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충돌 사태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으며 전세계 언론들이 현재 상황을 톱뉴스로 전하고 있다.
현지시간 7일 새벽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과 파키스탄이 점령한 잠무와 카슈미르 지역 9곳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단순 미사일 공격인지, 파키스탄 영공을 침범한 공습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파키스탄 보안군은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다치는 등 민간인 피해가 있었다고 했다. 사망자 수는 7일 오전 현재 기준 8명인 것으로 보도됐다.
인도는 파키스탄 정부군 측의 군사시설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무장 테러 단체의 활동 지역들에 대한 공격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자국이 지원하는 테러 단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하며 보복 차원으로 인도의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은 파키스탄 군 당국을 인용해 영공을 침범한 인도 공군의 전투기 두 대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의 긴장 사태는 4월 22일 인도령(領) 카슈미르 지역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총기 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친 뒤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인도는 무장 단체의 배후에 파키스탄 정부가 있다고 주장하고 파키스탄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카슈미르 출신 남성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망자는 모두 힌두교 관광객이었다. 부상자 및 생존자 등의 증언에 따르면 테러 단체는 이들의 종교를 확인한 뒤 총격을 가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보복 공격이 있기 전 발행한 최신호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기사의 제목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 충돌 임박’, 부제(副題)는 ‘이번 사태는 2019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긴장 사태의 배경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압박이 있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2016년 인도 군사기지에 대한 공격 11일 만에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무장세력을 타격했고, 2019년에도 40명의 경찰관이 숨진 자살폭탄 공격 발생 12일 후 파키스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바 있다. 이번 공격은 2019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테러 공격이며 관광객을 겨냥한 공격으로 보면 1989년 테러 이후 최대 규모다.
이런 이유에서 모디 총리가 더욱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국내 여론이 거세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앞서 모디 총리는 2019년 테러 공격 이후 카슈미르의 특별 자치 지위를 폐지하고 중앙 정부의 직접 통치를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이를 통해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다고 주장해왔으나 최근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그의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카슈미르 지역에서 조직적인 인권 유린 행위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과연 군사 충돌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인지 여부다. 2019년 인도의 보복 공격 당시 파키스탄은 인도 전투기를 격추하고 조종사를 체포한 바 있다. 미국의 중재에 따라 조종사를 돌려주기는 했지만 이번 상황의 경우 민간인 피해 발생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인도는 과거와 같은 국제사회의 중재, 혹은 단순한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2019년보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이외에도 여럿 있다. 변수 중 하나는 파키스탄 군 총사령관 아심 무니르 장군이다. 그는 카슈미르를 파키스탄의 ‘생명줄’로 부르며 전임자들과 달리 이념적 성향이 강하고 강경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부의 정치 개입과 치안 유지 실패로 파키스탄의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그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인도를 향한 더욱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 환경 또한 2019년과는 크게 달라졌다. 미국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파키스탄에 대한 영향력이 줄은 반면 인도와의 관계는 가까워졌다. 인도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파키스탄 군 수뇌부에 대한 제재나 70억 달러에 달하는 IMF 구제 금융 조치의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파키스탄은 이런 점을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원하지만 중국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4년여 간 이어진 국경 분쟁 문제에 대한 최근 합의를 통해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이어가려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무역 전쟁 문제로 중국과 인도와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가해질 수도 있다.
중국은 수십 년간 파키스탄과 국방 및 경제적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인도와 파키스탄 중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가 또 하나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최근의 카슈미르 테러 사건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 간의 오래된 조약들 또한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인도는 1960년 체결된 수자원 공유 조약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으며 파키스탄은 1972년 체결된 국경 동결 협정을 폐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미 인도는 파키스탄인 비자를 취소하고, 파키스탄과 상품 수입·선박 입항·우편 교환을 금지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 이에 파키스탄은 인도 항공기의 영공 진입 금지와 인도인 비자 취소 등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