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날에 방송된 조용필 콘서트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조용필은 누구에겐 시인이고 누구에겐 오빠이고 모두에겐 공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곡보다는 가사가 먼저 들렸다. 가사에 곡을 입힌 느낌. 음유시인. 노래만큼이나 아름다웠던 건 관객들의 표정이었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조용필 노래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하여 세계적 보편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K-POP의 원조라 할 만하다. 75세에 57년째 노래하는 그가 노인이 아니라 오빠일 수 있는 비결은 너무나 간단했다. 연습 연습 연습. 목소리가 딴딴하고 맑고 또박또박 했다. 옛날의 열정이 여유로 昇華하여 듣기에 편하니 가사 전달력은 더했다. 조용필 노래의 가사를 시집으로 내면 詩人으로 평가될 것이다.
두 시간 반에 걸쳐 28곡을 불렀는데 조용필 팬이라고 볼 수 없는 나에게도 모든 곡이 어디선가 들었던 노래였다. 수십 년 동안 한국인은 조용필이란 공기를 마시며 살아왔음을 실감했다. 특히 '허공'과 '그 겨울의 찻집'은 두 작곡가와 친분이 있어 더 좋았다. 조용필과 1만8000명 관중의 합창은 그 자체만으로 완전한 예술이었다.
그는 "음악밖에는 아는 게 없다"고 했다. 많은 한국인은 "우리는 조용필밖에 아는 게 없어요"라고 할지 모른다. 그는 "노래하다가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라고도 했다. 바이킹의 행복은 용감하게 싸우다가 칼을 잡고 죽는 것이라고 한다. 戰士의 행복과 조용필의 행복은 다르지만 서로 통하는 궁극의 美學이다. 목숨 걸고 싸우고 목숨 걸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