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화면에 나오는 그의 눈빛이 전과는 달리 힘을 잃은 것 같아 보였다. 그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나는 그의 마음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전 전두환의 내란죄를 심판하는 법정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전두환측이 이런 말을 했다.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그 요건을 판단하는 권한은 우리 측에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권력을 잃은 지금 과거 비상계엄이 옳았냐를 판단하는 권한은 여론과 판사에게 있습니다. 그 판단 주체가 달라진 거죠.”
그의 말은 많은 걸 함축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석열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윤석열이 제대로 사고를 쳤으면 어땠을까. 북에서 공격을 하게 해 전시상황이 만들어졌다면. 정치인들을 모두 체포하고 국가권력을 혼자 틀어쥐었다면. 지금의 대통령과 여당은 반국가세력으로 처단될 수 있지 않았을까. 검찰과 법원은 그때그때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 왔다.
한 정치인이 내게 정치의 본질이 뭔지 아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는 엘리트와 카운터 엘리트의 진흙밭의 개싸움이라고 했다. 이긴 놈이 정의라고 했다. 국민들은 그들의 선동에 놀아난다는 것이다. 현실 경험에서 나온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윤석열의 패배였다. 목숨을 걸고 싸울 배짱도 각오도 없는 겁보가 허리에 찬 칼을 슬쩍 보여줬다가 오히려 집단 몰매를 맞고 죽기 직전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는 감옥생활을 어떻게 견뎌 나갈까.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가 살아있을 때 자신의 감옥 첫날 경험을 이렇게 얘기했었다.
“죄수복을 받아 갈아입고 플라스틱 식판과 젓가락을 가슴에 안고 교도관을 따라 사동 복도를 걸어갔었지. 구석의 한 감방 안으로 들어가니까 뒤에서 ‘철커덩’하고 문 닫는 소리가 들리는데 천둥치는 것 같이 크게 들리더라구. 감방에 앉아 두리번거렸지. 억울해서 속이 아픈 건 말도 못해. 어떻게 이 상황을 이겨 낼까 안간힘을 썼어.”
윤석열이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요즈음 칠월의 뙤약볕이 독이 올라있다.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되어 있던 여름 이맘 때였다. 구치소를 갔다가 한 교도관한테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
“사동 윗층에 있는 두 대통령이 반쯤 죽어 있을 거예요. 천정의 슬라브와 벽으로 뜨거운 태양열을 그대로 받으니까 감방 안은 찜통이죠. 교도소 측에서는 아래층으로 옮겨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다른 죄수들이 차별한다고 난리를 치니까요. 대통령이었는데 지금 신세가 참 안됐어.”
노인인 이명박 대통령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요즈음은 백년 만의 무더위라고 한다. 감방에 들어간 윤석열의 고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처참한 영락이다.
그는 부하 복이 없는 것 같다. 줄줄이 배신을 하는 모습이다. 동지적 의리가 없는 그의 자업자득일 수도 있다. 약간 얘기가 빗나가지만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심복이던 서 변호사가 떠오른다. 그가 트럭으로 정치자금을 옮기다가 구속이 됐었다. 기업들이 대통령 후보에게 준 돈이다. 그를 잘 아는 고교 선배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서 변호사가 구속이 됐는데 지독해.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그 긴 시간을 한마디도 사건에 관해 입을 뗀 적이 없어. 감옥에 가면 보통 공황 상태에 빠지고 멘탈이 무너져 항복을 하게 되는데 그 친구는 정말 독해. 어느 기업이 자금을 줬는지 불지 않았어.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차라리 자기가 감옥에 들어가겠다고 하니까 ‘아무것도 모르시면서 그런다’고 말리면서 자기가 끝까지 징역형을 다 살았어.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 때도 원예반에서 화초에 물을 주면서 미소를 잊지 않더라구. 이회창 총재가 자기 대신 감옥을 살아주는 그를 보고 마음 아파했지. 하여튼 그 친구 고등학교 때 주먹그룹인 ‘쎄븐’ 소속이었는데 곤조가 대단해.”
그런 의리가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윤석열에게 그런 부하가 있었다면 불행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오래 전 막 구속된 대통령이 가족을 통해 몇가지 의논을 한 적이 있었다. 교도관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옥 안에서 책은 무엇을 읽어야 할지 등이었다. 대통령도 알고 보면 무협지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이었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게 되어있다. 살면 살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가마 속에서 새로운 영혼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