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낼수록 구린 법…상속세 ‘공약 파기’ 가리려 경제단체 입틀막, 통계는 마사지>
부총리, 국세청장에 이어 어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까지 나서서 경제단체에 얼차려를 줬습니다. 고액 자산가 해외이탈 보고서와 관련해 경제 6단체 관계자를 소집해 국민과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둥, 공적 책무와 책임을 망각했다는 둥 위협했습니다.
대통령이 격분하니 장관들도 줄지어 함께 내리갈굼하는 모습이 ‘조폭의 보여주기식 폭력’을 연상케 하는 것도 민망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교묘한 반박 자료가 더 문제입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10억 원 이상 자산가 중 '해외 이주 신고자'가 연평균 139명뿐이라고 했지만 이는 재외동포청에 이주를 '신고'한 2900명 중에서만 집계한 것입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한국 국적을 상실한 인원은 총 25,400명에 달합니다. 상속세 신고를 피하거나 복잡한 절차를 생략하고 현지에서 국적을 바꿔버리는 이른바 '국적 이민'은 국세청장이 발표한 데이터에 잡히지 않습니다.
실제로 고액자산가들이 상속세를 피해 주로 향하는 나라 싱가포르만 해도, 2023년 한 해동안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인원이 204명입니다. 국세청장이 말한 ‘전세계로 이주한 자산가 수’보다도 많으며, 전년 대비 92%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국세청장은 이를 교묘하게 축소하는 통계를 의도적으로 인용하여 국민에게 착시 효과를 유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의도가 뻔한 ‘통계 마사지’야말로 얼차려를 넘어 중징계감입니다.
왜 이런 짓을 할까요. 자신들이 약속한 상속세 부담 완화를 언급하지 말라는 엄포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이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에 이재명 대표는 냉큼 “조건 없이 동의할 테니 처리하자”고 했습니다. 또한 '수도권 중산층이 집 한 채를 상속받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비극을 막겠다'며 공제액도 대폭 높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말만 번지르르했을 뿐 세법개정안에 담지 않았습니다. 대한상의 실수에 이렇게까지 발끈하는 건 상속세 관련 사항을 입에도 담지 말라는 ‘볼드모트’식 위협입니다. 비정상적으로 화를 낼 때는 구린 게 있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