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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人命在天이란 말, 이리도 절실할 줄이야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은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게 수다. 무학산(회원)  |  2025-06-14
1. 오늘 조선일보에 이런 기사 제목이 있다.《기적의 11A… 생존 승객 1명, 인도 여객기 추락 현장서 걸어 나왔다》
  
  평화롭고 잘사는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지난날 어려웠을 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자주 썼다. 불행에 정통으로 맞닥뜨린 사람들이 서로서로 위로하면서 썼을 것이다.
  
  인도의 추락한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이 몰사했고, 비행기가 추락한 탓에 마을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었고, 학교 건물 안에 있던 의대생들도 죽었다. 그러나 승객 한 명은 294명이 죽은 현장에서 제 발로 걸어 나와 뭐라고 뭐라고 외치면서 자기 힘으로 구급차에 올라탔다. 저 속담이 진리임을 증명한 셈이다.
  
  역시 인명재천(人命在天)이요 수요장단(壽夭長短)은 하늘에 달렸다. 재판받고 있는 범죄자도 대통령이 된다. 그러니 너무 아등바등 살지 말 일이다. “최선을 다하되 너무 애쓰지는 말라.”는 옛사람의 말이 요사이 같이 실감 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재명이가 대통령이 됐다 해서 너무 성내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세상은 돈다. 내가 싫어하거나 말거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람은 제가 불고 싶은 데로 부는 것이다.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은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게 수다.
  
  2. 나는 중학교에도 못 갈 형편이었지만 어떤 운동을 한 덕분에 대학까지 마쳤다. 그렇게 운동이 체화되었고 80살이 될 지금도 역기와 아령 등을 4일 동안 하루에 70분간 든다. 도전적으로 고중량을 들고 5일째 날은 쉰다. 그러다 보니 여름이면 외출하기가 쑥스러워진다. 반소매에다가 얇은 상의를 입으니 근육이 드러나 보여서다. 젊을 땐 근육 자랑질도 했지만 이젠 노인이니 감추고 다닌다.
  
  올해 들어서 서혜부에 불쾌감이 있고 무언가가 만져졌다. 괜찮겠거니 했는데 볼록 튀어나온 게 점점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동네 의원에 갔더니 “탈장이 의심된다.”면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큰 병원에 가니 의사가 내 몸을 보더니 대뜸 하는 말이 “어르신 운동을 많이 하시죠?” 했다. 어릴 때부터 하던 거라서 습관적으로 한다고 대답했다. 의사가 다시 하는 말이 “탈장은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잘 나타나고 운동을 전혀 안 하는 사람에게도 나타나는데 무거운 물건을 들면 안 됩니다. 축구 선수 XXX, XXX, XXX도 이 수술을 했고 가수 XXX도 했습니다.” 내가 다시 물었다 “80 노인이 무슨 수술을 한단 말씀입니까?” 했다. 의사가 “아닙니다. 수술을 일년 뒤에 하든지 몇 달 뒤에 해도 되지만 잘못되면 삐져나온 창자가 복벽(腹壁) 밖에서 썩을 수 있습니다. 그럼 대수술을 해야 합니다.”했다.
  
  운동이 만병치료제인 줄 알았고 가장 좋은 백신인 줄 알았는데 운동을 한 탓에 개복수술을 해야 할 병을 얻었으니 “너무 애쓰지 말고 살라.”고 가르친 옛 성현들의 말씀이 옳았다. 한편 나는 노화에 의해 이제야 저 병에 걸렸지만 저 축구 선수들은 운동을 얼마나 오지게 했기에 젊은 나이에 탈장을 만났을까? 하고 때때로 하늘을 쳐다보면서 감사한다.
  
  수술 날짜를 이리저리 맞추어 보고 있는데 내자가 한사코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그때 수술하라고 한다 “땀이 찍찍 나는 한여름에 무슨 수술을 한다고 그라요?” 하며 성난 얼굴로 말린다. 나도 수술받기가 두려웠던 참에 잘됐다 싶어서 두말 않고 내자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혹시 ‘서혜부 탈장’ 수술을 하신 독자님이 계신다면 한 말씀 들려주십시오… 꾸벅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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