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 대통령에게 말해주고 싶다>
푹푹 찌는 한여름 윤석열 대통령이 감방생활을 시작했다. 어제 한 방송에 패널로 나온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누구보다 잘 적응할 겁니다. 그는 고시 낭인으로 12년 세월을 보내면서 아홉 번 고시를 쳐서 합격한 사람입니다.”
그 말에 공감이 갔다. 이십대의 젊은 날 나는 고시 공부를 하면서 혼자 견디는 연습을 했다. 시멘트벽 사이에 간신히 한 사람이 세로로 누울 수 있는 고시원에서 지냈다. 감옥의 독방이나 비슷했다. 먹는 것도 시원치 않았다. 하루종일 죄수옷 같은 낡고 헐렁한 트레이닝을 입고 있었다. 합격이 감옥 같은 고시원에서의 석방이었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생활을 십이년 한 윤석열 대통령은 적응력이 있다는 얘기였다.
정치인에게 감옥은 어떤 곳일까. 간디 밑에 있던 인도의 한 정치인은 감옥같이 수행하기 적당한 장소가 없더라고 했다. 그는 감옥 안에서 교도관들에게 명상을 가르치고 책을 썼다.
이승만 대통령은 감옥 안에서 성경을 읽고 영어 공부를 하고 사전까지 만들어 냈다. 김대중 대통령도 감옥 안에서 엄청난 양의 독서를 했다. 감옥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영혼이 바뀌는 장소일 수 있다. 한 장기수한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연탄배달이 싫어서 남의 물건을 탐냈어요. 감옥 안에서 살아야 하는 수많은 세월을 앞에두고 처음에는 저항했어요. 그러다 책을 읽기 시작했죠. 교도소에 있는 책들을 전부 독파했어요. 한동안 성경 읽기에도 미쳤어요. 워낙 많이 읽다 보니까 잠자던 영혼이 깨어나는 것 같았어요. 나 같은 놈이 사회에 더 있었더라면 분명히 사형대 위에 올라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이 변하니까 이 감옥이 오히려 나를 살려줬다는 걸 알았죠. 어머니가 김밥을 팔아서 나를 위해 적금을 드셨더라구요. 언젠가 제가 석방이 되면 아무 걱정 말라고 면회를 와서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동안 일급 모범수가 되어 돈도 많이 벌었어요. 지난 15년 동안 2백만 원이나 벌었다니까요. 남은 소망은 눈이 내리는 날 어머니를 찾아가는 거예요.”
그의 영혼이 되살아난 걸 나는 봤다.
여러 명의 대통령들이 감옥살이를 했다. 나는 구속이 된 대통령의 가족으로부터 구치소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문의받은 적이 있다. 책은 어떤 걸 읽어야 할지 재판에서 어떤 진술을 할지 등이었다. 감옥 안의 대통령을 보면서 적어도 한 나라의 지도자였다면 멘털이 붕괴되어서도 용서를 구걸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지켜야 할 자존심이 아닐까.
그 경우와는 달리 구치소에 있는 다른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한 적도 있다. 국정원장의 변호인으로서 대통령은 직속부하를 위해 진실을 말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대통령은 법정에 나오지 않고 구치소 안에서 버텼다. 나는 강제구인을 신청하려다가 철회했다. 대신 서면으로 묻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부하를 외면하는 비겁한 침묵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해 주었다. 그 대통령은 나의 요구에 반응해 주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떻게 지존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탓했다. 나는 대통령이 아니라 재판에 협조해야 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변호사의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자세로 현실의 재판과 특검의 조사를 맞아야 할까. 나는 전두환 대통령의 내란 재판 광경을 이백사십 시간 동안 일분도 놓치지 않고 다 봤다. 그는 패장으로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사형을 선고받았어도 담담했다. 조폭영화를 볼 때 당당하게 죽어가는 악역에게서 느끼는 매력 비슷한 게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비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끈거리는 법꾸라지여서는 안 된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그 판단권자는 대통령인 그 자신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패배한 지금은 여론과 법률이 결정한다. 결론은 이미 나 있는지도 모른다. 윤석열 피고인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따랐으면 좋겠다. 예수는 빌라도 앞에서 변명하지 않았다. 양팔을 벌리고 당당하게 십자가를 졌다. 그리고 섭리를 따랐다. 피고인 윤석열도 자신의 국가관과 철학에서 우러나오는 당당한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역사를 통해 섭리를 통해 다시 살아날 수도 있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