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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민교재
윤석열의 의사와 국민 이간질 의사는 사람 생명이 태어날 때, 아플 때, 죽을 때 곁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체험에서 습관적으로도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 있다. 趙甲濟  |  2025-07-13
*작년 윤석열의 발작적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썼던 글
  
   의사는 사람 생명이 태어날 때, 아플 때, 죽을 때 곁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체험에서 습관적으로도 인간을 사랑하게 되어 있다. 인간애(人間愛)는 도덕의 출발점이다. 의사는 개개 생명의 존엄성을 체득한 사람들이므로 자유민주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가장 잘 조직된 보수세력은 군인, 기업인, 기독교인, 의사들일 것이다.
   의사는 칼을 들고 군인은 총을 들고 사람들 생명을 지킨다. 그래서 대체(代替)불가능직종(職種)이다. 전쟁을 하든지 의료정책을 펴든지 우선적으로 군인과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군인이 모두 반대하는 전략(戰略)으로 이길 수 없듯이 의사들 전부가 반대하는 정책으론 성공할 수 없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의사들에게 명령하는 제도는 민간인이 군인들에게 명령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의 자존심을 약화시켜 프로정신을 해체하여 생명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인과 의사들을 무시한 결과는 인명(人命)손실로 돌아온다.
  
  
   전공의 수련과 의대교육이 중단된 것은 전쟁중에 장교양성 기관이 문을 닫은 것과 같다. 의료전선의 최전방인 응급실과 수술실의 파행으로 초과(超過)사망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김윤 의원(의사)은 지난 2월과 3월의 초과사망자를 1700명으로 추산했다(주로 중증, 응급환자).
   변호사가 없어도, 기자가 없어도, 관료가 없어도, 정치인이 없어도, 심지어 군인이 없어도 생명유지엔 당장 지장이 없다. 농민도, 노예도, 상공업자도, 군인도, 종교인도, 지식인도 작당하여 반란, 혁명, 쿠데타, 정변(政變)을 일으켰지만 의사들이 그렇게 한 적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다. 인명(人命)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는 첨단 과학기술자이다. 의료에 과학의 정수(精粹)가 모인다. 의사 적대시(敵對視)는 과학붕괴나 두뇌유출로 간다. 역사상 의사들을 조직적으로 탄압한 대표적 독재자는 스탈린이다. 스탈린은 죽을 때 의사들 치료를 받지 못했고, 러시아인의 평균수명은 낮다.
   국민이 의사들을 미워하는 것은 자살행위이고 정권이 의사와 국민(환자)을 이간질 시키는 것은 천륜(天倫)을 어기는 짓이다. 적군(敵軍)도 병원과 의사들은 공격하지 않는다. 그들도 포로가 될 경우 의사의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지만 의술(醫術)은 영원하다고 했다. 생명을 다루는 의술은 최고수준의 예술이다. 종교인이 성직자라면 의사도 성직자이다. '기자 선생님', '과장 선생님'은 어색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자연스럽다.
   한국인들의 삶에 있어서 가장 극적인 문명개화는 갑신정변 직후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이 서양식 병원을 열고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교회에서 처음으로 투표로 장로를 선출하는 한편 여자 학교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의사와 의술은 새 문명건설의 선봉이었다. <한국인 만들기>의 저자(著者) 함재봉(咸在鳳) 박사는 이렇게 썼다.
  
   <급진개화를 꿈꾸며 정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면서 주살(誅殺)된 '역적' 우정국 총판 홍영식의 집이 미국 개신교의 본거지이자 조선 최초의 근대병원(廣惠院)이 된다. 광혜원은 1885년 4월9일 20명의 외래환자와 3명의 외과수술 환자를 받으면서 개원한다. 갑신정변이 일어난 지 불과 4개월 만의 일이었다.>
  
   갑신정변 때 칼을 맞은 정권 실력자 민영익을 호러스 알렌 선교사(의사)가 치료해준 것이 계기가 되어 병원, 학교, 교회를 매개로 하는 친미기독교파의 서양식 근대화가 시작된 것을 함재봉 박사는 '신의 한수'라고 표현했다. 알렌이 고종이 내린 집을 인수하러 갔더니 바닥은 유혈이 낭자하고 약탈된 상태였다고 한다.
  
   139년 전에 시작된 한국의 근대의료는, 기원 전 5세기 그리스 사람 히포크라테스 이후 2500년간 축적된 서양의술을 따라잡고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저비용-고효율) 의료제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덕분에 '세계최장수국'이 되었다.
   작금의 의사들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적대적 정책은 사실 과학 헌법, 그리고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는 수구반동적이고, 이에 대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저항은 민주화 투쟁의 측면이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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