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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甲濟 기자 인터뷰 /"언론이 단어 하나 잘못 쓰면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조갑제 대표는 ‘진실을 보는 눈은 결국 교양에서 나온다’는 철칙 아래 우리에게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제안한다. 오한별 (주부생활 기자)  |  2025-03-02

55년간 기자로 활동한 조갑제 대표는 국내 언론계에서 누구보다 생생히 저널리즘의 변화를 경험한 인물이다. 과거 <월간조선> 편집장으로 활약했던 그는 지금도 ‘조갑제닷컴’을 운영하며 유튜브와 개인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발신하고 있다. 그런 그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팩트’가 사라지는 시대다. 사실과 견해는 구분되어야 하고, 거짓과 의혹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어들이 무분별하게 또는 의도적으로 산재되고 오용되면서 시민 정신과 사회 정체가 답보 상태라는 것. 추천받은 뉴스만 소비하고 편향된 정보와 주장이 극단으로 확산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사실을 분별하고 판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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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을 것 같은데, 하루 일과가 어떻게 흘러가나요? 
출퇴근 개념이 없어요. 집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차 안에서도 일합니다. 기자라는 직업은 24시간 깨어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새벽에 올리는 동영상도 많아요. 유튜브가 좋은 게 바로 편집해서 올릴 수 있거든요. 나는 편집을 최소화해요. 그래야 바로 올릴 수 있잖아요. 기자 생활 55년, 결국 기자라는 직업은 마감 시간이 있다는 뜻이에요. 요즘은 사건이 나면 그 즉시 마감 시간이 되는 거죠.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지금은 유튜브와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접 해보면서 기자 활동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통적인 미디어와 달리 유튜브나 개인 미디어에는 마감 시간이 없어요. 사건이 터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죠. 나는 기사를 써서 읽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말하는 방식을 택해요. 예전 사회부 기자 시절에도 사건이 터지면 바로 전화로 기사를 불러줬어요. 그 습관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유튜브 방송할 때도 거의 편집 없이 바로 올립니다.

기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기자는 무엇보다 사실을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면 도덕적 판단은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사실에 기반하면 정책도 정확하게 풀 수 있고요. 정의도 사실에 입각해야지, 거짓말 위에서 정의를 외치면 안 되잖아요. 기자는 팩트-파인딩 스페셜리스트(Fact-Finding Specialist)예요. 팩트와 루머를 구별하는 것이 기자 역량의 핵심이고요. 만약 기자가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사실인 양 퍼뜨리면, 그 순간부터 사회 전체가 거꾸로 가요. 우리나라 기자 수가 아마 세계에서 가장 많을 겁니다. 하지만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수준은 낮아요. 그래서 내가 요새 언론 비판을 많이 해요. 기자는 분명 사회적 특권을 가지고 있어요. 이것을 이용해 거짓을 퍼트리면 그 자체로 사회악이 됩니다. 지금 한국에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요. 

‘기자는 팩트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은 단순히 마음가짐이나 태도만으로 지키기 힘든 것 같아요. 이러한 직업 윤리를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는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해요. 그래서 수습 기자 시절이 정말 중요하죠. 기자로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도 잘 배워야 해요. 상대가 권력을 가졌든 안 가졌든 똑같이 대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기술을 배워야 해요. 그다음은 ‘문장을 어떻게 쓰는가’입니다. 짧고, 정확하고, 쉽게 쓸 것. 특히 짧은 문장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반드시 양쪽 의견을 들어야 해요. 누가 ‘해가 동쪽에서 뜬다’고 하면, 반대로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기자는 한쪽 이야기만 듣고 기사를 써서는 안 되죠. 이것이 기자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에요.

시민들을 호도하는 불분명한 언어, 자극적인 미디어 환경의 위험성을 계속해서 지적하면서 우려하는 것이 바로 각종 음모론이에요. 그런데 비단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고요. 
부정선거 음모론 같은 것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거예요.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문제는 이런 음모론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생기면, 사회적 혼란이 커진다는 거예요. 음모론은 아주 끈끈한 사교 집단과 비슷한 구조에서 양산되기 때문에 한 번 빠지면 나오기 어려워요. 정치 조직화되면서 법을 무시하고, 믿지 않는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단계까지 이르죠. 이걸 막기 위해서는 애초에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어야 합니다. 음모론이 나오면 ‘거짓이다’ 딱 잘라버리면 되는데 이걸 언론이 ‘의혹’이라고 보도하는 거예요. 그게 오보예요. 완전한 거짓말에 ‘의혹’이라는 월계관을 씌워주는 셈이죠. 그러니 사람들은 ‘뭐가 있긴 한가 보네?’라며 그 자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고요. 언론이 정확한 용어를 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단어 하나 잘못 쓰면 나라가 이렇게 혼란에 빠지는 겁니다.

