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속도로 우회전하는 총알은 웬만한 철판을 뚫는다. 총알이 뚫지 못하는 것은 철판처럼 단단한 물질이 아니다. 부드러움의 극치랄 수 있는 솜이다. 솜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총알을 품어버린다. 방탄복은 이런 솜의 특징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韓東勳(한동훈)의 강점은 빠른 두뇌 회전과 속사포같은 논리적 언변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비판하면 곧바로 총알처럼 받아친다.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 보일 정도다. 본인 스스로도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도 그렇게 여길까? 인간은 요상한 동물이다. 옳은 말, 맞는 말을 들으면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나빠진다. 그래서 엇나간다. 말싸움이 벌어진다.
TV토론에서 安哲秀(안철수) 의원에게 “내가 국회로 오라고 연락했는데, 왜 당사로 갔느냐”고 따지듯 묻던데, 그 대신 “계엄을 반대한 것, 탄핵에 찬성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상대를 추켜세웠다면 어땠을까.
“정치 경험이 없는 검사 출신이 또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데,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는 安 의원의 힐난에 “안 의원님은 정치경험 10년에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셨죠?”라고 반박하는 대신, “제가 경험이 부족하니 경험 많은 安 의원님이 도와주세요”라고 받았다면 어땠을까.
머리 좋고 말 잘하는 사람의 약점이 손해 보는 것, 억울한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거나 관점이 어긋났다고 생각하면 바로 들이받는다. 그래서는 표를 얻기 힘들다. 같은 ‘찬탄파’인 安 의원 지지자들이 TV토론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들의 표가 사표(死票)가 되기를 원치 않는 安 의원 지지자들이 자신에게 돌아서게 하려면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을까.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억울함을 눌러 참고, 상대의 약점까지 끌어안는 솜 같은 부드러움 가져야 한다. 한마디로 大人이 되어야 한다. 韓에게서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약점이 이런 점이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