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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동결로는 부족···민중 봉기로 이란 정권 무너뜨려야” 에델먼 前 국방차관 포린어페어스 기고: “핵시설뿐 아닌 혁명수비대·자금줄까지 무력화해야 새로운 길 열려” 金永男  |  2025-06-21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터키 대사 및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을 지낸 에릭 에델먼은 중앙정보국(CIA)에서 이란 문제를 다뤘던 루엘 게레흐트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 이란 전문가인 레이 타케이 외교위원회 선임연구원과 함께 ‘이란 정권 교체를 위한 올바른 길(The Right Path to Regime Change in Iran)’이란 제목의 글을 20일 포린어페어스誌에 기고했다. 


해당 기고문은 이란은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한 적이 없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는 핵 동결, 혹은 폐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긴장 고조의 원인이자 자국민 인권을 탄압한 정권의 교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면전이 아닌 핵심 군사 조직에 대한 타격 및 경제 기반 무력화를 통한 정권 지지기반 붕괴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토록 오랫동안 이란 지도부가 악마로 묘사해온 이스라엘이, 고통을 받아온 이란 국민들을 위한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했다. 


우선 에델먼 등(이하 에델먼)은 이란 정권 교체에는 여러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도 2020년에 기고문을 썼을 때와의 상황은 많이 바뀌게 됐다고 했다. 5년 전에는 외부 세력의 무력 사용은 옵션으로 검토하지 않았고 정권의 권력 기반을 점진적으로 약화시키는 방식만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이스라엘의 폭격 이후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에델먼은 “어떤 경우가 됐든 정권 교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정권이 약해지고 국민의 저항이 거세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난 한 주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했다. 이어 이란의 핵심 핵시설을 무력화하고 군 수뇌부를 제거했으며 수십 명의 장성과 핵 과학자들이 사살됐다고 했다. 또한 석유 및 가스 시설들이 타격되기도 했다. 


에델먼은 “일부 비판적인 평론가들은 이번 이스라엘 작전의 목적이 정권 교체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정권 교체는 이번 작전의 부수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철저히 굴욕을 당했다고 했다. 한때 하메네이는 이라크에서 미국을 패배시키고 이스라엘을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들로 포위시킨 지도자로 군림했었다고 했다. 또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무시하고 핵 프로그램을 확대해 핵무기 보유 직전 단계까지 다다르게 됐다. 하지만 현재 레반트 지역(시리아와 레바논 등 지중해 동쪽 지역)과 가자지구에서 이란의 저항축(axis of resistance)이 붕괴됐고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 독재 체제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에델먼은 지금의 조치만으로도 이란의 독재 체제가 흔들릴 수는 있지만 이 신정(神政) 체제의 경찰국가 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의 희생을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슬람 공화국이 지난 40여 년 이어져 온 집권 기간 중 수차례의 대중 봉기를 겪었다고 했다. 1979년 혁명 이후 거의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사회 계층이 이탈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1979년 혁명 직후에는 학생들과 자유주의자들이 가장 먼저 이탈했고, 2009년의 ‘녹색 운동’ 당시에는 중산층 일부가 동참했으며 2010년대 후반에는 노동계 빈민층까지 등을 돌렸다”고 했다. 


