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의 계엄 사태 후 이재명 당시 대표는 통화에서 "큰일이다. 나라가 반으로 쪼개졌다. 이렇게 되면 만약 민주당이 정권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똑같이 되는 거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나를 무서워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 일부는 결코 이재명 대통령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이는 그동안 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쌓여서 만들어진 '업보' 같은 것이다.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캐나다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첫 주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58.6%)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임기를 마칠 때 목표로 하는 지지율이 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출발할 때보다는 마칠 때 더 높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언제나 공직을 맡으면, 시작할 때보다 마칠 때 지지율이 더 높았던 것 같다"며 "제가 경기지사를 할 때도 출발할 때는 전국에서 꼴찌였는데 마칠 때는 가장 높았고 성남 시장 시절에도 마칠 때는 시정 만족도가 80% 전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된 지 아직 보름도 안 된 시점에서 예상은 성급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대로 선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 절반에게서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 자신의 취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하면 이를 커버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선 전부터 보수진영의 '이재명 악마화'는 이재명을 잘못 보게 되는 것이라고 주변에 얘기하거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현실주의자에 가깝다'라는 말도 했다. 그의 판단 기준은 이념의 추종이 아니라 현실에서 나라와 국민, 본인에게 이로우냐가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어둠의 자식들'이 더 조심스럽고 지혜롭다고 쓴 적이 있다.
가장 가까운 비교 대상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석열의 '무대포' 국정운영 스타일을 떠올리면 이재명은 거의 '장인'의 세심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가령, 캐나다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관세 협상을 할 때 꼭 관철하고 싶은 기조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았을때 아마 윤 전 대통령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주먹을 불끈 쥐고 '기염'을 토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최소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답했다. 어른스러운 답변이다.
이어 "외교라는 것이 한쪽에만 이익이 되고 다른 쪽에 손해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호 호혜적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협상이라는 것이 변수가 워낙 많아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거라는 기대를 주고 있다. 윤석열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외교 안보 노선에서는 윤석열을 크게 벗어나면 안된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직접 몸으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학습능력이 좋은 이 대통령은 빠르게 배울 것으로 믿는다.
이 대통령에게 또 하나 조언을 하면, 국정 운영 스타일에서 윤석열을 '반면교사'로 삼듯이 마찬가지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반면교사'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하면서부터 '적폐세력 청산'을 내걸며 홍위병들의 칼바람을 일으켰다. 그쪽 진영으로부터 열띤 환호와 박수를 받았으나 그는 윤석열 다음으로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3대 특검(내란, 김건희, 채상병)'의 칼을 꺼냈다. 찬성하는 여론도 높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100가지는 넘을 것이다. 조만간 3대 특검이 실제 작동하면 지지자들은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반대쪽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내란극복' '정의 실현'은 보수 쪽에서는 피바람이 부는 '정치보복'으로 해석될 게 틀림없다. 정권 초부터 피 터지는 진영 대결 전선이 형성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판박이 진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국정 운영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이는 '성공한 대통령'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싶은 이 대통령에게 재앙이 될 게 틀림없다. 이 대통령이 윤석열뿐만 아니라 문재인도 반면교사를 삼으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출처 : 최보식의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