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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시설서 움직임 포착, 우라늄 행방 미스터리 공습 전 고체 상태로 밀반출? 엇갈린 분석 속 핵개발 단계별 피해 추적···‘농축 역량 피해는 확실’ 金永男  |  2025-07-02

미국이 6월 22일 B-2 폭격기를 동원한 ‘벙커버스터’ 공격을 가한 이란의 지하핵시설 포르도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길과 공사장비가 들어서는 움직임이 위성에 포착됐다. 이란 핵시설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란의 핵 역량이 ‘완전히 제거됐다(obliterated)’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되는 것으로 보이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이란이 포르도에서 어떤 작업을 진행하려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란의 핵 역량과 관련해서는, ‘핵 프로그램을 몇 개월 지연시킨 것에 불과하다(美 국방정보국 예비분석,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는 분석, 더 나아가 ‘이란이 폭격 전에 이미 우라늄을 안전한 곳으로 빼돌렸다(공습 전 위성사진에 포착된 트럭)’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성 영상업체 맥사테크놀로지스가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포르도 핵시설에 새로운 길이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공사 차량으로 추정되는 물체도 포착됐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굴착기와 이동식 크레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과 북한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핵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미국의 싱크탱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굴착기로 땅을 파 카메라나 사람을 지하로 내려 보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지하 핵시설에 정확히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ISIS는 포르도 시설 갱도 입구는 막혀 있고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위성사진에 포착된 트럭들은 잔해를 치우기 위한 것으로 봤다. 


포르도 핵시설 상황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느냐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예비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됐는데 DIA는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프로그램 진전이 수개월 늦춰졌을 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반박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몇 달, 혹은 더 짧은 기간 내에 마음만 먹으면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시설을 재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이 “큰 피해를 준 것은 명확하지만 완벽한 피해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란은 핵 관련 산업 역량이 아직 건재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핵기술과 관련해서도 매우 정교한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이(핵 역량을)를 없었던 것으로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disinvent)”고 했다. “이미 보유한 지식이나 역량을 다시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리처드 네퓨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포르도에서 공사장비 등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과 관련, “이란은 무엇이 남아 있고 무엇을 찾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 같다”며 “(트럼프의) ‘완전한 제거’라는 넌센스가 틀리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그는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고위 관료로 활동한 인물로 국무부 반(反)부패 조정관, 이란 문제 부(副)특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이란 담당 국장 등을 지냈고 이번 폭격의 성공 여부를 비관적으로 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란 핵 역량에 대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이란이 생산한 것으로 알려진 약 400kg(약 880파운드)의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이다. IAEA와 이스라엘 등은 이란이 60%로 농축된 우라늄 400kg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기화에 필요한 90%까지 농축하게 되면 약 10기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양이다. 


그로시 IAEA 총장은 이란이 기존에 생산했던 약 400㎏의 고농축 우라늄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폭격 전 이동시켰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 물질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우선 공습 이후 해당 물질이 자연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IAEA는 해당 지역에서 방사선 수치 상승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기되고 있는 또 하나의 가설(假說)은 이란이 공습 이전에 핵물질을 미리 옮겼다는 것이다. 


여러 추측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해당 농축우라늄이 어느 시설에 보관돼 있었는지부터가 우선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르도 시설에 농축우라늄이 있었다고 한 반면, 일부는 나탄즈 시설에, IAEA는 대다수의 우라늄이 이스파한 시설에 있다고 했다. 어떤 전문가들은 이란이 우라늄을 여러 곳에 나눠 보관해왔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핵개발의 핵심이 되는 물질을 위험을 감수하고 한 곳에 보관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의 에너지, 기후 등 전문기자로 38년간 활동한 매튜 왈드는 사전에 빼돌렸다면 이런 움직임이 이미 포착됐을 것이라고 봤다. 원자력연구원(NEI) 정책분석관을 역임한 그는 미국이나 이스라엘 모르게 옮겨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추후 설명하겠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우라늄 이전(移轉) 가설은 60%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이 고체 상태의 육불화우라늄(UF₆) 상태로 옮겨졌다는 것을 가정으로 한다. 이를 대형 강철 실린더에 보관한 뒤 트럭으로 운반하는 것이다. 이란은 과거 IAEA 사찰단에게, 핵시설에 위협이 감지되면 핵물질을 이동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작은 통에 보관할 수 있어 일반 차량 트렁크에 넣을 수 있다”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왈드는 “만약 이란이 실린더를 옮겼다면 미 국방부는 적어도 일부의 위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라며 “그런 점에서 추가 공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ISIS 소장으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사찰과 2012년 미-북 2·29 합의에 참여한 핵 전문가 올브라이트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핵역량을 후퇴시키는 것에 성공적이었다고 봤다. 그는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원심분리기 수천 개를 가동한 시설은 물론,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시설이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만들어놓은 추가 원심분리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를 가동하기 위한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인데, 이런 시설들이 제거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 전 이스파한 핵시설에서 차량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 사전에 우라늄이 옮겨졌을 수 있다는 추측의 핵심 근거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스라엘이 이스파한 시설을 한 차례 공격한 뒤 또 한 번 공격을 가했고 미국도 미사일 공격에 나선 점을 강조했다. 농축우라늄은 물론,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는 “‘몇 년이 걸린다’라고 정확히 숫자로 말하기는 싫지만 이런 시설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고 단기간에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PBS 방송 기자가 우라늄의 일부만 제거됐거나 일부가 반출됐을 가능성을 보면 트럼프의 ‘완전한 제거’ 주장이 틀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는 정치적인 발언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 문제는 이란과의 합의를 통해 직접적이고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미국은 비축된 우라늄이 이란에서 완전히 제거되길 원하고 이를 위해 사찰단이 포르도 시설로 들어가 잔해 속에 묻힌 캐니스터들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핵무기 개발을 위해서는 여러 공정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고 이란의 상황에 적용시키자면 다음과 같다(NYT, 영국의 타임스, ISIS, IAEA 참조). 미-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단계별 피해 여부 및 현황은 괄호 내에 소개돼 있다. 


