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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피란수도 부산, 국회의사당을 복원(復元)하라! 전쟁을 치르면서도 의회민주주의를 실천한 현장. 문무대왕(회원)  |  2025-11-20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열린 2025년 제6차 문화유산위원회회의에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부산의 유산(이하 '피란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 등재목록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23년 피란 유산이 국내 최초 근대유산 분야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2년 만에 세계유산 정식 등재를 위한 한 발을 더 내디딘 것이다.
  
  피란 유산 잠정 종목은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관저), 임시중앙청이었던 경남도청 청사(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아미동 비석 피란 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부산기상관측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별관), 부산항 제1부두, 하얄리아 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 우암동 소막 피란 주거지, 영도다리(영도대교), 복병산 배수지 등 11곳이다.
  
  피란수도 부산의 국회의사당과 부산역 건물이 빠져있음은 아쉬운 대목이다. 피란수도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했던 경남도청 내 무덕관(武德館)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피란민들의 애환을 노래로 승화시킨 중앙동 소재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역사(驛舍)가 초량으로 이전되면서 옛 모습만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이밖에도 해운대 동백섬 아래 탄약부두도 잊어서는 안될 피란시절 전쟁유물임에 틀림없다. 특히 전쟁을 치르면서도 의회민주주의를 실천한 현장이기도 한 피란수도 국회의사당을 하루빨리 복원하여 헌정사의 빛나는 의회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삼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떠오른다.
  
  대한민국은 김일성 괴뢰와 중공 오랑캐들로부터 침략을 받아 나라가 누란(累卵)의 위기에 놓였을 때도 의회민주주의를 숭상하고 실천했다. 그 현장이 바로 '임시수도 부산의 국회의사당'이었다. 민의(民意)의 전당(殿堂)이었다. 그래서 부산은 대한민국을 지켜 낸 자유와 평화와 민주에 대한 구원의 땅이었다.
  
  부산은 세계의 젊은이들이 목숨바쳐 지켜낸 자유와 평화의 성지(聖地)였다. 부산은 원수의 무리들이 더러운 군화(軍靴)로 산하를 짓밟고 동족의 가슴에다 총부리를 겨누었을 때도 허기진 피난 동포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준 희망의 땅이었다.
  
  부산은 1950년 8월18일부터 10월26일까지, 그리고 1951년 1월4일부터 1953년 8월1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1023일간 대한민국의 임시수도였다. 이 때 부산의 공식명칭은 '임시수도'였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 신청 서류에는 '피난수도'라고 좀더 구체적으로 표기했다고 임시수도기념관측은 밝히고 있다. 그래서 '임시수도'와 '피난수도'가 혼용되고 있다.
  
  '임시수도 부산'에는 당시 입법, 사법, 행정 등 정부기구가 모두 옮겨왔다. 중앙청은 경상남도 도청건물, 국회의사당은 경남도청 내 무덕관(武德館), 대통령 집무실인 경무대(景武臺)는 경남도지사 관사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의 시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낡은 대통령관저 2층 건물만이 '임시수도기념관'이 되어 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뿐이다.
  
  당시 중앙청 건물로 사용된 경남도청 청사와 국회의사당이었던 武德館은 부산의 어느 사립대학에 매각됐다. 도청건물은 대학측이 개축하여 사용하고 있고 '무덕관'은 철거돼 그 자리에 고층건물이 신축됐다. 그만큼 중요한 전쟁문화 유산에 대한 보존과 역사인식이 결여돼 있음은 안타까운 역사 인식이다. 기껏 해놓은 것이 옛 경남도청 앞 거리를 '임시수도 기념거리'로 지정해 놓은 것뿐이다.
  
  특히 '임시수도 국회의사당'은 우리 헌정사(憲政史)를 증언해줄 소중한 국가자산이요 역사의 현장이었다.1952년 7월4일 '임시수도 국회의사당'에선 대통령직선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세칭 '발췌개헌안(拔萃改憲案)'이 통과됐다. 이 개헌은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첫번째 개헌으로 '발췌개헌'으로도 불린다. 그 이유는 이 개헌안이 정부측 안과 국회측 안이 절충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개헌은 사실상 이승만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내용으로 국회 양원제, 대통령·부통령 직선제, 국회의 국무총리 인준과 국무위원 불신임권 등이 있다. 이밖에도 전사상황 극복을 지원하는 중요 내용과 '사형집행 금지법' 등 의회민주주의를 실천한 소중한 헌정자료들이 생성되고 통과되기도 했다. 목숨 내놓고 전투하면서도 의회민주주의를 실천한 대한민국 헌정사의 소중한 현장 유적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도록 방치한 것은 역대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
  
  특히 요즘처럼 당리당략을 위해 이전투구(泥田鬪拘)하는 개망나니들 같은 꼴불견의 국회 모습이야말로 천벌을 받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임시수도 국회의사당' 복원 문제는 어느 특정도시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차원의 범정부적 역사 복원사업이다. 진영논리에 얽매인 특정정치인에 대한 기념사업과도 차원이 다른 문제다. 대한민국 국회는 "우리는 오랑캐들과 전쟁을 치르면서도 국회를 운영했다"는 자랑과 긍지와 자부심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오늘의 대한민국 국회는 '국회'가 아니라 '국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 출신 국회의장이 5명(곽상훈·박관용·박희태·김형호·정의화)이나 있다. 김영삼·노무현·문재인 등 대통령도 3명이나 부산 출신이다. 그 어떤 정치인도 '임시수도 국회의사당' 복원을 거론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삼성전자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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