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번 대선을 바라보는 관점은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보다 보수가 쇄신하여 바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우리 정치가 그나마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올 수 있을지에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국힘당의 하는 꼬라지를 보니 적어도 필자의 바람의 절반은 이루어질 것 같다.
꼼수에 꼼수, 배신과 배신을 거듭하며, 대선보다는 대선 후의 당권에만 관심을 두고, 자당이 뽑은 대선 후보를 바지 사장인 것처럼 뒤에서 흔들며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따라올 것을 강요하는 꼴통 기득권 보수 권력자들의 행태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스스로 공당이 아님을 자인하고 있으니, 국힘당은 대선 과정에서, 혹은 대선 후에는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국힘당은 보수 정당이 아님은 이미 명백했고, 민주적인 정당이 아님도 이번 대선 경선과정과 그 이후의 과정에서 스스로 증명해 보여, 그 존재 이유가 없는 정당이다. 필자는 국힘당의 하는 짓거리를 눈 뜨고 봐주기 힘들지만, 보수가 정상화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너무나 반갑고 기쁘다. 열심히 꼼수 쓰고, 뒤통수 치고, 온갖 정치공학 다 동원하여 개싸움을 벌이시라.
김문수는 절대 5월 11일까지 단일화에 응해 주지 말고 버텨라. 시간과 상황은 절대적으로 김문수에게 유리하고, 명분도 있으며, 국힘당 내의 헤게모니도 김문수가 쥐고 있어 김문수가 한덕수에게 양보하거나 단일화에 응해 줄 이유가 없다.
윤석열이 배후에 있는 국힘당 당권파들이 김문수를 주저앉히기 위해 별별 회유와 협박을 다하고 있지만, 김문수가 쉽게 응할 리 만무하다. 국힘당 당권파들이 김문수를 회유할 당근이 별로 없다. 당권파들이 김문수에게 국무총리나 장관 자리를 보장한다고 제안하기 어렵다. 이 제안은 한덕수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유효한 것인데, 한덕수가 대통령 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내년 지선에서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후보 공천 보장을 제안할 수 있겠지만, 김문수 입장에서 현 여론으로 볼 때 수도권에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인데 이 제안을 받아들일까? 2028년 23대 총선 공천 보장? 이건 김문수의 나이로 볼 때 공천한다는 것도 어렵고 설사 공천받아 출마해도 당선은 더 어렵다. 김문수는 1951년생으로 2028년이면 77세이다.
김문수는 이번 대선 후보가 자신의 정치인생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당권파들의 자리 보장 회유책은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협박은 통할까? 김문수는 비리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사생활 역시 깨끗한데다, 중앙정보부와 보안사의 고문도 견디며 심상정의 거처를 불지 않았던 강골인데 김문수에게 어떤 협박이 통하겠는가? 회유나 협박은 김문수 본인에게 하기보다는 주변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문수를 보좌하는 인물은 김재원, 차명진, 박계동이다. 이 세 사람 중에 김재원은 김문수 대통령 만들기보다는 향후 당권이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김문수에 붙어 있어 당권파의 회유와 협박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차명진은 김문수와 노동운동을 함께 했고 성정상 회유와 협박이 쉽게 통하지 않을 인물이다. 박계동도 1952년생으로 나이가 많고, 당내 세력이 있거나 당권파와 가까운 것도 아니라서 대선 이후에 김문수가 당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야 자신의 입지를 도모할 수 있는 상황이라 회유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김문수나 김문수 주변 인물들로 볼 때, 국힘당 당권파의 회유와 협박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결국은 김문수가 원하는 바대로 한덕수가 무소속으로 대선후보 등록을 한 후에 단일화 과정을 밟거나, 당권파들이 한덕수의 무소속 등록 후의 단일화는 받아들일 수 없어 무리하게 전국위와 전당대회를 열어 당규를 개정해 김문수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한덕수를 옹립해 한덕수를 국힘당 대선 후보로 등록하는 무리수를 두게 될 것이다.
전자로 간다면, 한덕수는 무소속으로 대선을 치르기는 힘들다고 판단하여 중도 포기하게 되고 김문수는 국힘당 후보로 본선에 나가 대선을 치르겠지만, 당의 적극적인 지원은 포기해야 하고, 국힘당은 대선 기간 내내 대선보다는 대선 후의 당권 쥐기에 골몰하게 되어 김문수의 당선은 100% 어렵다.
후자로 진행된다면, 역대의 정치 코메디를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이고, 이준석의 대통령 가능성이 한결 높아지게 될 것이다. 필자는 역겨운 장면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보수의 판갈이와 정치 세대 교체를 위해서는 이런 과정을 겪는 것은 충분히 참아줄 수 있다고 본다.
당권파가 전당대회를 통해 김문수를 축출하면, 김문수는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국힘당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국힘당의 조치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고, 이 가처분 신청은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한덕수의 국힘당 대선 후보 등록은 무효가 된다. 한 당에서 두 명의 후보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제47조에 따르면, 정당이 대통령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려면 해당 정당의 당헌이나 당규에 따라 선출된 단일 후보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국힘당 내에서는 별별 기괴하고 희한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김문수는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해 국힘당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추천서에는 당인과 국힘당 대표(비대위원장)의 직인 날인이 들어가야 한다. 당권파들은 당인과 직인 날인을 거부할 것이고, 김무성의 ‘도장 들고 나르샤’의 데자뷰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김문수는 결국 후보 등록에 실패하고, 대신에 당권파들의 조치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하여 법적 투쟁을 이어갈 것이고, 이 싸움은 김문수가 유리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한덕수의 대선 후보 등록 무효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힘당은 대선 후보 없이 대선을 맞이 하게 되고, 대선은 이재명 : 이준석의 1:1 맞대결이 되면서 이재명과 민주당측이 사용하려 준비했던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탄핵 카드는 무용지물이 되고, 정책 대결로 판이 바뀌면서 본선 토론회가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정책 토론은 이준석이 이재명보다 우위에 있는데다,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보수 진영의 결집이 이준석으로 향하게 되면 대선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지만, 보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정치를 위해서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