자들을 다시 공론장으로 불러낸 윤석열 대통령은 이들을 자신의 방패로 삼아 앞으로도 이용하려 들 것이다. 그는 파면되고 구속되더라도 순교자 행세하면서 음모론 컬트 그룹 교주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 음모론에 물들면 사람이 어떻게 바뀌는지, 윤석열을 교재(敎材)로 삼아 불쌍한 영혼을 구할 때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 글쓴이
  • 비밀번호
  •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