사람들이 가짜 뉴스나 선동에 쉽게 빠지는 것이 단순히 언론 때문만은 아닐 텐데요. 
한국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학력 수준도, 평균 지능도 굉장히 높은 편인데 왜 가짜 뉴스에 쉽게 속을까요? 저는 우리 사회의 언어 사용 방식과 정보 해석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어는 70%가 한자(漢字)로 표기해야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언어예요. 그런데 한글 전용(專用) 정책으로 한자를 배제하면서 어휘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개념이 흐려지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예를 들어 실사구시(實事求是) 같은 단어도 한자를 보면 ‘현실과 사실에 기초해 옳고 그름을 가린다’는 의미가 명확하지만, 한글로만 쓰면 그 깊은 뜻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어요. 언어가 정확해야 사고도 명확해지는 법입니다. 또한 어휘력이 풍부해야 정보 해석 능력도 올라가죠. 단어를 읽거나 들은 단어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감정적인 반응으로 정보를 소비하는 경향이 생겼어요. 이런 흐름이 정보의 정확성을 떨어뜨리고,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무분별한 음모론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이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음모론에 빠지지 않는지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해요. 알고리즘 교육도 같은 맥락이죠. 동시에 악질적인 음모론 유포자는 형사 처벌해야 해요. 사회적으로 계속 영향을 미치게 두면 안 된다고 봐요. 이렇듯 강력한 대응이 필요할 정도로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어요. 

뉴스 소비 방식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특히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뉴스만 소비하는 사람이 태반이고요. 
이건 결국 주체성의 문제입니다. 성숙한 시민이라면 스스로 정보를 찾고 선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해요. 그런데 편하게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뉴스만 보다 보면 점점 확증 편향이 생겨요. 이걸 극복하는 가장 빠르고 핵심적인 방법은 ‘독서’입니다. 책을 읽어야 세상을 넓고 깊게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어요. 또 생각이 깊어지고 논리적인 사고력이 생기고요. 단순한 뉴스만 소비해서는 이런 능력을 절대 키울 수 없어요. 스스로 다양한 정보를 탐색하고, 비교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또 교양이 중요해요. 스포츠, 예술, 문학, 철학, 역사 등을 두루 접하면서 깊이 있는 사고를 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주체적으로요. 안타깝게도 한국 교육에서는 이런 과정이 부재(不在)해요. 깊이 있는 사고보다는 기능적으로 지식을 익히는 데 급급하죠. 독서와 교양 교육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어요. 

‘조갑제’ 하면 흔히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전체 언론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보수 진영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한 대중에게는 다소 의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언제나 사실을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왔어요. 제 정치적 성향이 보수이긴 하지만, 보수란 본래 사실과 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 역시 사실에 부합하는지, 법에 맞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사안을 판단하고 비판합니다. 결국 저는 보수냐 진보냐 하는 이분법적 잣대가 아니라, 사실과 법에 맞느냐를 기준으로 입장을 정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양쪽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고, 양쪽에서 지지를 받기도 하는 상황에 익숙합니다.

평소 뉴스를 종이 신문에서 접하는지, 온라인 뉴스를 보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거의 다 온라인으로 봅니다. 종이 신문을 보더라도 기사량이 제한적이잖아요. 온라인에서는 더 방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깊이 있는 분석도 많아요. ‘뉴욕 타임스’ 같은 경우 온라인 구독자가 1000만 명이 넘어요. 원래는 100만 부 정도 팔리던 신문인데,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살아남았죠. ‘뉴욕 타임스’는 기사 수준이 워낙 높아요. 칼럼 하나만 읽어도 세상이 보일 정도죠. 그래서 저는 그런 신문들의 칼럼을 스크랩해서 보기도 해요. 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정기 구독하고 있어요. 결국, 신문이든 온라인이든 질 높은 정보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가지는 것 자체가 권력이었지만, 지금은 원하면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다양성 시대에 천편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요원한 일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요? 
소설 «1984»와 «동물농장»을 쓴 작가 조지 오웰은 원래 사회주의자였다가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뒤 공산주의 세력도 나치처럼 부패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바꾸었어요. 조지 오웰이 남긴 명언이 있어요. “1+1=2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는 망하지 않는다.” ‘1+1=2’라는 단순한 진실조차 검열하는 사회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사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과학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법을 지켜야 하죠. 그게 문명국가의 기본이에요. 한 개인이 교양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듯, 한 국가의 교양이 곧 문명(文明)이에요. 우리는 지난 100여 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문명을 건설해왔어요. 그 문명을 유지하려면 언제나 사실을 기반으로 논의를 해야 하고, 거짓을 배격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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