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사무실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장면을 같이 지켜보던 강형원 기자(LA타임스와 AP통신 등에 근무하면서 퓰리처상 2회 수상)가 “Nightmare is over”라고 했다. “악몽은 끝났다”는 그의 말에 나도 동감했다. 지난 4개월간 주술과 음모론이 드리워진 惡夢 같은 터널 속을 헤매다가 햇빛 속으로 나오니 진짜 세상, Real World가 나타난 것이다.
오늘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주변을 걸으니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밝았다. 주술과 음모론이 아닌 현실과 사실에 기초하여 토론을 통해 좋은 방향을 찾는 實事求是의 세상을 다시 찾은 느낌이었다. 논어의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가 생각 났다. 생각이 달라도 화합할 수 있는 사람이 君子인데 윤석열은 같으면서도 불화한 소인배였다는 이야기이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낭독한 선고문은 너무나 명쾌하였다. 상식과 법리가 합치된 글이 갖는 감동을 느꼈다. 사실관계는 이렇게 명확한데 지난 넉달간 왜 그렇게 시끄럽게 싸우고 외쳤는지 거기에 쏟은 시간과 정력이 허망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국민들의 30% 정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다. 물론 70%의 국민들은 진영논리를 거부하고 상식, 사실, 헌법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윤석열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에 역동적인 중심세력이 健在함을 보여준 것이 탄핵사태의 한 소득이긴 하다. 이 70%는 보수의 약 30%, 중도의 약 70%, 진보의 약 90%이고 젊으며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집단이다. 이들을 기존의 左右나 보수-진보로 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 이번 사태로 기존의 구분법이 맞지 않을 만큼 여론구조가 흔들린 것이다. 탄핵반대 세력을 상식파라고 부른다면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한국의 사회와 정치를 주도하게 되는 미래를 상상하면 기분이 좋다.
헌법재판소 결정문은 한국현대사, 특히 어린 민주주의 역사의 한 기준점이 될 것이다. 1215년 잉글랜드의 마그나 카르타와 비견되는 영향력을 가지려면 여기서 제시된 기준을 정치판에서 실천하는 세력이 강해지고 국민들도 일종의 국민교재로 삼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4·4 결정문은 민주공화국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 민주주의는 어떤 태도로 실천할 것인지, 공화국의 영원한 숙제인 권력자의 專橫과 국민의 기본권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하여 지침을 준다.
1. “계엄 선포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 하더라도 그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통치권이나 비상대권을 대통령이 멋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윤석열 추종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2. “소추의결서에서 내란죄 등 형법 위반 행위로 구성하였던 것을 탄핵심판청구 이후에 헌법 위반 행위로 포섭하여 주장”한 것은 “기본적 사실관계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적용법조문을 철회, 변경하는 것”으로서 “소추사유의 철회, 변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허용된다”고 하여 절차적 쟁점을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이는 2017년 박근혜 탄핵 심판에서도 선언된 원칙이었다.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언론과 여당의 주장은 간단하게 배척되었다.
3. 검찰에서 한 피의자의 진술조서를 헌재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가 하는 쟁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상반된 견해를 소개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한편 증거법칙과 관련하여, 탄핵심판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재판관 이미선, 김형두의 보충의견과 탄핵심판절차에서 앞으로는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재판관 김복형, 조한창의 보충의견이 있습니다.”
4.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선포의 이유로 든 국회의 정부 압박에 對하여 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계엄선포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 부당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거부권) 등 평상시 권력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대를 동원한 방법 말고 정치적 방법으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5. 헌법재판소는 “중앙선관위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에 대하여 대부분 조치하였다고 발표하였으며, 사전·우편 투표함 보관장소 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고 개표과정에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도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 해명을 위한 군 투입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병력은 출입통제를 하면서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전산시스템을 촬영하였는데 이는 선관위에 대하여 영장 없이 압수 수색을 하도록 하여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6. 결정문은 “피청구인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고, 그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않았으며,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으므로,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였다”고 선고, 국무회의가 정상적이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7.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하여 나라를 위해 봉사하여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어”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를 방해하기 위하여 군대를 투입한 사실, 체포 목적으로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 등의 위치를 확인하려 한 것도 사실로 인정했다.
8. 결정문은 “체포 대상에는 퇴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하므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9.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의 법위반 행위가 피청구인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피청구인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한 후 군경을 투입시켜 국회의 헌법상 권한 행사를 방해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병력을 투입시켜 중앙선관위를 압수 수색하도록 하는 등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하였으며, 이 사건 포고령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였는데 이러한 행위는 법치국가 원리와 민주국가 원리의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10. 헌재 결정문은 윤석열의 非민주적 정치행태를 비판한다.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이고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했고 피청구인 역시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협치의 대상으로 존중하였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피청구인은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에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으며 그 결과가 피청구인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여서는 안 되었는데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 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하였다는 것이다. 윤석열의 무도한 계엄을 작년 총선 불복 책동으로 해석한 셈이다.
11. 헌법재판소는 결론을 내린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 그리하여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그래서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 :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했다. 2025년 4월4일 오전 11시22분이었다.
▲ 요약
1.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문은 한국의 어린 민주주의와 공화국에 대한 도전을 斷罪하는 역사적 문서로서 한국의 마그나 카르타(810년 전 잉글랜드의 대헌장)로 기록될 것이다.
2. 헌법의 힘으로 친위 쿠데타를 진압함으로써 다시는 권력자가 헌법을 무시하는 권력행사를 꿈꾸지 못하게 하는 예방접종 역할을 할 것이다. 대통령이 가진 권한에 대한 헌법적 제약을 재확인하여 비상대권이나 통치권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것이다.
3. 파면 결정문은, 윤석열의 부정선거 妄想에 대한 헌법적 응징으로서 권력자의 선동을 벌하는 先例이다.
4. 국군통수권자가 헌법 제5조 국군의 임무를 위반한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국군의 사명을 재확인하였다. 국가의 안정보장, 국토방위, 정치적 중립성.
5. 윤석열 추종세력의 反법치적, 反사실적, 反역사적 행위에 대한 헌법의 경고이다. 결정문이 나온 이후에도 그들이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는 선동 폭력 행위를 지속하면 국가는 反헌법-反국가 세력으로 간주, 대응할 수밖에 없다.
6. 윤석열 탄핵에 압도적 다수 국민들이 찬성하고 헌법재판소가 법리와 여론에 합치하는 판결을 하는 것은 국가의 중심세력과 제도가 健在함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것으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 줄 것이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그래서 보수 중도 진보를 포괄하는 새로운 중심세력이 태동하고 있다.
7.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으로 早期대선을 통한 문제 해결 방식, 즉 평화적이고 合憲的인 프로세스가 시작되었다. 선거에 참여하는 수천만 유권자의 주권적 결단은 國家理性과 의지의 최고 표현으로서 무조건 존중되어야 한다.
9. 한국의 보수는 맨정신 보수와 음모론 세력으로 갈라질 것이다. 문명건설 세력으로서 보수는 재해석되고 재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헌법과 사실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분류법이 필요하다.
10.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윤석열을 딛고, 김일성 추종세력도 치우고 대한민국 헌법이 명령한 평화적 자유통일을 향하여 前進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