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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의 두 시간 오찬 대화 대통령이란 무게에 눌리지 않는 사람, "무인기 사건을 외환죄로 엮는 것은 무리"라는 내 말엔 同意 趙甲濟  |  2025-07-12
7월12일 이재명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정규재 전 한국일보 주필이 동석했고, JTBC 보도국장을 지냈고 탐사보도로 유명한 이규연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지난 4월 말 후보 시절에 저녁 식사를 하면서 세 시간 대화를 나눌 때와는 전혀 달라진 조건에서 만났다. 대통령실 정문은 남쪽으로 나 있고 식당 창문을 통해 관악산이 정면으로, 국립박물관도 내려다 보인다. 옛 국방부였던 대통령실 청사는 약간 높은 언덕 위에 있어 전망이 좋았다.
   우리 세 사람은 미리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12시 정각에 이재명 대통령이 웃으면서 들어와 창가에서 사진을 찍었다. 요리는 조촐하면서도 정갈한 한식이었다. 점심을 곁들인 대화는 편하게 주고 받는 식으로 이어졌다. 李 대통령은 이야기하기가 편한 사람이다. 대화를 독점하지 않고 경청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말을 한다. 어제도 대화는 정해진 주제 없이 솔직하게 전개되었다. 대통령 후보 때의 대화와 현직 대통령과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다를 수밖에 없어 조심스럽기도 했다. 대화가 그대로 실현 가능한 정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4월 李 후보를 처음 만났을 때 늘 웃는 모습이 李在明이란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방명록에 글을 남길 때 '이재명'이라 하지 말고 '李在明'이라고 漢字 본명을 쓸 것을 주문했었다. 어제 나는 이런 글을 써 가지고 갔다.
  
   李在明
   明: "太陽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月光에 물들면 神話가 된다"
   仁義政治
  
   밝을 明은 햇빛 같은, 아버지 같은 밝음만이 아니라 달빛 같은, 어머니 같은 밝음을 다 아우르는 밝음이다. 높은 곳, 낮은 곳을 골고루 비쳐준다는 점에서 공자의 철학인 仁義政治와 통한다. "太陽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月光에 물들면 神話가 된다" 는 소설가 이병주 선생이 신동아에 연재한 소설 山河의 副題였다. 최근 황태연(黃台淵) 동국대학 명예교수는 '정의국가에서 인의국가로'라는 책을 냈는데 仁義국가를 Benevolent-Just State라고 했다. 나는 정의와 너그러움을 같이 품는 정치의 이미지가 明이란 글자 속에 들어 있다는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기성세대의 최대 실수이자 이승만 박정희의 오판으로 드러난 한글專用의 폐해와 이로 인한 한국어의 반신불수화, 어휘력의 감퇴, 문해력의 약화, 교양어의 붕괴, 그 상징적 사건이 지난 대선 TV 토론이었다고 하자 李 대통령도 수긍했다.
  
   "어느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나라 책방에 가서 그 나라 국어사전을 보는 것입니다. 두꺼울수록 선진국이지요. 한국어 사전은 영어사전 못지 않게 두껍습니다. 문제는 약70%의 한자어 단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바람에 뜻이 날아가고 암호와 소리화 된 것이지요. 박근혜 대통령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시켜 한자 병기 교육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 마자 이를 폐기시킨 것은 참으로 아쉽습니다."
  
   李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고, 오는 9월3일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도 결정해야 하는 등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을 터인데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나는 "대통령직을 즐기시는 것 같다"고 했는데 몇 몇 대통령들이 이 자리의 무게에 눌려 무너지든지 달라지는 것을 목격한 경험에 비춰 이재명 대통령은 안정적이고 균형을 잃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 대화에 대해서 대통령실은 아무런 조건을 걸지 않았다. 非보도 요청도 하지 않았다.
   오찬 뒤 대통령실에서 먼저 만남의 취지를 기자들에게 설명한 후 여러 기자들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외교상의 좀 민감해 보이는 내용을 빼고 내가 한 말을 중심으로 몇 가지를 알려주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독도문제는 우리가 합법적으로 실효 지배하고 있으므로 분쟁거리가 아니다. 논쟁거리면 몰라도"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는데, 韓日관계가 오히려 한미관계보다 안정적이란 느낌을 받았다. 즉 이 대통령은, 과거사나 독도 문제로 갈등을 일으켜선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한 듯했다.
   *나는 특검에서 벌이는 무인기 평양 상공 침투 사건 수사에서 외환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라고 했는데 李 대통령은 "그건 특검이 하는 일이다"면서도 "법리상 외환죄는 외국과 통모하여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범죄인데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戰時작전권 전환의 의지를 엿보게 했다.
   *나와 정규재 전 주필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중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위험하기도 하고 낭비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국군통수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을 정예기술군대로 만들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나는 군대가 가장 큰 교육기관이란 점에서 軍大라고 쓰기도 한다면서 평화를 지키는 군인들의 자부심을 살리기 위해서 직무정통의 직업군인 의식을 심어 평화시의 모범적 군인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재명 대통령, 나, 그리고 정규재 전 주필의 대화 시간이 3등분 될 정도로 주고 받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 1시간 30분이 지났다. 나는 후보 시절 만남에서도 꺼냈던 이야기를 했다. 국가적 프로젝트로 '全국민 회고록 쓰기 운동'을 펴자는 것이다. 해방 80년을 맞은 우리 한국인의 스토리를 모아 거대한 실록으로 정리해두면 여기서 수많은 교훈이나 학술논문, 영화, 문학, 정책이 나올 것이고 이는 세계의 번영에 기여하는 불멸의 자료가 될 것이다. 李 대통령도 동감했다.
   *나는 오는 10월 APEC 회담이 경주에서 열리는 것에 즈음하여 신라의 삼국통일이 당과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할 이유를 없앰으로써 그 뒤 300년간 이어지는 동북아의 평화시대, 즉 고대사의 황금기를 열었듯이 한반도가 통일되면 제2의 황금기가 열릴 것임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후 2시 정각에 일어섰다. 권력자가 합리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일단 안심할 있는 상황이 아닐까? 문제는 그런 대화가 상하좌우로도 가능한가일 것이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생각도 나와 비슷했다. 워낙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면서 기사꺼리를 쏟아내니 기자들도 질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대단하다는 평이었다. 일단 건강한 대통령을 갖게 된 것은 틀림 없는 듯하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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