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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파면 처분은 지나치다 회사가 파면시킨다고 하여 저런 일이 다시 안 생기겠나. 무학산(회원)  |  2025-04-10
<저 주먹질을 통해 한 가닥 희망을 본다>
  
  그제(4.8)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었다.《계엄·탄핵 이견에 대한항공 기장·부기장 주먹다짐…기장 병원 실려가》저 제목이 어제(4.9)는 이렇게 바뀌었다.《대한항공 기장·부기장, 탄핵 대화 중 주먹다짐…둘 다 파면》
  
  윤 전 대통령을 향한 ‘파면’이란 말이 슬프다. 그를 ‘만세의 원수’라 말하던 내가 이런데 다른 이들이야 오죽하겠나. 같은 뜻이라도 파면 말고 ‘탄핵’이라 말해주었으면 덜 슬펐을 것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헌재가 파면한다는 것도 사리에 안 맞아 보이니 부드러운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른 항공사도 아닌 국호(國號)가 걸린 대한항공의 기장과 부기장이 탄핵 문제로 주먹질을 했으니 외국인들 보기에 좀 머쓱하긴 하다. 그렇지만 어느 한구석은 위로가 된다. ‘파면’까지 당할 수 있는 일에 치고받는 행동력을 보였으니 무기력한 국민에게 무언가 모티브가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해외 취항 여객기의 기장⸱부기장은 지식인이라면 지식인이고 안전 전문가라면 안전 전문가다. 그런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폭행한 것을 ‘안전의식’을 내버린 짓으로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랏일(윤석열 탄핵)로 그랬기 때문이다. 서로의 생각은 달라도 궁극적 목적인 ‘애국’에는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파면 처분은 지나치다.
  
  최고의 전문직업인이랄 수 있는 기장과 부기장이 탄핵觀 차이로 육탄전을 벌일 정도이니 나라는 이미 두 쪽이 났다고 봐야 한다. 이 마당에 회사가 파면시킨다고 하여 저런 일이 다시 안 생기겠나. 두 쪽이 하나로 합쳐지겠나? 나라가 두 쪽 났음을 수인하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파면을 시킬 일이 아니다.
  
  나는 조선시대 사람 홍경래와 임꺽정을 나란히 놓고 생각할 때가 간혹 있다. 쌍놈 임꺽정은 나름의 힘을 가졌지만 썩은 조정에 반항할 마음은 먹지 못했다. 홍경래는 몰락 양반 출신으로 힘도 없고 빈손이었지만 조선을 타도할 준비를 해 나갔다.
  
  주먹질은 우리 같은 쌍놈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지식인들이 저랬다. 헌재의 ‘선고’에 따라 행여 패를 지어 싸우더라도 길거리 사람들끼리 그러리라 여겼는데 엉뚱하게 저런 지식인들이 먼저 싸웠다. 지식인들이 용감히 주먹총질을 했으니 우리 같은 시장통 사람들도 들고 일어서야 상당성 원칙에 맞겠다. 그렇지만 길바닥 사람들은 싸울 엄두도 못 낸다. 매양 지식인이 먼저 일어섰고 그들이 사태를 추동했다. 이런 맥락에서, 저 두 사람의 행동력은 어떤 사태의 징험일 수 있다. 지식인 사회가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지식인의 주멀질에서 한가닥 희망을 본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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