1. 핵기술 확보(피해 가능성) 

이란은 수십 년에 걸쳐 핵기술을 개발해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심 핵 과학자 최소 14명이 최근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있어 타격을 받은 것은 맞지만 다른 과학자들이 연구를 이어받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2. 우라늄 광석 채굴(영향 없음) 

이란 중부에는 두 곳의 우라늄 광산이 존재한다. 이란은 어느 정도의 우라늄을 채굴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최근에 공개하지 않아왔다. 다만 나리간으로 알려진 광산에는 50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의 우라늄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이번에 공격받지 않았다. 

 

3. 우라늄 기체화(파괴 가능성 높음) 

우라늄 광석을 육불화우라늄 형태의 기체로 전환할 수 있는 이란의 유일한 시설은 이스파한에 위치해 있었다. 공습 이후 이스파한 시설은 심각하게 파괴됐고 원심분리기를 통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기체화 역량이 사실상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농축을 위해서는 우선 채굴된 우라늄 광석을 정제해 고체 분말 형태인 옐로케이크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우라늄 전환(conversion) 시설인 이스파한과 같은 곳에서 육불화우라늄으로 전환해야 한다. 육불화우라늄은 섭씨 약 56.5도 이상에서 기체로 존재한다. 원심분리기를 통한 농축을 위해서는 기체 우라늄이 필요한데 기체화 설비가 없으면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투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4. 우라늄 농축(피해 규모 불확실하나 피해 존재) 

우라늄 농축은 핵무기 제조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단계다. 무기화할 수 있는 우라늄을 생산하려면 고속으로 회전하는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를 이용, 기체 상태의 육불화우라늄을 농축시켜 분리해야 한다. 이란의 나탄즈와 포르도 지하 시설에는 1만 8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나탄즈에 있던 원심분리기를 모두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 IAEA 역시 포르도 시설은 미국의 공격 이후 더 이상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원심분리기를 생산하는 시설 역시 파괴했다. 이란은 다른 곳에 숨겨진 농축 시설이 있다고 주장해왔으나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5. 농축우라늄 보관(역량 존재 가능성) 

IAEA 등은 이란이 고농축우라늄 약 400kg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왔다. 사찰단이 이란에서 우라늄 일부를 마지막으로 포착한 것은 이스라엘의 공습 약 1주일 전이었다. 해당 물질은 이스파한 시설에 보관돼 있었고 약 10대의 차량 트렁크에 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특수 용기에 담겨 있었다. 이 우라늄을 90% 수준으로 추가 농축할 경우 핵무기 9기~10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해당 농축우라늄이 사전에 옮겨졌는지, 혹은 파괴됐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60% 수준의 우라늄을 90%로 농축하는 데는 초기 농축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적게 소요된다. 현재의 관건은 이란에 추가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시설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IAEA와 ISIS의 분석에 따르면 고속 원심분리기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가정하에 60% 농축우라늄을 90%로 농축하는 데는 약 2주가 필요하다. 천연 우라늄(농축률 0.7%)에서 90%에 도달하려면 약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20%까지 농축하는 과정이 가장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60%를 넘어선 후부터는 미세한 조정만으로도 농축도가 급격히 상승해 빠르게 무기급에 도달할 수 있다. 


6. 농축우라늄 고체화(파괴 가능성 높음)

이란에는 농축우라늄을 고체 상태로 다시 전환할 수 있는 시설이 이스파한에 있었으나 이번 공습으로 파괴됐다. 고체화 작업 없이는 핵폭탄을 제조할 수 없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이란이 과거에도 비밀 장소에서 우라늄 고체화 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다며 비밀 시설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7. 핵폭탄 제조(피해 가능성)

고체화 된 농축우라늄을 무기화하기 위해서는 기폭 장치 등 핵심 부품을 소형화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란이 해당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일부 진전을 이뤄냈고 기폭 장치 실험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지난해 이란이 예상보다 ‘빠르고 단순한’ 방식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스라엘은 기폭 장치 및 폭약 개발과 관련된 산자리안 제조시설 여러 곳을 파괴했다. 다만 이를 수행할 다른 비밀 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 


NYT 출신 왈드 기자는 “핵무기의 비밀은 비밀이 없다는 것”이라며 무기 자체를 만드는 것은 오래된 기술이고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1976년 당시 프린스턴대학교 3학년 재학생이 물리학 수업 과제 과정에서 핵무기를 설계하기도 했다”며 “그것도 우라늄보다 쉬운 플루토늄탄(彈) 설계였다”고 했다. 


8. 핵무기 운반(가능성 존재)

이란은 핵무기를 확보하게 되면 2006년 북한이 그랬듯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 핵무기 운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 곳에 있는 곳을 공격할 경우에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통해 운반해야 한다. 이란은 수천 기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까지 알려졌고 이 중 상당수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수백 기를 파괴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란의 핵미사일 발사 역량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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