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군인 출신이다. 1982년에 소위로 임관한 후, 32년 군생활 후에 2014년에 준장으로 전역하였다. 내가 바라본 우리나라 정치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현실은 군사정권 30년의 정직과 신뢰, 실용, 부국강병은 살아지고, 조선조의 양반(兩班)과 유사한 문민의 위선과 거짓, 말장난, 앙심만 남아 설치는 시대이다.
김영삼 정부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문민정치'가 수십 년을 지나오며 그 폐해가 임계점에 다다랐다. 군부독재를 종식시켰다는 도덕적 우월감을 훈장처럼 달고 등장한 그들이었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을 보라. 과연 지금이 그때보다 정의로운가?
우리는 지금 땀과 눈물로 돈을 벌어본 적도, 목숨 바쳐 국가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본 적도 없는 이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법조인, 기자, 교수 등 입과 글로만 세상을 논하던 이들이 정치권을 장악하면서, 이 나라는 '거짓말은 죄가 되지 않는 나라', '배신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라', '정의가 실종된 나라'로 전락했다.
구한말,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은 어떠했는가. 거리는 오물로 넘쳐났고, 사회 전반에는 거짓과 사기, 나태가 만연했으며, 백성들은 가난에 허덕이다 평균 수명 30세를 넘기지 못했다. 그 처참했던 망국의 늪에서 대한민국을 건져 올린 것은 누구인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무인의 리더십이었다. 그들은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잘 사는 나라',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실용과 행동으로 역사를 썼다.
그러나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그들은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이들 세력을 숙청했으며 이들의 성취를 부정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되돌이표 조선조 양반들의 악습이었다.
서양 기사도처럼 우리의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사회의 핵심 가치는 '정직'과 '신뢰'이며 실용과 부국강병이다. 무사는 행동으로 말하고 결과로 책임진다. 승부에서 패하면 깨끗이 승복하거나, 죽음으로 책임을 다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인들, 즉 '현대판 양반'들은 다르다. 그들은 입과 펜으로 싸운다. 말장난으로 본질을 흐리고, 명백한 패배 앞에서도 승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말 중 "다음에 보자"는 말은 외국어로 번역하기 힘든 독특한 뉘앙스를 가진다. 다른 나라에서 "See you later"는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는 인사지만, 우리에게는 "두고 보자"는 앙심(怏心)과 보복의 예고다. 무사의 승복 문화가 없는 양반 사회에서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똬리를 틀고 앉아 복수의 칼날만을 간다. 지금 정치권에 난무하는 거짓과 선동, 조작질은 바로 이러한 '말의 정치', '앙심의 정치'가 빚어낸 참극이다.
최근 정치권의 혼란을 보며 이러한 생각은 더욱 확신으로 굳어졌다. 잔챙이 정치인을 제외하더라도 거물로 인식되는 이재명과 정청래, 장동혁과 한동훈 등 정치권의 보스라고 자처하는 인사들의 행태를 보라. 그들에게서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비장함이 보이는가, 아니면 당리당략과 개인의 영달을 위해 말의 성찬을 벌이는 무책임한 모습이 보이는가.
대한민국은 완벽하게 조선시대로 회귀했다. 적어도 정치권만은 그렇다. 군사정권 30년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은 사라지고, 조선조의 특징인 공리공론(空理空論)과 당파 싸움만이 남았다. 앞으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승복 대신 앙심을 품고 있던 자들이 득세하여 보복의 칼춤을 출 것을 생각하면 앞날이 끔찍하다.
행동 없는 말, 책임 없는 비판, 승복 없는 싸움. 이것이 문민정치가 남긴 초라한 성적표다. 다시금 무사의 정직함과 책임감이 절실한 시점이다. 군인 출신인 나는 이런 현실을 보면서 피를 토하는 심정이다. 이런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내 인생을 바친 것이 너무나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