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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팔이도 정도껏…'개성공단 어게인' 통일부의 아찔한 현실감각 北의 자산 몰수, 무단 가동엔 눈 감고 과거 미화만. 김명성 기자(샌드타임즈)  |  2026-02-11
통일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 10주년을 맞아 박근혜 정부 시절 내려진 공단 중단 결정을 “자해행위”로 규정하며 재가동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개성공단 중단의 배경이 된 북핵 도발과 당시 국제 제재 환경, 이후 북한의 자산 몰수·파괴 행태를 외면한 채 과거 사업을 미화하는 접근은 정책 당국의 현실 인식에 근본적 결함이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일부는 1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개성공단을 “남북 간 긴장과 대결을 완화하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가장 모범적인 통일의 실험장”으로 평가하며 조속한 정상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남북 접경지역 경제 발전과 공동 번영의 상징적 사업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이뤄진 2016년의 국제 정세와 안보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뤄졌다는 점이다. 당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1월)과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중대 도발 직후,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던 국면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특히 그 시점은 북한에 온정적인 중국·러시아까지 안보리 제재에 공개적으로 동참하던 이례적 상황이었다. 국제사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개성공단 예외론’이었다. 기존 안보리 제재로 북한과의 경제 협력이 사실상 전면 차단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만이 남북 경협을 지속하는 것은 제재의 정당성을 허문다는 논리였다. “한국조차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데 왜 우리가 동참해야 하느냐”는 중국 측의 문제 제기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었고, 결국 한국에도 ‘성의 표시’가 요구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런 기류 속에서 개성공단은 한국이 중단하든, 안보리 제재로 중단되든 지속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당시 사정에 밝은 전직 관리는 "개성공단은 우리가 닫지 않았더라도 국제사회의 세컨더리 보이콧이나 안보리 결의에 의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시한부' 운명이었다"고 했다.
  
  당시 정부가 공단 중단을 선택한 것은 북핵 자금 전용 의혹 차단이라는 명분과 함께, 불가피한 흐름을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북한이 남측 기업과 인력을 일방적으로 추방하고 공단을 폐쇄하면서 상황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갔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이번 입장문에서 이러한 복잡미묘한 정치외교적 맥락을 모두 무시한 채 공단 중단을 ‘자해행위’로 단정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책임, 국제 제재 환경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 평가가 아니라 정치적 평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일부는 또 김정은이 2019년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단 재개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점을 들어, 당시 우리 정부가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이중삼중으로 얽힌 안보리 제재 구조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해석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 역시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촘촘한 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대북 워킹그룹 체계 속에서 실질적으로 운신의 폭은 극히 제한됐다. 특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제재가 유지되면서 공단 재개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통일부가 “2019년 당시 재개에 미온적이었다”고 문재인 정부까지 '저격'하는 대목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불가능한 일을 하지 못했다고 문제 삼는 것은 정책 비판이라기보다 '억까'(억지로 비판하기)에 가깝다.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가동 중단 이후 북한의 행태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 기업과 정부 자산을 일방적으로 동결·몰수했고, 공단 내 설비와 자재를 무단 반출하거나 철거했다. 공장 설비와 원부자재가 사라졌고, 일부 부지는 군사시설이나 다른 용도로 전용된 정황도 잇따라 포착됐다. 남북 간 합의나 국제적 관례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는 남북 경협이 언제든 정치·군사적 판단에 따라 ‘장물화’될 수 있다는 구조적 리스크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이런 전력이 있음에도 개성공단 재가동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은 기업들을 재차 ‘희망고문’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지적이다. 국제 제재가 유지되는 한 북한과의 비즈니스는 대부분 불법 소지가 있으며, 제재가 완화되더라도 자산 보호와 계약 이행을 담보할 장치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군사 상황이 틀어지는 순간, 투자와 자산은 다시 북한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재설립 등 제도적 준비를 언급하며 재가동 논의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그때는 좋았다”는 기억에 기댄 정책 집행이 현재의 안보·제재 환경에서도 유효할 것이라는 착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일부의 이런 현실 감각 결여는 정동영 장관의 개인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으로 2005년 개성공단 출범을 주도한 당사자다. 개성공단이 ‘성공 모델’로 작동하던 과거의 기억에 갇힌 나머지, 북핵 고도화에 따라 촘촘해진 제재라는 국제 환경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추억에 기댄 정책 판단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직 통일부 차관 A씨는 "개성공단은 한때 의미 있는 실험이었을 수 있지만 그 실험이 어떤 조건에서 중단됐고, 이후 북한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까지 함께 평가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추억팔이에 그칠 뿐"이라며 "기존 방식의 남북 경협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냉철한 진단과 반성 없이 재가동을 입에 올리는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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