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이 고압 송전탑의 철제 기둥을 뜯어 고물상에 팔아넘기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철탑 절도는 단순한 재산 범죄를 넘어 전력 공급 차질과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지만 생계난 앞에선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안남도의 산비탈이나 능선에 세워진 송전철탑에서 주민들이 밤을 틈타 철제 기둥을 잘라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두께 60㎜, 길이 2m가량 되는 철제 부품을 몰래 절취해 고물상에 내다 팔고 있는데, 길이 1m당 약 2.5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먹고 살 길이 막히니 눈길이 송전탑으로 간다”는 자조 섞인 말이 돌 정도다.
실제 주민들은 한 철탑에서 기둥 5~7개를 ‘조절해서’ 뜯어낸 뒤 내다 파는 수법을 쓴다. 그러나 이런 절도 행위가 누적되면 송전탑 전체 구조가 약해져 붕괴 위험이 커지고 전력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태가 확산되자 북한당국은 엄중 처벌을 경고하며 로농적위대까지 동원해 각 기관·기업소별로 송전탑이 설치된 산중턱과 고개마루를 12시간씩 교대로 지키도록 했다. 하지만 한두 군데도 아니고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이 쉽지 않아 경계는 흐지부지됐다.
결국 적위대는 송전탑 대신 마을 골목과 도로를 순찰하며 새로 세워진 철대문이나 가옥을 조사하고 자재 출처를 추궁하는 방식으로 단속 방향을 바꿨다. 그러나 현장에 동원된 적위대조차 “지키는 사람보다 도둑이 한 수 위”라며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탑 절도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주민들의 ‘목숨 건 절도’는 계속되는 경제난과 맞물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소식통은 “전력 인프라를 훼손할 만큼 생존이 절박해졌다는 방증”이라며 “체제가 통제보다 민생 해결에 집중하지 않는 한 도둑을 막을 길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