에델먼은 이란 정권은 이런 봉기를 진압해왔는데 이는 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 당국의 앞잡이 행세를 하는 길거리 폭력배,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정보부 요원들 때문이었다고 했다. 이란 시민들은 이들을 상대로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느껴왔고 결국 봉기 움직임이 흐지부지되는 사이클이 반복됐다는 설명이다. 과장 최근 사례로 꼽히는 젊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에 따른 봉기도 좌절됐다.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도덕) 경찰에 구금됐다 사망해 주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에델먼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이란 정권과 국민 모두 심각한 충격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상황이 잠잠해지면 수많은 보복과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으로도 내다봤다. 예를 들어 혁명수비대 일부는 민간 지도부가 핵무기를 완성하지 못한 탓에 이스라엘을 공격을 억제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86세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더욱 공격적인 핵정책을 원했던 젊은 혁명수비대 장교들과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델먼은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 핵 프로그램이 초토화된 현실은 혁명수비대에 있어 큰 좌절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확한 비용은 추산하기 어렵지만 서방세계 제재에 따른 경제 기회 손실을 감안하면 수천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라 이란 주민들이 똘똘 뭉쳐 현 정권을 도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에델먼은 정권과 주민들 사이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에서 지난 수십 년 사이 발생한 시위와 봉기는 외세가 아닌 정권에 대한 반발심이 큰 이유였고 이번에도 비슷한 이유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에델먼은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그의 결론 부분으로 들어간다. 그는 이란 정권이 핵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구명줄을 던져주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수 있으며 실제 미국 내 좌우 진영 모두에 포진돼 있는 이른바 ‘현실주의’ 집단은 미국이 아닌 곳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증진시키는 것을 꺼려한다고 했다. ‘끝없는 전쟁’이라는 비난을 받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따른 후유증을 언급한 것으로 들린다. 


에델먼은 이란 정권은 서방세계가 자국 내부의 억압 문제가 아닌 핵문제에만 집중하길 원해왔다고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국민 다수도 무슬림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생각은 달라졌고 인권 증진이 정권 분열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에델먼의 분석이다. 그는 이란 정권을 약한 정권으로 묘사하며 국민 봉기를 촉구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정보기관 모사드는 이란 국민들이 ‘바닥부터 일어설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란의 ‘완전한 항복’을 요구한 상황이다. 에델먼은 이 항복은 우라늄 농축 활동을 포함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전면 중단을 뜻하는데 이란 지도부가 쉽게 무릎을 꿇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대신 외교적 방법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식의 양보를 해 시간을 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에델먼은 이런 배경을 설명하며 군비통제가 이번 사태의 유일한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란 정권과 국민들 사이의 유대는 이미 끊어졌다”며 “공중전만을 통해 정권을 교체한 성공 사례는 거의 없지만 이스라엘은 더 많은 불씨를 일으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이스라엘 군사 작전은 이란의 무장을 해제하는 데 초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정권을 지탱해온 핵심 기관을 표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혁명수비대 지도부는 대부분 제거됐지만 군 기지가 여전히 남아 있고 이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에델먼은 혁명수비대가 관리하는 민병대 바시즈는 국민에 대한 인권 범죄를 저질러온 조직이고 이들을 포함한 정보부 등의 모든 시설이 타격 목표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이란 경제를 마비시키는 수준으로 작전을 확대해야 한다며 석유 및 가스 관련 인프라를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제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해온 이란 정권의 돈줄이 끊기면 핵심 지지층의 이탈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델먼은 “정권 교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눈에 보이는 전투가 끝난 뒤에도 목표를 위해 계속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란이 무력화되면 이스라엘과 미국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지만 그때야말로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에델먼은 미국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이란 성직자 정권의 파탄적이고 부패한 통치 방식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이란 엘리트들은 막대한 자금을 해외에 숨겨두고 있는데 재무부를 통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란 내부가 됐든 외부가 됐든 현 이란 정권에 맞서려는 세력이 등장하게 되면, 이들이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띠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자금 및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에델먼은 다음과 같이 글을 맺었다. 


<이란은 이란의 국민 것이다. 결국 자국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이들도 그들뿐이다. 그들은 1906년(注: 입헌 혁명), 1922년(팔라비 왕조 권력 장악기), 1979년(이슬람 혁명)에 거리로 나섰고 또 다시 그렇게 할 수 있는 민중일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다. 정권을 약화시키고 그 취약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도록 하는 것뿐이다. 

 

이란은 이번 공격으로 촉발된 수준의 위기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이란 지도부는 이스라엘을 ‘야만적이고 정당성이 없으며 전세계 무슬림을 굴복시키려는 식민 정착 국가’라고 끊임없이 비난해왔다. 어쩌면 그런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고통받아온 이란 국민에게 새로운 미래로 향할 문을 처음으로 열어줬을 수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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